65세 여배우가 노인 성폭행 소재에 끌렸던 이유

조회수 2020. 8. 20.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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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69세' 예수정 "노년도 성장합니다"

그동안 국내 영화에서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노년의 주인공이 우리 앞에 섰다. 영화 ‘69세’는 언제나 극을 흐르게 하는 도구로서만 기능했던 노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 남다른 감상을 남겼다.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69세’의 주연을 맡은 배우 예수정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69세’(임선애 감독)는 비극적인 상황에 부닥친 69세 효정(예수정)이 부당함을 참지 않고, 햇빛으로 걸어나가 참으로 살아가는 결심의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인생의 선배이자 조력자로, 젊은이의 꿈을 가로막는 적폐 세력으로, 다양한 작품 속 여러 캐릭터로 등장해왔으나, 만화적이고, 기능적으로만 그려졌던 노년의 삶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의 미래가 스크린에 펼쳐지니, 영화는 유난스러운 수사 없이 단숨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수정은 극 중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늘 정갈한 자세를 유지하는, 사회가 정해놓은 노인의 틀에서 벗어난 인물 효정을 연기했다. 그는 ‘69세’가 “노년의 삶이 지극히 사실적이라 괜찮았다”며 영화에 참여한 계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노인 성폭행이라는 소재가 픽션이라면 싫었다. 세상에 이런 픽션이 어디 있겠어했는데, 실제 사건이 있다더라. 많진 않지만 일어나고 있는 현황인데, 이유는 단지 그가 너무 약자라서다. 나중에 아무 일도 없을 테니. 실화에 기인한 이야기라 흥미로웠고, 의미가 있었다.”


허나 동시에 예수정은 노인 성폭행이라는 소재는 단지 극을 흐르게 하는 동기에 불과하다며 “재미있던 것은 효정과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노년의 삶이 사실적으로 비춰진 작품이 드물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비교적 사실성이 있다지만 군집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개인의 삶을 다루진 못했다. 노년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고 적극적으로 다룬 작품을 보지 못했다. 이제까지 그 연령대의 인물이 비춰진 적이 없으니, 다들 그냥 늙기를 두려워한다. ‘69세’의 발생한 사건은 특이한 일지만, 이를 감당해나가는 노년의 삶의 태도는 지극히 사실적이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노년의 삶이 ‘69세’의 미덕이라는 예수정. 그는 이어 “노년에도 성장한다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라며 “효정이 성장하는 순간, 인생의 한 발을 뗀 것을 놓치지 않고 영화에 담아냈다는 것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노년에도 성장한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다. 정신을 놓지 않는 한, 성장하게 돼 있다. 효정이 마지막 장면에서 고발문을 내려두고 종이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억압했던 것에서 벗어난 느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스스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원하지 않는가. 효정은 사회 속에서 말썽을 부리지 않기 위해 다 누르고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속 시원하게 해방되는 것이 좋았다. 여러 안 좋은 취급을 당하던 이가 ‘그러고 보니 나 사람이었어’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예수정은 ‘69세’에 담긴 뜻깊은 메시지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했던 것과 달리 영화가 관객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진 않는다고 고백했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 스스로라는 이유다.


“무대 위의 배우를 보고, 이야기를 보고 상상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이다. 여러 작업이 돼 있고, 감독이 편집해 선보이지만, 가져가는 것은 관객이다. 연극의 3대 요소에 관객이 들어가는 이유는 관객이 가장 창조적이기 때문이다. 제작팀이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각 관객이 각자의 생애에 걸맞는 보물을 찾아가시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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