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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셀린 시아마의 강렬한 데뷔작

조회수 2020. 8. 10. 18: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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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허세와 절제, 경계선에 꽃핀 '워터 릴리스'

현재는 이미 충분히 이름 알린 중견 감독의 초기작을 살펴보는 것은 다분히 즐거운 일이다. 감독의 최근 작품과 비교해 어떤 방식으로 그의 사고가 변화했는지, 비교적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 ‘워터 릴리스’를 감상한 바는 이렇다. “아, 그도 한때는 거칠었구나, 그 와중에도 매혹적이구나.”

평범한 소녀 마리(폴린 아콰르)는 친구 안나(루이즈 블라쉬르)를 따라 싱크로나이즈드 경기를 보러 갔다가 덜컥 사랑에 빠져버린다. 예쁘장한 외모와 뛰어난 퍼포먼스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싱크로나이즈드 팀의 주장 플로리안(아델 에넬)을 본 순간, 마리의 시선은 플로리안에게 고정됐다. 허나 이런 마리의 마음과 달리 플로리안은 여러 남자와 자유로운 관계 맺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플로리안의 모든 것이 알고 싶고, 갖고 싶은 마리는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영화 ‘워터 릴리스’는 ‘톰보이’(2011), ‘걸후드’(2014),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등으로 이름을 알린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이다. 생애 처음 사랑에 빠져들고, 사랑에 뛰어드는 세 소녀 마리와 플로리안, 안나의 성장을 담은 이야기로, 셀린 시아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데뷔와 동시 제60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후보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영화는 플로리안을 보고 난생처음 성적 매력을 느낀 소녀 마리와, 마리에게 끌림을 느끼지만 결국 그를 외면하는 플로리안, 남성에게 애정을 갈구하다 끝내 자존을 지켜내는 안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중에서도 카메라가 직접적으로 따라다니는 것은 마리다. 마리의 주된 목적이 플로리안과의 관계 맺기 이기에, 관객은 마리의 시선으로 플로리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리의 시선은 싱크로나이즈드 경기에서 여성의 몸으로, 플로리안으로 옮겨간다. 처음 플로리안에게 반했을 때 혼란스러웠을 마리의 내면과 같이, 관객은 마리가 플로리안에게 반한 것인지 싱크로나이즈드에 반한 것인지 혼동이 되기도 하지만, 이내 마리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다. 그런 마리의 시선에는 셀린 시아마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다양한 요소가 포착된다.  


싱크로나이즈드 팀의 소녀들은 공연 동안 같은 미소를 짓고 물 밑에서 수없이 발을 휘젓는다. 체력은 충분해야 하지만, 몸은 말라야 하고, 힘든 내색은 당연히 할 수 없다. 경기를 마치고 가쁜 숨을 내뱉으면서도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고 미소 지어야 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여성성을 규정하고, 대상화하며, 부여하는 양상이 여전하지 않은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허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최근작들에 비해 다소 투박함이 느껴진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수놓은 우아함보단, 정당한 분노에서 오는 거친 심경이 엿보인다. 장기인 섬세한 감정 표현력은 여전히 돋보였지만, 관객을 납득시키기엔 설득력이 충분하지 못했던 과한 설정과 전개가 반감을 불렀다. 직접적이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그려냈던 풍부한 미장센 역시 ‘워터 릴리스’에선 다소 빈약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터 릴리스’는 매혹적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시선은 비록 거칠었을지라도 관객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힘이 있다. 이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그려내느냐가 아닌, 영화에 담긴 궁극적 이야기가 무엇인지, 감독이 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가 보다 중요하단 사실을 상기시킨다.  


어떤 영화든 마찬가지지만, 특히 ‘워터 릴리스’는 한 줄로 내용을 단정하고 평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세 소녀의 이야기와 입장이 각기 다르고, 그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관객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나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해 단적으로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영화가 어떤 식으로든 관객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리란 것이다. 


개봉: 8월 13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출연: 아델 에넬, 폴린 아콰르, 루이즈 블라쉬르, 크리스텔 바라스/수입: ㈜블루라벨픽쳐스/배급: ㈜영화특별시SMC/러닝타임: 83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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