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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액션 신에 담긴 1급 비밀

조회수 2020. 8. 5.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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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 '다만 악' 황정민-이정재 맞대결한 복도 액션 신의 비밀

영화 ‘신세계’에서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어떤 형제보다 뜨거운 우애를 선보였던 황정민과 이정재는 홍원찬 감독의 세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두 사람의 눈빛과 짐승 같은 몸놀림은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자 무기다. 복잡한 서사를 담지 않았기에, 두 배우의 연기가 그 무엇보다 중요했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어떻게 담아내려 했을까.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관람하고 나면 뇌리에 깊게 박힌 한 장면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바로 황정민(인남 역)과 이정재(레이 역)가 첫 맞대결을 펼치는 복도 액션 신이다. 홍원찬 감독은 해당 장면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라 힘을 많이 줬다”며 촬영 과정을 밝혔다.  


“인남과 레이가 처음 마주 섰을 때의 장면은 두 배우의 시너지가 중요했다. 보통 추격전에서 인물들이 처음 만나면 ‘너구나?’하면서 한마디씩 주고받는데, 그런 대사를 하지 않으려 했다. 두 배우가 대사 없이 눈빛으로만 충분히 관객에게 상황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인남과 레이를 대조하며 시퀀스를 구성했다. 표정과 몸짓, 눈빛, 그것들이 자아내는 긴장감에 포커스를 맞췄다. 황정민과 이정재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계속해서 황정민과 이정재에게 공을 돌린 홍원찬 감독. 그렇다면 해당 장면의 공간 디자인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스크린 속 공간은 단순한 세트라고 보기 힘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홍원찬 감독은 이에 대해 “10년 전 발견한 방콕의 한 여관”이라며 말을 이었다.  


“10년 전 처음 답사 갔을 때 발견한 곳이다. 실제로 가보면 ‘이런 곳이 있단 말이야?’싶을 정도로 깜짝 놀란다. 당시에도 50년 된 건물이었고, 방에는 침대 하나, 화장실 하나 정도만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이 묵고 있기도 했다. 촬영 전 다시 답사 갔을 때 실제로 이 공간을 보더니 촬영 감독도, 무술 감독도 좋아하더라. 화면으로만 보면 알기 힘들지만, 복도가 좁아서 카메라 포지션에 제약이 있었는데도, 그런 제약을 컨트롤 하면서까지 촬영을 했다. 서로 부딪힐 수 있어서 위험하기도 했지만, 매우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어서 어떻게든 쓰려고 했다.”

복도 신은 여타 장면과 달리 유독 화면에 왜곡이 두드러져 보이기도 했다. 특히 광각렌즈로 촬영된 듯한 이정재의 거침 없는 몸놀림과 표정, 귀기 어린 눈빛은 가히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이라 꼽기에 부족하지 않다.  


“홍경표 촬영 감독이 광각 렌즈를 자주 쓴다. 실내 공간 안에서 보통 쓰고, 인물을 타이트하게 잡을 때도 많이 쓰는 편이다. 복도 신은 전체적으로 광각 렌즈 위주로 썼다. 공간이 화면보다 훨씬 좁기도 했고, 더 깊은 거리감을 뽑아내길 바랐다. 만약 두 인물이 마주 서 있는 모습을 생으로 봤다면 쭉 뻗어있는 느낌이 덜 났을 거다.”  


좁디좁은 공간에 거친 액션이 이뤄져야 했던 만큼, 촬영은 쉽지 않았다. 이정재는 해당 장면을 촬영하며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홍원찬 감독은 두 배우가 “현장에서 힘들다는 내색을 안 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에서야 촬영 당시 힘들었다는 얘길 하지만, 황정민과 이정재, 두 배우 모두 현장에서 힘들다는 기색을 비추질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창피해 하는 것 같더라. 본인으로 인해 촬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배우들이다. 당시 이정재가 어깨 통증을 느껴 촬영이 중단됐는데, 정작 본인은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이후 진단 결과를 듣고 다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정재는 크랭크 업 이후 수술받으면 되니, 몸 관리를 잘하면서 촬영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중간마다 어깨의 상태를 물어보면, 신경을 쓰이게 한 것이 싫었던 것인지 아프다는 내색을 전혀 안 했다. 다행히 이후엔 모든 촬영이 별일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으로 완성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은 언젠가 “홍원찬 만의 색이 있다”라는 말을 듣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내 안의 것들을 담아서 보여주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어쨌든 계속 노력할 것이다. 거칠 수도 있고, 둔탁할 수도 있지만, 특성이 있고 색이 있다고 여겨지는 감독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은 영화를 잘 만든다’, ‘흥행 보증수표다’라는 말보단, 그래도 ‘홍원찬 감독 작품은 색이 있어서 본인이 만든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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