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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소년은 왜 선생님을 죽이려 했을까

조회수 2020. 7. 28. 13: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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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소년 아메드', 혐오와 극단의 시대를 향한 달리기

다르덴 형제 감독 작품은 언제나 현실에 기초한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들춰내는데 거침이 없다. 특별히 관객을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할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벨기에에서 살고 있는 무슬림 소년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는 오늘도 알라를 향한 기도에 열성이다. 부재한 아버지와 바쁜 어머니 사이에서 사춘기를 겪으며 외로움을 느꼈던 아메드는 그의 마음속 빈자리를 신앙심으로 채웠다. 급진적 이슬람주의자 이맘(오스만 모먼)이 극단적 교리를 설파하며 아메드를 세뇌시킨 것이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가르쳐준 이네스(미리암 아케듀) 선생님을 배교자로 몰아가는 이맘의 말에 홀린 아메드. 그는 진정한 무슬림으로서 배교자인 이네스 선생님을 처단하기 위해 테러를 계획한다.  


영화 ‘소년 아메드’는 평범한 무슬림 소년이었지만 이맘에게 세뇌당한 후 어릴 적부터 자신을 가르친 선생님을 해칠 계획을 세우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전거 탄 소년’(2011), ‘내일을 위한 시간’(2014) 등을 연출한 다르덴 형제 감독의 신작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다르덴 형제는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발생한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와 광신에 빠진 청년의 모습을 보고 영화를 기획했다.

아메드는 이슬람이라는 안경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본다. 안경을 벗을 때면 머리를 푹 숙이고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단 한 번, 농장에서 만난 소녀의 ‘꾀임’에 안경을 벗고 눈을 마주치고, 키스까지 하지만, 이내 알라를 향해 회개하고 소녀를 배교자로 매도한다. 그는 언제나 ‘진정한 이슬람교도’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네스 선생님을 해치려 한 것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다. 아메드에겐 살인에 대한 죄책감도, 그를 따질 이유도 없다. 오로지 알라를 위한 헌신이 그의 모든 것인 이유다.  


순교를 부르짖는 아메드의 모습은 영화 속에만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과 미국, 팔레스타인 등에서 각자의 종교와 신앙을 위해 서로를 비난하고 심지어는 ‘처단’하고자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자신의 신념만이 옳다며 상대를 매도하고, ‘비정상’이라며 몰아붙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 않은가. 종교를 소재로 그려졌을 뿐, 결국 영화는 혐오와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삶과 다름없다.

다르덴 형제는 본인들의 작품을 ‘달리기와 추락’의 영화로 정의했다. 실로 정확한 표현이다. 아메드는 순교를 위해 달리고, 신을 향해 높이 올라가려 한다. 맹목적인 신앙과 자기 합리화에 빠져 끊임 없이 이네스 선생님을 ‘응징’하려던 그는, 가장 높이 올라선 순간 바닥으로 추락한다. 아메드는 그렇게 추락하고 나서야 단단하기 그지없는 안경으로부터 벗어난다. 신을 찾던 목소리는 엄마를 부르고, 이네스 선생님을 해치려던 손으로 그를 붙잡고 사과를 전한다.  


안타까운 것은 아메드를 세뇌했던 이맘은 그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단주의를 제창하고 적을 만들며 아메드를 순교의 길로 몰아붙였던 이맘은 정작 아메드가 위험에 처했을 때, 모스크를 지키고, 교도를 지켜야 한다며 곧장 그를 내친다. 아메드는 그런 와중에도 이맘의 말이 옳다며 기꺼이 소년원으로 향한다. 자기 파괴의 극에 이르고 나서야 벗어날 수 있었던 광신의 고통에서 이맘은 그 책임이 자유롭다.

지독하리만치 현실적인 이야기가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선동가와 맹신이라는 손쉬운 길로 접어든 소년, 타자를 향한 극도의 혐오와 배척 등 얼핏 과장된듯한 이 이야기는 실상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아메드에게 어떤 대단한 동기나 사건이 있어 광신에 접어든 것이 아닌 것처럼, 비일상적 사건은 일상 속에서 너무나 손쉽고, 갑작스레 발생하곤 한다.  


단, 영화를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바라본다면, 자칫 이슬람에 대한 배격을 그린 작품으로 오해할 수 있겠다. 무슬림 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인 만큼, 극단적 이슬람주의와 그 광기가 묻어나지만, 이는 카톨릭과 기독교는 물론 종교를 떠나 특정한 신념에 매몰된 이들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상기하며 관람하길 추천한다.  


개봉: 7월 30일/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출연: 이디르 벤 아디, 올리비에 보노, 미리암 아케듀, 클레어 보드손, 빅토리아 블록/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수입·배급: ㈜영화사 진진/러닝타임: 84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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