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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샌들러 인생작, 왜 이제 봤을까

조회수 2020. 7. 9. 11: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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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언컷 젬스'..'펀치 드렁크 러브'에 이은 아담 샌들러의 인생작

뒤늦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언컷 젬스’를 봤다. 지난 1월에 공개된 작품이니 대략 반년 만에 관람한 셈이다. 보고 난 감상은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아, 이걸 왜 이제야 봤을까!”

뉴욕의 보석상 하워드(아담 샌들러)는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석과 장물을 가지고 계속해서 돌려막기를 하던 탓에 빚쟁이는 매일 같이 찾아오고, 친척에게까지 빚을 져 쓴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근근하게 버티던 그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에티오피아에서 수개월에 걸쳐 공수한 오팔 원석이 도착한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이 원석의 가치는 빌렸던 모든 돈을 갚고도 한참이나 남을 정도. 하워드는 곧장 원석을 경매에 내놓으려 하지만 복잡하게 꼬여가는 상황은 그에게 평탄한 내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언컷 젬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뉴욕의 보석상 하워드가 한탕을 찾아 헤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굿타임’(2017)으로 청춘스타 로버트 패틴슨을 연기파 배우로 변모시켰던 사프디 형제 감독의 신작으로, 그들은 더 없이 현실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플롯과 빈 틈 없는 연출로 관객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언컷 젬스’를 일반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며 관람한다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겠다. 짜릿한 스릴과 통쾌한 이야기, 화려한 영상미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주인공 하워드는 누구보다 지질하고 비겁하며, 바보 같은 실수만 반복하고, 그를 둘러싼 상황은 끝내 나아지지 않는다. 하워드는 호쾌하게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한다.


영화는 130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연출로 관객의 혼을 빼놓았다. 고성과 욕설이 기본인 대사가 귓가를 때리고, 대사가 없는 장면은 몽환적인 음악으로 혼란을 가중시킨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안정적인 구도는 흔치 않다. 정신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와 산만한 영상만이 화면을 채운다. 쉽게 말해 관객이 편하게 보긴 힘든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계속해서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끌다가, 이내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극 중 농구선수 KG(케빈 가넷)가 하워드의 보석에 홀린 것과 같이, 영문 모를 영화의 마력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관객을 홀려버린 것이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하워드의 매일은 우리네 인생을 마주한 듯 감상을 자아내기도 하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그의 무수한 거짓말이 계속해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돋우기도 한다. 블랙 코미디라 칭해야 할지, 스릴러라 칭해야 할지 재단하기 어렵고, 특정한 쾌감이 있다 꼬집어 말할 수도 없지만, 계속해서 억눌리던 온갖 욕망과 광기가 단 한 순간에 흩어지며 허무하기도, 허탈하기도 한 묘한 감상이 든다.

‘언컷 젬스’의 세계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던 분명한 이유는 단연 아담 샌들러의 신들린 듯한 연기에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펀치 드렁크 러브’(2002) 이후 아담 샌들러는 또 다른 그의 인생작을 만난 듯하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130분을 홀로 질주하는 그의 원맨쇼는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라는 대 배우들의 그림자가 얼핏 엿보인다.


그는 비열하다가도 푼수 같고, 정신적으로 피폐하면서도 언제나 찬란한 내일을 희망하는 이 입체적인 인물을 일말의 어색함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변화무쌍한 그의 표정과 널뛰는 감정선은 모든 순간 관객과 공명하고, 몰입감을 선사했다. 그는 자칫 지나치게 정신없을 수 ‘만’ 있었던 영화를 명확한 하나의 작품으로 빈틈없이 꿰맸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무수한 해석이 가능한 미장센이 가득한 작품이다. 매 순간이 위태롭고 급박하지만, 동시에 순간마다 나름의 희열을 갖고 있다. 모든 것들이 어긋난 듯하면서도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하워드의 이야기가 감탄과 박수를 부른다.


공개: 1월 31일/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출연: 아담 샌들러, 케빈 가넷, 이디나 멘젤, 줄리아 폭스, 에릭 보고시안, 키스 스탠필드, 주드 허쉬, 사하르 비비얀/감독: 베니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배급: 넷플릭스/러닝타임: 13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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