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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한 한중일 '국뽕' 대결

기획 | 너무 과한 한중일 ‘국뽕’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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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이란 말이 있다. 국가와 필로폰(히로뽕, philopon)의 합성어로, 자국의 부흥과 발전, 승리에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BTS와 봉준호 감독, ‘기생충’ 등 해외에서 활약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부심이 차오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국뽕’이 영화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기 시작하면 그만한 꼴불견이 없다.

중국-‘나와 나의 조국’


지난해 중국(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며 개봉했다던 영화 ‘나와 나의 조국’(我和我的祖國·My People, My Country)은 이 시대 ‘국뽕’ 영화의 최고봉이라 불릴 만하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 전야 천안문 광장 깃대 설계자 임치원의 전동 국기 게양 장치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 영화는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 속 사건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중국 관객들의 마음에 뜨거운 자부심과 웅장함, 포부 따위를 심어줬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사는 “임치원의 실제 얼굴이 화면에 겹쳐질 때, 감격의 뜨거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영화는 주요 대목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로 화면을 붉게 물들이고, 중국이 고난을 이겨내고 승리를 쟁취했다는 이야기만을 주야장천 해댄다. 영화는 감독 7명이 중국 건국 이후 70년 동안의 역사적 순간 7가지를 그려냈다. 중국을 열렬히 사랑하는 관객이 아니라면 이 작품을 감상하기 힘겨울 수 있다.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대체 이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프로파간다 영화가 어떻게 관객을 고취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중국 내 박스오피스 1위를 수 주간 차지한 것을 보자면 중국 관객에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작품인 듯하다.

일본-‘후쿠시마 50’


올해 3월에는 일본에서도 ‘국뽕’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후쿠시마 50’(Fukushima 50)은 후쿠시마 제 1원전소 사태 이후 최후까지 남아 참사를 막으려 했던 후쿠시마 50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사고 발생으로 대다수 근로자가 철수했지만, 최후까지 남은 50인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일반인들이 1년간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량의 100배가 넘는 악조건 속에서 냉각수를 주입하고 원자로의 압력을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빛나는 영웅이었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제작 배경과 의도, 그려진 뉘앙스는 정치적 목적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후쿠시마 50’은 50명의 근로자가 방사능 유출을 무사히 막아냈다는 메시지로, 일본이 완전히 부활했음을 자랑하는 내용만이 주를 이뤘다. 


당시 원전 사고가 완벽하게 수습되지도 않았고, 후쿠시마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자명함에도, 영화는 피해자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임 회피와 미화에만 관심을 쏟는 듯하다.

한국-‘명량’

국내 영화계 역시 ‘국뽕’ 영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2017)를 비롯해 ‘인천상륙작전’(2016), ‘봉오동 전투’(2019) 등 ‘국뽕’ 논란이 일었던 작품은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조선의 운명이 경각에 달했던 임진왜란 시기, 이순신 장군의 기적적인 승리를 담은 영화 ‘명량’(2014)은 단연 국내 ‘국뽕’ 영화의 대표작이라 칭할 만하다. 


영화는 캐릭터의 다채로움은 물론 역사의식과 고증도 부족했지만, 그저 화려한 해전과 성웅(聖雄) 이순신에 대한 동경만으로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1위에 등극했다. 총 관객 수 1761만 5686명이라는 대 기록은 영화가 개봉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영화 ‘에베레스트’(2019)가 국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중국 등반대가 에베레스트 최정상을 정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어김없이 관객을 향해 “중국 만세”만을 외친다. 근래 세계 문화예술의 흐름은 국가와 민족, 피부색, 성별 따위를 과감히 초월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있다. 


각자의 목소리가 다채롭게 섞여 또 다른 차원의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요즘 같은 시기에 조국에 대한 웅장한 애국심과 희생, 눈물 섞인 자긍심을 고취시키려는 영화들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언제쯤이면 이 지독한 국수주의에서 자유롭게 풀려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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