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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미투 이전에 있었던 희대의 성추행 사건

조회수 2020. 6. 29. 13: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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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통쾌한 한방 속 이어지는 이야기

나비효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이런 나비효과와 같은 작품이다. 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현재에도 미래에도 일어날 문제에 던지는 화두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권력 위의 권력’이라 불리는 미국 최대 방송사를 한방에 무너뜨린 폭탄선언, 그 중심에 선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최대 방송사 폭스뉴스를 배경으로 거대 언론 권력을 무너뜨린 여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폭스뉴스 간판 앵커 메긴 켈리는 트럼프의 계속되는 트위터 공격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다. 동료 앵커인 그레천 칼슨은 언론 권력의 제왕이라 불리는 폭스 뉴스 회장을 고소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메긴은 물론, 야심있는 폭스 뉴페이스 케일라 포스피실 역시 충격을 감추지 못한다.


메긴과 케일라가 놀란 이유는 자신들 역시 폭스 뉴스 회장인 로저 에일스에게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레천과 같은 길을 걷기는 힘들다. 시작도 하기 전,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고, 그들의 감시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물론 로저는 자신의 무고함과 결백을 주장한다. 절대 성추행 등의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로저의 아내와 그를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변호사들까지 로저의 편에 선다. 말도 안되는 이유와 자기 합리화를 통해 로저가 승기를 잡는 듯 하다.

폭스 뉴스에서 단 한명도 그레천의 편에 서서 증언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동안 수없이 짧은 치마를 강요받고 시선과 언어로 성희롱을 당한 이들 역시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며 입을 다문다. 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였다.


하지만 메긴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로저를 무너트릴 준비를 한다. 쉽게 나설수는 없는 일이지만 메긴은 용기를 낸다. 자신 역시 그레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를 해 나간다.


그레천이 홀로 좌절하며 무너져갈 때, 판을 뒤집는 사건이 벌어진다. 메긴 역시 로저를 고소하며 그레천에게 힘을 실어준다. 기회를 보던 그레천 역시 자신이 가진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고 완벽한 승기를 쥔다.


이 작품은 2017년 미국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전력이 들어나며 촉발된 미투 운동 1년 전 벌어진 사건이다. 미국 최고 보수 언론이라 할 수 있는 폭스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를 상대로 한 그레천 칼슨의 소송은 당시 미디어 산업에서는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었다.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그레천 칼슨과 샤르릴즈 테론이 연기한 메긴 겔리는 실존 인물이다. 그레천 칼슨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1년동안 폭스뉴스의 아침 프로그램 ‘폭스 앤 프렌즈’의 얼굴로 활약했던 했다. 이후 ‘더 리얼 스토리’를 2016년까지 진행했고, 그해 7월, 로저 에일스를 성희롱으로 고소한다. 그는 로저를 불명예 사임시키는데 앞장섰고, 2017년 타임즈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메긴 켈리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아메리카 라이브 위드 메긴 켈리’와 뉴스 쇼 ‘더 켈리 파일’ 등을 진행한 간판 앵커다. 기업 변호사 출신으로 마리스마 넘치며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 등을 통해 폭스뉴스 스타로 급부상했다. 영화에도 등장한 트럼프와의 TV토론 설전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존 리스고가 연기한 사건의 중심인 로저 역시 실존 인물이다. 폭스뉴스의 공동 설립자로 뛰어난 전략으로 보수층을 집결시키고 폭스뉴스를 거대 TV 채널로 키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레천 칼슨으로 시작된 지속적인 성희롱 고소 사건으로 폭스뉴스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사건이 발생한 다음해인 2017년 사망했다.

주요 인물 중 마고 로비가 연기한 케일라 포스피실은 가상 인물이다. 영화의 극적인 드라마를 위해 탄생했지만 100% 가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극 중 그 역시 로저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고, 수치심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자신의 성공과 욕망을 위해 참고 견뎠다. 하지만 그레천 칼슨의 고소 사건과 메긴 켈리의 물음에 무너진다.


이들이 보여준 권력을 향해 던진 폭탄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여성들에게 통쾌함을 안긴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케일라 포스피실을 통해 같은, 혹은 비슷한 문제들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강조한다. 또 가상 인물인 케일라를 통해 그동안 참고 숨죽였던 이들에게 거침없는 돌직구를 던지기도 한다.


하나의 사건으로 완벽히 달라질 순 없다. ‘밤쉘’은 그렇다고 포기하고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외친다. 폭스뉴스 입사가 꿈이었던 커일라가 출입증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또 다른 회사에서는 괜찮을지 자문하는 모습을 보며 통쾌함 뒤 여전히 맞서야 함을 일깨운다.


개봉: 7월 8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출연: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존 리스고, 케이트 맥키넌/감독: 제이 로치/배급: 씨나몬(주)홈초이스/러닝타임: 109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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