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낯 들춰낸 문제작

조회수 2020. 6. 24. 16: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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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가슴 뒤흔드는 묵직함에 절절한 여운이 넘치는 '소년시절의 너'

2011년 지방 소도시, 첸니엔(주동우)은 오늘도 쥐 죽은 듯이 공부만 열심이다. 빚 독촉에 시달려 얼굴을 보기도 힘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만 간다면, 집안 형편도 좋아지고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수능을 60여일 앞둔 어느 날, 평탄하리라 여겼던 천니엔의 일상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한다. 평소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동급생이 투신자살한 것이다.


영화 ‘소년시절의 너’는 시험만 잘 치면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기댈 곳 없이 세상에 내몰린 소녀 첸니엔과 동네 양아치 소년 베이(이양천새)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국내 영화 ‘도둑들’(2012)에 조연 조니로 출연했던 증국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그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등을 통해 입지를 다진 중국의 신진 감독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검열과 가위질, 지나친 애국주의는 여간 불편했던 것이 아니었다. 영화 ‘소년시절의 너’를 관람하기 전에도, 기대치는 한없이 낮았다. 학원 폭력을 소재로 다뤘다는 영화가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모난’ 구석을 얼마나 깎아야 했을까.


불편하기 그지없으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막상 마주한 ‘소년시절의 너’는 입시 경쟁 위주로 치우친 중국 사회의 교육 현실과 경제 활동에 급급해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 학교와 경찰의 무능과 안일함을 과감하게 들춰내 놀라움을 안겼다.


물론 종국에는 경찰과 어른을 믿어야 한다는 다소 계몽적인 결말을 맞긴 하지만, 그동안 만났던 중국 영화들이 검열을 피해 애국주의 영화와 로맨스, 코미디만을 그려왔음을 고려해 본다면, 이 얼마나 큰 변화와 혁신이란 말인가.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도전적인 영화들이 얼마든지 중국에서 만들어져 왔음에도, 필요 이상의 선입관을 갖고 무시해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영화는 중국의 현실에 비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여럿, 상기시키기도 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며 한없이 위축된 아이들은, 학교 폭력의 대상으로 노출되는 일이 빈번하고, 신고하라며 큰소리를 치는 학교와 경찰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


‘소년시절의 너’는 사회고발 영화로서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과 독특한 연출로 무장해 관객에게 싶은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수능을 앞둔 한 고등학생의 자살로 포문을 연 이 이야기는 시종일관 호기심을 자극하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관객을 몰입시켰으며, CCTV를 활용한 재치 있는 연출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했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 흐름과 긴박한 서스펜스는 긴장감을 선사했고, 동시에 여러 인물들의 감정선 역시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그려졌다. 2시간 15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었음에도, 영화는 일말의 지루함 없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려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호연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 대목이다. ‘동탁적니’(2014),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먼 훗날 우리’(2018) 등으로 이미 연기력을 입증했던 주동우는 물론, 중국 인기 아이돌그룹 TFBOYS의 멤버로 스크린에 첫 데뷔를 알린 이양천새까지,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은 조금의 어색함 없이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개봉: 7월 9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출연: 주동우, 이양천새/감독: 증국상/수입: ㈜더세컨드웨이브/배급: ㈜영화특별시SMC/러닝타임: 135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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