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나는 꼭 부수는 어느 영화 감독의 확고한 취향

조회수 2020. 5. 28.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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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어디까지 부숴봤니?" '테넷'에도 이어진 크리스토퍼 놀란의 확고한 취향

CG로는 구현하지 못하는 특유의 현장감을 원하는 것일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CG를 지양하고 직접 거대한 세트를 제작해 촬영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슈퍼 히어로 무비의 걸작 ‘다크 나이트’부터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7월 개봉을 알린 신작 ‘테넷’에 이르기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극 사실주의를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을 살펴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극 사실주의를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영화 ‘다크 나이트’(2008)의 병원 폭파 신이다. 극 중 조커(故히스 레저)가 타락한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와의 만남 후 고담 종합 병원을 폭파시키는 이 장면은, 폐공장을 병원으로 꾸민 뒤, 실제로 폭발시킨 것이다. 실제 폭약을 넣고 터뜨렸던 장면이기에 재촬영은 불가능했고, 놀란 감독은 수십 회에 달하는 리허설을 거친 후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 전날, 병원의 유리창을 누군가 훔쳐가 유리는 CG로 처리했다는 후문이다.


놀란 감독은 ‘다크 나이트’의 사실적인 촬영을 위해 수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구매해 단번에 망가뜨리기도 했다. 극 중 브루스 웨인(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은 자신을 고발하고 협박한 콜먼 리즈(조슈아 하토)를 살리기 위해 람보르기니를 몰고 부딪히는 차량 사이로 돌진한다. 그 외에도 후속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초반부 비행기 하이재킹 장면은 스턴트맨이 줄을 묶고 직접 스카이 다이빙을 한 것이며, 미식축구장 폭발 장면 역시 실제 폭파시킨 것이다.

놀란 감독의 무자비한 사실주의 촬영 방식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영화 ‘인셉션’(2010)을 촬영하며 VFX(Visual Effects)보다 물리적 특수효과를 중시하는 성향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극 중 꿈속 도심 한가운데 나타난 기차는 트랙터에 기차 모형을 씌워 도로를 내달린 것이며, 한적한 거리가 갑자기 폭발하는 장면 역시 고압의 질소를 활용해 실제 폭발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인셉션’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회전하는 복도 역시 CG가 아닌 회전이 가능한 세트장을 만들어 직접 돌려가며 촬영했다.


이후 놀란 감독은 영화 ‘인터스텔라’(2014)를 촬영하기 위해 캐나다 앨버타 주에 위치한 캘거리 남부 오코톡스에 60만 평에 달하는 옥수수 밭을 구매해 1년 동안 기르기도 했으며, 거대한 규모의 모래 폭풍을 구현하기 위해 무독한 성분의 특수 골판지를 갈아 실제 모래바람이 날리는 풍경을 담아내기도 했다. 2017년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 촬영을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사용된 선박과 항공기를 구했다.

실제 덩케르트 작전을 수행했던 마크1 두 대, 마크5 한 대, 총 3대의 스핏파이어가 스크린에 담겼다. 전쟁 당시 30만 명이 동원됐던 만큼, 스크린에도 수많은 군인이 출연했지만, 이 역시 CG가 아니다. 놀란 감독은 천 명이 넘는 엑스트라를 고용하고, 사람 모양 입간판을 최대한 활용해 촬영을 진행했다.

놀란 감독의 현실감을 중시한 촬영 방식은 신작 ‘테넷’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22일 공개된 예고편의 마지막 부분, 격납고와 충돌하며 폭발하는 항공기 보잉 747은 CG가 아니다.

놀란 감독은 26일 미국 매체 토탈 필름 매거진과 인터뷰를 통해 “원래 그 장면은 미니어처와 VFX를 조합해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캘리포니아 빅터빌에서 사전 답사 도중 오래된 비행기를 발견했다”며 “미니어처와 세트를 만들고 CG 작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실제 비행기를 구입해 촬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웃기는 말이지만, 일종의 충동구매 같기도 했다”며 너스레를 떤 놀란 감독은 “결과는 대단히 좋았다. 매우 신이 나는 작업이었다”고 말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테넷’은 코로나 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여파로 전 세계 극장가가 얼어붙은 상황임에도 7월 개봉을 예고했다. 생생한 영화적 체험을 위해 대담한 시도를 강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얼어붙은 극장가를 녹이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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