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2008년 ‘아이언맨’부터 2019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23편의 영화를 내놓으며 거대한 히어로 세계관을 형성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슈퍼히어로가 탄생했고, 그만큼 강력한 빌런이 등장했다.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이지만 히어로만큼이나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그냥 보내기엔 아쉬운 빌런도 있었다.

MCU를 총괄한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는 페이즈3까지를 인피니티 사가로 명명했다. 우주 생명체 절반이 사라진 대사건의 중심엔 최강 빌런 타노스가 있었다. 인피니티 사가 최강의 적 타노스는 ‘어벤져스’(2012) 쿠키 영상에서 처음 등장했다. 타노스는 우주를 돌아다니며 행성에 살고 있는 종족 절반을 학살하는 빌런으로 초월적 지능과 신체 능력을 지녔다.

타노스가 우주를 떠돌며 학살을 행하는 데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행성 자원이 고갈돼 멸종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무작위로 종족 절반을 없애는 것이다. 타노스는 본인의 행위를 학살이라기보다는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결국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서 타노스는 우주에 퍼져있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인피니티 건틀릿으로 우주 생명체 절반을 없애는 데 성공한다.

어벤져스 슈퍼 히어로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힘, 군단을 통솔하는 카리스마, 사랑하는 딸마저 희생시키는 흔들리지 않는 철학까지. 모든 면에서 강력했던 타노스의 퇴장으로 MCU 페이즈4 이후에는 어떤 메인 빌런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토르: 천둥의 신’(2011)에 처음 등장해 ‘토르’ 시리즈, ‘어벤져스’ 시리즈에 꾸준히 나온 로키는 단순한 빌런이 아닌 복합적인 면을 지닌 인물로 그려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스가르드 왕 오딘의 입양아인 로키는 변신마법과 복제, 환각 능력을 지닌 뛰어난 책략가다. 영화에서 로키는 단순한 빌런이 아니라 출생의 비밀,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한 것에서 오는 열등감, 형을 향한 질투와 애정 등 복잡한 감정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토르: 천둥의 신’에 이어 로키는 ‘어벤져스’에서 타노스와 손을 잡고 지구를 침공한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로키는 단순한 빌런보다는 트러블 메이커로 이야기를 이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로키는 타노스가 토르를 죽이려 하자 결국 테서랙트를 넘긴다. 이 과정에서 로키는 타노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척하며 기습하지만 죽음을 맞이한다.

많은 팬을 보유한 캐릭터인 만큼 로키는 OTT 서비스 디즈니+(디즈니 플러스)에서 시리즈로 방송돼 복귀한다. 2021년 방송되는 드라마 ‘로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2012년 로키가 뉴욕에서 태서랙트를 가지고 도망치며 생성된 평행우주 분기점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토르: 라그나로크’(2017) 메인 빌런인 헬라는 여성 빌런으로 토르를 압도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만 한 편으로 끝나 재등장을 원하는 팬들이 많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헬라는 오딘의 숨겨진 첫째 딸로 나온다. 토르는 누나 헬라의 존재를 몰랐으나 생명력을 잃어가는 오딘이 숨겨왔던 진실을 알린다.

오딘은 잔혹하고 호전적인 헬라를 통제할 수 없게 되자 그녀를 유폐하고 기록을 말살했다. 오딘이 죽으면서 풀려난 헬라는 아스가르드에 복귀하고 강력한 힘을 되찾는다. 업적을 비롯한 모든 기록이 삭제돼 자신을 모르는 부대를 상대로 헬라는 비처럼 칼날을 뿌리며 단숨에 모든 이들을 제압한다. 힘으로 왕좌에 오른 헬라는 다시 정복 전쟁을 준비한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헬라는 아스가르드에서 무적에 가까운 힘을 발휘한다. 진정한 힘을 각성한 토르의 번개에도 멀쩡할 정도. 영화에서 토르는 헬라를 없애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 헬라 힘의 원천인 아스가르드 자체를 파괴한다. 전쟁을 일으키는 학살자이며, 오딘의 어두운 과거를 상징하는 헬라는 케이트 블란쳇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져 강력한 존재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