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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능한 낭만적인 뉴요커와 열혈 학보사 기자의 낭만적인 민남

조회수 2020. 5. 6. 09: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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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영화, 재즈, 뉴욕..우디 앨런의 낭만 총집합

우여곡절 끝에 개봉이 결정된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우디 앨런 감독이 추구하는 낭만과 유머가 가득 담긴 데다, 그가 반세기 동안 영화를 만들며 펼쳐왔던 주제의식과 줄거리를 다시 한번 우려내며 낭만주의를 예찬한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사랑스러운 연인이 각자의 낭만으로 보내는 상반된 하루를 비춘다. 문과가 특출나기로 유명한 야들리 대학에 재학 중인 캠퍼스 커플 개츠비(티모시 샬라메)와 애슐리(엘르 패닝)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개츠비는 도박에 능한 낭만적인 뉴요커고, 애슐리는 영화를 좋아하는 열혈 학보사 기자다. 어느 날 애슐리는 유명 감독 폴라드와 맨해튼에서 인터뷰를 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는다. 인터뷰도 하게 됐겠다, 어린 연인은 오래전부터 함께 하기로 했던 뉴욕 여행을 떠나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포커로 딴 2만 달러로 고급 호텔 스위트룸까지 예약한 개츠비는 자신이 나고 자란 뉴욕을 애슐리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들뜨지만, 애슐리는 인터뷰 당일 예상보다 일정이 길어졌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다. 바람 맞아 울적해진 개츠비는 홀로 뉴욕 거리를 배회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일상적인 듯하면서도 극적인 사건들로 가득 채워진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 사이 애슐리는 인터뷰를 하던 중 폴라드가 만든 신작을 처음으로 함께 보는 영광을 누리는 것은 물론, 유명 시나리오 작가, 할리우드 스타 등 영화계 거물들을 연달아 만나며 꿈결같은 하루를 보낸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우디 앨런 특유의 낭만이 가감 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배경은 뉴욕, 음악은 재즈, 화두는 영화… 우디 앨런이 사랑하는 3박자로 구성됐을 뿐만 아니라, 감독 특유의 속사포 같은 대사와 상류층의 위선을 꼬집는 어두운 유머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개츠비 캐릭터는 마치 그 옛날 우디 앨런이 창조하고 직접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20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가 더 잘생겨졌고 젊어졌을 뿐이다. 개츠비는 자신이 살아본 적도 없는 과거 시대의 낭만에 강렬한 향수를 느낀다. 반면 애슐리는 이 시대의 현실적인 밀레니얼 세대에 가깝다. 야망 넘치는 그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연인과는 다른 의미의 낭만을 좇는 그는 개츠비의 시대착오적인 낭만을 납득하지 못하기도 한다.


개츠비는 20대의 겉껍데기를 하고 있지만, 우디 앨런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이 너무나도 짙게 드리워져 사뭇 부조화스럽게 느껴진다. 재즈를 좋아하고, 노인처럼 기다란 담배 홀더를 이용해 담배를 피우며, 우울할 때 오래된 호텔 바를 찾아가 어빙 벌린의 발라드곡을 즐기는 개츠비의 모습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20대 남자로 보기에는 관객의 시각에서도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라 감독은 자신을 투영시킨 개츠비를 통해 개인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여자들은 왜 나이 많은 남자를 좋아할까”라는 얼토당토 않는 자문은 뻔뻔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사라진 시대의 로맨틱한 꿈을 좇는 개츠비를 따스하게 바라본다. 서로 다른 이상향을 가진 개츠비, 애슐리 커플의 하루를 흥미로운 과정으로 그려내며 종내에는 낭만주의에 도달한다. 현실적이고 낭만을 모르는 애슐리의 하루는 폭우에 푹 젖어 끝나버리는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고, 개츠비는 거듭된 실망 끝에 자신의 낭만을 이해해 줄 누군가를 빗줄기 속에서 찾게 된다. 우디 앨런의 팬이라면 이전에도 본 적 있을 익숙한 서사다.


로마, 파리, 뉴욕 등의 도시들을 배경으로 황홀한 미장센을 추구했던 우디 앨런의 고집이 이번 작품에서도 도드라진다. 맨해튼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리니치 빌리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베멜만스 바, 센트럴 파크 등의 명소들을 아름다운 빛과 구도로 담는다. 특히 영화 내내 언급되던 센트럴 파크 델라코트 시계가 등장하는 장면은 낭만의 극치를 이룬다. 중간중간 화려한 상류 계층 인테리어가 시선을 빼앗기도 한다.


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가운데 배우들의 외모도 빛을 발한다. 연인으로 분한 라이징스타 티모시 샬라메와 엘르 패닝의 케미스트리가 상당하지만, 두 배우가 같이 붙어있는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아 커플 연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대신 개츠비 앞에 나타난 매력적인 여인 챈을 연기한 셀레나 고메즈가 티모시 샬라메와의 로맨틱한 순간들을 선보이며 달달한 감성을 충족시킨다.

개봉: 5월 6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출연: 티모시 샬라메, 엘르 패닝, 셀레나 고메즈 외/감독: 우디 앨런/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제공·공동배급: ㈜버킷스튜디오/러닝타임: 92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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