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조회수 2020. 4. 30.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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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사냥의 시간'·'인랑', 한국 영화가 그린 디스토피아 미래 사회

‘사냥의 시간’이 오랜 기다림 끝에 넷플릭스로 공개됐다. 영화는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현시대 청춘들의 생존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국내 영화 속 미래는 대부분 현대 사회의 부정적 측면을 극단화한 디스토피아로 그려진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은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이나 우려를 허구로 그려내 현실을 더욱 날카롭게 비판한다.

지난 23일 OTT 서비스 넷플릭스로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경제 붕괴로 망가진 가상의 미래 사회를 그렸다. 원화 가치가 폭락한 미래 한국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가게가 모두 문을 닫아 도시가 마치 거대한 폐허처럼 보인다. 한쪽에서 무장강도가 은행을 털고, 다른 한쪽에선 사람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인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준석(이제훈)과 친구들은 달러를 구해 해외로 떠나기 위해 사설 도박장을 털 계획을 꾸민다.

‘사냥의 시간’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은 과거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는 남미 국가를 여행하던 중 생수 한 병을 구매하기 위해 화폐 다발이 필요하고, 총소리가 일상이 된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했다. 이를 계기로 감독은 경제가 붕괴한 근 미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생존에 관한 은유를 담아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영화 속에서 끊임 없이 쫓기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친구들의 모습은 지금 현시대 청춘을 대변한다.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김지운 감독 연출작 ‘인랑’(2018)은 2029년 미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삼았다. 원작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비정상적으로 격화된 사회운동과 경찰의 진압이 만연한 1960년대 일본이 배경이다. 김지운 감독은 반정부 집단과 경찰조직의 대립이라는 구도를 위해 통일을 준비 중인 대한민국이라는 설정으로 혼란스러운 근 미래를 그렸다.

통일 한국이 신흥 강국으로 떠오를 것을 두려워한 강대국의 경제 제재로 민생이 악화하자 반정부 테러리스트 단체가 등장한다. 이에 맞서 정부는 무장력을 갖춘 경찰조직 특기대를 결성해 테러를 진압한다. 영화는 반정부 집단과 정부의 대립, 권력집단 간의 암투와 함께 조직의 도구로 전락해 인간성을 상실한 개인을 그린다. 영화 속 배경은 근 미래지만 이해집단의 충돌, 조직의 논리로 희생되는 개인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2012) 중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에피소드 ‘천상의 피조물’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깨달음을 얻은 로봇을 등장시킨다. 로봇 엔지니어 박도원(김강우)은 한 사찰로부터 사찰 로봇 RU-4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하는 경지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로봇을 점검한다. 로봇 제조사는 RU 로봇을 위험한 실패작으로 보고 RU-4를 해체하려 하고, 사찰 사람들은 RU-4가 깨달음을 얻었다 믿고 지키려 한다.

영화에서 인간은 자신들이 만든 로봇이 자신을 넘어서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창조물을 파괴하려 한다. 총을 겨누는 인간들을 향해 RU-4는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라며 설법을 시작한다. 영화는 뛰어난 인공지능이 인간의 대체를 넘어 우위에 선 시대를 예상하며 이를 비판적 시선을 담아 그렸다. 실제로 몇 년 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과의 바둑 대국에서 인간을 압도하며 기술 발전의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2003년 개봉한 ‘내츄럴 시티’는 핵전쟁 이후 도시국가로 재편된 미래 세계를 묘사했다. 사이보그 기술이 상용화된 시대로, 사이보그의 법정 수명이 정해져 있다. 영화 속 미래 사회는 법정 수명이 끝나고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사이보그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이를 제거하는 기관이 운영된다. 불법 사이보그를 제거하는 요원R(유지태)은 우연히 사이보그 리아(서린)를 만나고 그녀의 수명이 1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츄럴 시티’에서 R은 사이보그 리아를 살리기 위해 불법적으로 의식을 이식하는 ‘영혼더빙’을 계획한다. 영화는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는 사이보그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생명의 존엄성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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