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영화 제목이라고?

조회수 2020. 4. 16. 13: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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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췌장? 지푸라기?..알 수 없는 독특한 제목의 영화들

영화 제목은 흥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내용을 모두 알고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는 잘 없기에 관객은 제목을 보고 대략적인 내용이나 주제를 예상한다. 이 같은 이유로 영화 제목은 간결하면서 한눈에 쉽게 들어와야 한다.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을 비롯해 천만 영화 ‘극한직업’, ‘신과함께’ 시리즈, ‘아바타’, ‘괴물’, ‘도둑들’, ‘암살’ 등 모두 간결한 제목으로 영화의 주요 소재를 알렸다. 때로는 이런 기본공식에서 벗어나 도저히 영화 내용을 예측할 수 없거나,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긴 제목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품도 있다.

2017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일본 영화가 개봉해 눈길을 끌었다. 좀비, 고어물을 연상케 하는 제목과 달리 포스터는 벚꽃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등장한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영화로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소녀와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제목은 극 중 췌장암에 걸린 소녀가 소년과 나눈 대화와 고백에서 착안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은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을 표현한다. 원작자인 스미노 요루 작가는 독특한 제목에 놀란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제목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른 영화 시장과 비교해 소소하거나 독특한 감성을 담은 작품이 많은 일본 영화는 이전부터 개성 강한 제목도 많았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은 내용을 예상할 수 없는 제목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영화는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가 우연히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 여성 조제(이케와키 치즈루)를 만나 사랑하는 과정을 그렸다. 제목에 나온 호랑이와 물고기는 조제가 츠네오와 함께 보고 싶은 것들이다. 조제는 츠네오에게 “남자가 생기면 가장 무서운 걸 보고 싶었다”며 동물원 호랑이를 보러 간다. 호랑이는 조제 마음속 두려움을 상징한다. 심해에서 홀로 살아가는 물고기는 장애인으로 남들의 시선을 피해 살아갔던 조제 자신을 뜻한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긴 제목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영화도 있다. 지난 2월 국내 개봉한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는 제목만 20자다. 영화는 어느 날부터 남편이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부부의 일상을 다뤘다. 인터넷에 올라온 실제 사연을 영화화한 것으로, 처음에는 부인의 죽은 척이 불만에서 나온 것인 줄 알던 남편이 실은 아내가 자신에게 힘을 주기 위함이란 걸 깨닫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일본은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2009), ‘만약 고교야구의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2011),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붙잡힌 살인귀’(2020) 등 독특하면서 긴 제목의 영화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내 영화 중에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이 긴 제목을 자랑한다. 동네 반장 홍두식(김주혁)과 치과의사 윤혜진(엄정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영화 제목에 나온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이라는 문구는 애니메이션 ‘짱가’ 주제가 일부다. 동네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홍두식 캐릭터를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지난 2월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국내 영화 추세와 다른 독특한 제목과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등 화려한 멀티 캐스팅으로 호기심을 유발했다. 영화는 원작인 일본 소설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목욕탕에서 일하며 치매를 앓는 모친을 모시는 중만(배성우), 사라진 애인 탓에 사채 빚에 시달리는 태영(정우성),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고 싶은 연희(전도연) 등 영화 속 인물들은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돈 가방을 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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