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좀비물 선진국? K-좀비의 탄생 시초

조회수 2020. 3. 25. 0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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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국 좀비 영화 발전, '괴시'부터 '부산행'·'킹덤'까지

‘킹덤’ 시즌2가 전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조선 좀비 열풍을 불러왔다. 부패한 시체가 사람에게 달려들어 인육을 먹는 모습은 상상만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서양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좀비 영화는 국내에서 비주류지만 꾸준히 제작되며 명맥을 이어왔다. 비록 시작은 어설픈 흉내내기 수준이었지만 ‘부산행’, ‘킹덤’ 등 비약적 발전을 보이며 세계서도 주목하게 됐다.

국내 최초 좀비 영화는 ‘괴시’(1981)로 여겨진다. 이전까지 국내 공포 영화가 원한을 품은 귀신이나 구미호 등을 주로 다룬 반면 ‘괴시’는 되살아난 시체를 소재로 삼았다. 해충을 박멸하기 위한 초음파 송신기가 시체의 뇌를 자극해 깨어난다는 설정이다. ‘괴시’는 서양에서 주로 그려온 좀비와 달리 인간의 피를 빨아 먹으며, 홍콩 강시 영화 영향을 받은 듯한 연출들도 보인다.

‘괴시’ 이후 한동안 제작되지 않았던 좀비 영화는 2006년에 부활했다. ‘어느날 갑자기 네 번째 이야기 – 죽음의 숲’(2006)은 입산 금지된 숲에 들어간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 일행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숲의 저주로 인해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으로 국내 공포영화 정서가 많이 들어있다. 2007년에는 ‘불한당들’이라는 단편 좀비 영화가 제작됐다. 제 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단편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006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이 응원 도중 좀비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2010년에는 작은 규모의 좀비 영화 2편이 관객을 찾았다. ‘이웃집 좀비’(2010)는 좀비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서울을 배경으로 6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은 작품이다. 기존 좀비 영화가 대부분 스릴러, 공포 장르였다면 ‘이웃집 좀비’는 공포부터 코미디, 드라마,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녹여냈다. ‘미스터 좀비’(2010)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가장이 좀비에게 물려 좀비가 된 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다.

2012년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에피소드 중 ‘멋진 신세계’는 좀비 바이러스 확산을 그렸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가공된 사료를 먹은 쇠고기로부터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됐다는 설정으로 광우병 등 사회 이슈를 풍자했다. ‘인류멸망보고서’는 류승범, 고준희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이전 작품들보다 높은 완성도의 좀비 분장을 선보였다.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국내 영화 최초로 시도된 좀비 블록버스터다.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사투를 그렸다. 영화는 서양의 좀비를 차용하면서 한국적인 정서를 녹인 새로운 비주얼을 시도했다. 감각이 둔하고 느린 좀비가 아닌 역동적으로 돌격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100명이 넘는 감염자는 연령, 성별, 장소 등에 따라 분류해 다양한 동작을 설정했다. 이와 함께 영화는 다양한 군상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감정과 이기심, 사회적 갈등을 그려 몰입을 더했다.

‘부산행’은 1156만 명 관객을 동원해 천만 영화에 등극했으며 프리퀄 애니메이션인 ‘서울역’(2016)이 같은 해 개봉했다. ‘부산행’ 속편 ‘반도’는 촬영을 마치고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반도’는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부산행’ 4년 후를 그리며 직접적인 스토리 연결은 없지만 세계관을 공유한다.

2018년에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영화 ‘창궐’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보다 먼저 개봉했다. ‘창궐’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가 창궐한 조선에서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영화다. ‘창궐’은 조선시대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설정으로 신선한 비주얼의 좀비와 화려한 액션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완성했다.

‘기묘한 가족’(2019)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좀비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로 코미디에 집중했다. 우연히 좀비에게 물리면 회춘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한 가족은 좀비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좀비의 기본적인 설정을 조금씩 비틀어 유쾌한 웃음과 함께 사회 풍자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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