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기록 뒤에 드리운 고질적인 문제점

조회수 2020. 1. 8.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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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에 이어 '백두산'까지, 영화계가 가진 고질병 스크린 독과점

영화 ‘백두산’이 겨울 극장가에서 독보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영화계가 가진 뿌리깊은 고질병 스크린 독과점이 존재한다. ‘백두산’은 개봉 이후 첫 주말 상영 점유율이 47.4%, 좌석 점유율이 54.1%(이하 영진위 영화관 입장원 통합전산망 기준)에 육박했다.


지난 2019년은 천만 관객 영화가 다섯 편이나 등장했지만, 그만큼 많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고질병이 두드러졌다. CJ엔터테인먼트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등 대형 배급사가 유통한 영화들은 연일 몰려드는 관객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지만, 다른 영화들은 관객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잡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개봉해 극장가 입소문을 타던 ‘포드V페라리’나 ‘나이브스 아웃’은 ‘대작’ 영화들에 밀려 어느새 쉽게 관람하기 어려운 영화가 됐다.

이런 상황에 국내 영화계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12월 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 2’가 국내 상영관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어 독점금지법(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입·배급사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블랙머니’(2019)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겨울왕국 2’ 스크린 독과점 비판을 공론화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영화계가 국내 배급사에게는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다. 2019년 천만 영화 중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겨울왕국 2’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지만, ‘극한직업’과 ‘기생충’은 각각 상영점유율이 54.7%, 53.1%에 달했음에도 별다른 논란 없이 상영을 마무리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 ‘겨울왕국 2’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던 정지영 감독은, 국내 영화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에 “동료 영화인들이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여 돈을 잘 벌고 있는데, 그들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백두산’ 상영 현황에서도 스크린 독과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개봉 15일째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백두산’은 개봉 첫 주 주말 상영 점유율이 47.4%, 좌석 점유율이 54.1%에 육박했다. ‘백두산’은 700만(1월 2일 기준) 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지난 12월 20일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반독과점영대위)가 ‘백두산’이 스크린 독과점을 행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스크린 독과점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다름아닌 소규모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이다. 이런 작품들은 관객에게 다가갈 기회가 적고 국내 대형 배급사들에 밀려 마케팅 또한 쉽지 않다. ‘기생충’과 함께 칸에서 경쟁한 작품이자 ‘백두산’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미안해요, 리키’(감독 켄 로치)는 상영 점유율 0.6%가 최고 기록이다. 개봉 이후 첫 주말에도 오히려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줄었다.


‘겨울왕국 2’가 고발 당할 당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영화 향유권과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 받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다양한 영화들이 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스크린 독과점은 경계돼야 마땅하다. 태양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다는 말이 있듯, ‘백두산’이 기록하는 폭발적인 흥행 아래 어떤 배경이 있는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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