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왕좌의 게임'이라고?

조회수 2020. 1. 7. 10: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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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위쳐'가 제2의 '왕좌의 게임'? 말도 안돼!

넷플릭스 야심작 ‘위쳐’가 연말 연초를 뜨겁게 달궜다. 2019년 끝자락인 12월 20일 공개된 ‘위쳐’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발표한 ‘2019년 국내 시청자들에게 가장 사랑 받은 작품 TOP 10’ 중 3위로 자리매김했다. 12월 공개작들은 시청 예상 수치가 반영됐지만, 지금 이 순간 ‘위쳐’가 가장 높은 화제성을 지닌 작품임은 틀림 없다.


다만 ‘위쳐’가 이듬해 공개될 시즌2까지 흥행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슷한 중세 판타지 장르인 HBO 시리즈 ‘왕좌의 게임’이나 영화 ‘반지의 제왕’ 등이 ‘위쳐’의 비교 상대로 거론됐지만, ‘위쳐’는 앞선 두 작품들과 견주기 어려울 만큼 어설프고 심심한 중세 판타지에 불과하다.

‘위쳐’에서 그나마 돋보이는 장점은 원작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세계관이다. 게임으로도 수 차례 제작된 만큼 매력적이고 촘촘한 설정들이 묻어난다. 1500년 전 일어난 대재앙으로 여러 땅이 합쳐져 대륙이 형성되고, 인간이 모든 존재 중 가장 높은 권력과 힘을 지녔다는 설정이다. 엘프나 난쟁이 등 고대 종족들을 모두 몰아낸 인간이 마법사, 괴물들과 함께 대륙을 지배하는 불공정한 판타지 세계다.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위쳐는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위해 개조된 돌연변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 당하면서도 인간들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위쳐’는 가장 강한 위쳐 리비아의 게롤트(헨리 카빌)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몬스터들을 처치하며 방랑하던 게롤트는 매 순간 자신과 운명으로 엮인 누군가를 인지하게 되고, 결국 그 상대를 찾아 나서면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걸어 들어간다.

게롤트가 운명에 서서히 이끌리는 거대한 틀 안에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열을 이룬다. 기본적으로 에피소드 한 편마다 게롤트가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을 만나고, 몬스터들을 해치우거나 구해주는 식이다. 시즌1은 주요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원작 소설 속 가장 극적이고 중대한 사건들만 각색해 구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위쳐’ 시즌1은 무색무취 그 자체다. 시청자를 매혹시키는 강렬함이 배제된 채, 단편적인 이야기만 연속적으로 늘어놓기에 앞선 설명이 더욱 납득되지 않는 것이다.


장대한 소설을 에피소드 여덟 편으로 축소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난항이었는지를 시청자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구성이 뒤죽박죽이다. 주요 인물인 게롤트, 예니퍼(안야 차로트라), 시리(프레이아 앨런)를 중심으로 세 개의 시간대를 동시에 다루다 보니 미리 알고 보지 않는 한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비슷하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덩케르트’도 세 개의 다른 시간대를 동시에 전개시킨 작품이지만, 적어도 ‘덩케르트’는 ‘위쳐’처럼 각 흐름이 서로 교차되며 발생하는 혼란은 전무했다.


설상가상으로, 리비아의 게롤트 역을 맡은 헨리 카빌은 극을 이끌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연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긴다. 외모는 게롤트 역을 맡기에 모자람이 없으나, 낮고 중후한 목소리를 흉내내는데 급급해 엉성한 연기를 자아낸다. 주변 인물들도 부족한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원 캐릭터의 매력을 급감시킨다. 이 가운데 주요 인물들 중 예니퍼 역을 맡은 안야 차로트라 만큼은 뛰어난 열연이 돋보인다. 그는 아픈 트라우마를 가슴 속에 지닌 채 표독스러운 인물로 거듭나는 마법사 예니퍼의 변화를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으로 묘사해냈다.

‘위쳐’는 한 방이 없다. 출중한 CG로 입이 떡 벌어지는 장면도, 골을 때릴 만큼 충격적인 스토리도, 이입을 불러오는 킬링 캐릭터도 전무하다. 그럼에도 쓴 소리만 하기에는 다양한 시도가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여성이 왕권을 쥐고 전장의 선봉에 서거나, 가장 강력한 존재로 군림하는 등 비중 높은 여성 서사를 그린다. 엘프, 마법사 등 주로 백인으로 이미지가 고착화 된 존재들 역시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등, 그동안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위쳐’ 제작자 로렌 슈미트 히스릭은 앞서 ‘위쳐’를 시즌7까지 모두 구상해놨다고 인터뷰 한 바 있다. 현재 ‘위쳐’ 제작자들에 가장 필요한 건 머나먼 미래 계획부터 세우는 게 아닌, 당장 제작에 돌입해야 할 시즌2를 한번 더 돌아보고 검토하는 자세일 듯 하다. 시즌 1에서 수두룩하게 묻어난 단점들에도 애정을 피워낸 팬들은 ‘위쳐’가 장기적인 시리즈가 되길 바라고 있다. 서막에 불과했던 시즌1을 지나, 본격적인 판타지를 꽃피울 시즌2는 보다 탄탄한 작품성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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