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레이는 전설이 될 수 있을까

조회수 2019. 12. 30. 12: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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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레이는 어떻게 전설이 됐나

‘스타워즈’는 늘 젊은 제다이의 성장기를 다뤄왔다. 시리즈를 이끈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와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포스를 타고나 초월적인 성장을 이룬 캐릭터들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은하계에서 저명했던 제다이들과 그들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들은 전설처럼 여겨졌다. 또 다른 포스의 힘을 타고난 젊은 제다이 레이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2015-2019)는 신선한 얼굴들로 세대교체를 이루며 시리즈를 이끌 새로운 제다이 레이(데이지 리들리)를 등장시켰다. 그 옛날 마음껏 모험을 펼치고 싶어 하던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와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다. 다크사이드의 아성이 끊이지 않는 시기에 태어나 외롭게 자란 레이는 또 다른 주인공 핀(존 보예가)과 드로이드 BB-8을 만나 저항군에 가입한다. 저항군을 위해 싸우면서 어느덧 자신 안에 내재돼 있던 강렬한 포스를 느낀 그는 제다이로서의 운명을 맞이한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감독 J.J. 에이브럼스)는 42년 동안 이어진 스카이워커 사가 9부작 마지막 에피소드다. 오랜 수련을 받은 레이가 더 강력한 포스를 지닌 제다이로 거듭나고, 퍼스트 오더를 지배한 숙적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과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에서 치명타를 입은 저항군은 대폭 감소된 반면, 퍼스트 오더는 더 거대하게 몸집을 불려 역대 가장 위협적인 악 라스트 오더로 거듭난다.


라스트 오더 전면에는 빌런 카일로 렌이 있다. 그에 대항하는 레이는 저항군의 희망이다.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베이더의 관계처럼 레이와 카일로 렌 역시 묘한 집착과 애증이 동반된 숙명의 라이벌 구도를 이룬다. 카일로 렌은 레이를 포스의 다크사이드로 이끌려 하고, 레이는 카일로 렌을 다크사이드로부터 구출해내려 한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그 끈질기면서도 흥미로운 관계가 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격정적으로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수차례 등장하는 레이와 카일로 렌의 결투 장면들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선보인 것 중 가장 역동적이고 파괴적인 액션 시퀀스로 완성됐다. ‘스타워즈’의 백미는 단연 광선검(라이트세이버) 싸움이다. 특히 레이가 척박한 사막에서 스피더를 타고 공격해오는 카일로 렌을 막기 위해 덤블링을 하며 스피더를 두동강 내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 외에도 거대한 우주, 울창한 숲 속, 폭풍우 치는 바다 등 다채로운 배경과 어우러지는 액션신들이 쉴 틈 없이 몰아치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액션신은 레이가 이룩한 발전을 여실히 드러낸다. 레이가 더 강인한 인물로 성장하게끔 이끌어주고 임무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조력자들 덕분이다. 오리지널 시리즈(1977-1983)에서 활약했던 주역들이 시퀄 시리즈에 차례대로 등장하며 레이와 저항군의 선을 향한 여정에 동참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에서는 한 솔로(해리슨 포드)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등장했고 이번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랜도 칼리지안(빌리 디 윌리엄스)이 반가운 모습을 드러내 여전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연출했던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자타공인 ‘스타워즈’ 마니아 감독이 나선 만큼 관객들에게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환기시킬 수는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완결편을 완성시키지는 못했다.


전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이후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방치된 시퀄 스토리를 어떻게든 수습해보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전개와 연출 면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 더 많은 액션과 반전을 선보이기 위해 불필요한 장면들이 개입되면서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진 게 가장 큰 흠이다. 장대한 이야기를 2시간 40분 안에 눌러 담으려다 보니 과하게 빠른 전개가 이어진 점도 아쉽다.

뿐만 아니라 시리즈에 애정을 갖고 지켜본 팬들이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전작과 충돌하는 설정 오류들이 범람한다. 각자 다른 곳에 있어도 서로를 마주 볼 수 있는 레이와 카일로 렌의 능력에 대한 설명이 이번 작품에서는 아예 바뀌어 있다거나, 전작에서 러브라인을 그렸던 핀과 로즈의 관계성이 완전히 증발된 점 등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오롯이 집중하는 동시에 또 한 명의 영웅을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다크사이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선을 지켜낸 레이의 이야기는 전설적인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와 닮아 있어 복받쳐 오르는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제목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마지막 장면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알리며 뜨거운 여운을 남긴다.

국내개봉: 2020년 1월 8일 /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 출연: 데이지 리들리, 아담 드라이버, 존 보예가, 오스카 아이삭, 빌리 디 윌리엄스, 캐리 러셀 등 / 감독: J.J. 에이브럼스 / 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러닝타임: 141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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