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야? 사람이야? 이거 안 본 눈 사요

조회수 2019. 12. 27.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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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골짜기 '캣츠', 영화와 뮤지컬의 줄타기

뮤지컬 영화는 뮤지컬과 영화가 갖는 특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노래와 춤을 통해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기도 하고, 특정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관객을 몰입시키기도 한다. 특히 톰 후퍼 감독이 연출했던 작품 ‘레미제라블’(2012)은 영화가 갖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웅장한 노래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레미제라블’ 이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뮤지컬 영화 감독이 된 톰 후퍼가 새로운 작품을 공개한다. 그는 1981년 초연 이후 지난 39년간 꾸준히 사랑 받아온 뮤지컬 ‘캣츠’를 영화로 재현했다. 이에 더해 영화에 들어간 새로운 사운드 트랙 ‘뷰티풀 고스트’(Beautiful Ghosts)를 원작자인 거장 뮤지컬 감독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영화, 예상과는 달리 분위기가 묘하다. 부푼 가슴을 안고 새로운 ‘캣츠’를 만났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낯선 모습에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

먼저 극중 캐릭터가 그려지는 모습은 반감을 부른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있는 기묘한 모습이다.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를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시도한 CG(컴퓨터 그래픽)작업은, 오히려 기괴한 생물체를 만들었다. 작품 속 고양이들은 사람과 닮을수록 혐오감을 더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퍼포먼스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원작을 충분히 재현하기 위해, 영화에서도 사람을 직접 고양이로 분장시킨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지점이다. 특히 춤은 배우가 가진 실루엣과 그가 표현하는 몸짓이 중요한 이유로, 사람의 육체가 직접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감동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람과 고양이가 섞인 이 낯선 모습은 계속해서 혐오감을 불러오며, 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크나큰 걸림돌이다.


또 ‘캣츠’는 영화가 아닌 뮤지컬을 보는 듯 한 감상을 남긴다. 기존 뮤지컬 영화들이 사건과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음악과 춤을 감정 표현 도구로 활용한 반면 ‘캣츠’는 춤과 노래를 작품 중심에 놓았다. 이와 같은 연출 방식은 불친절하다. 노래만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서사는 충분한 설명이 없어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고양이가 관객과 눈을 맞추며 직접 대화를 건네는 장면은, 간신히 이어가던 작품에 대한 몰입을 완전히 깨뜨린다.

이것은 혹여 감독이 의도한 바일지라도 전혀 반갑지 못한 표현법이다. 이러한 시도는 신선한 감상보다 낯선 감정이 발하는 불편함을 주로 만든다. 작품 감상을 마치고 나면 영화로 재해석된 새로운 ‘캣츠’가 아닌 각색된 뮤지컬로 기억에 남는다. 관객은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간 것이지 뮤지컬을 관람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 ‘캣츠’가 재현한 퍼포먼스는 여전히 관객에게 감동을 안긴다. 특히 원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음악 ‘메모리’(Memory)는 강렬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폭발적인 감정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OST ‘뷰티풀 고스트’(Beautiful Ghosts)와 다양한 춤들 역시 깊은 인상과 함께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 영화만이 갖는 재미가 두드러지는 부분도 있다. 한 무대 안에서 모든 것이 진행되는 뮤지컬과 달리 영화 ‘캣츠’는 다양한 세트를 구성해 공간적 한계를 벗어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캐릭터가 가진 개별적 이야기와 퍼포먼스를 보다 동화적이면서도 화려하게 그려낸다. 영화 ‘캣츠’는 노래를 통해 감동을 자아냄과 동시에 무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구도와 연출을 보여준다.

순진무구한 고양이 캐릭터 빅토리아(프란체스카 헤이워드)를 새롭게 해석해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은 극중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영화는 빅토리아가 사람들에게 버려져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고양이들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관객은 빅토리아 입장에서 낯선 세상을 바라보게 되며, 그가 가진 시선과 감정을 자연스레 따라간다. 그를 중심으로 사건과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낯선 감정은 잊고 영화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캣츠’는 빅토리아와 그리자벨라(제니퍼 허드슨) 그리고 여러 고양이를 통해 혼란한 세상에 던져져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멋진 춤과 노래를 통해 깊은 감동을 전한다.

국내개봉: 12월 24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출연: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이드리스 엘바,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주데 덴치, 이안 맥켈런, 제이슨 데룰로, 레벨 윌슨/감독: 톰 후퍼/ 배급: 유니버설 픽처스/러닝타임: 109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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