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스님이 만들었다? 취향 탈 것 같은 송강호 신작

조회수 2019. 7. 16. 09: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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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호불호 리뷰 l 준수하지만 vs 압도적이지 않다

송강호와 박해일, 故 전미선 주연의 ‘나랏말싸미’가 7월 15일(월)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됐다. 세종대왕(송강호)의 한글 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팩션 사극이다.


사진 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 오랜만에 등장한 웰메이드 팩션 사극


‘나랏말싸미’는 정통 사극의 무게감과 팩션 사극의 상상력을 준수하게 결합했다. 한글을 만든 주인공이 반골 기질을 가진 승려 신미(박해일)였다는 설정은 숭유억불(崇儒抑佛)이 득세했던 조선 초의 시대상과 맞물려 극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영화는 세종대왕을 성군이라는 이미지에 가두지 않는다. 군중 속 고독, 지긋지긋한 병마, 아내를 향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세종은 우리가 익히 알던 강인한 군주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상처와 실패를 딛고 일어난 결과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무겁지는 않다. 개성이 뚜렷하고 인물들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화, 재치 있는 상황 설정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있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등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촬영했다. 세월이 만든 아름다움이 화면에 담겼다. 또한 미술과 의상, 소품의 색감 역시 자연스럽다. 원색을 지양해, 인위적이지 않다.


사진 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 주어만 바뀐 너무나도 잘 아는 이야기


‘나랏말싸미’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의 이야기다. 교과서는 물론이고 영화, 드라마 등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 다뤘다. 영화는 사전 정보가 많은 관객에게 새로운 재미를 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출발한다.

영화가 준비한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글 창제라는 업적과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모습을 결부시켰다. 둘째, 한글 창제의 주역으로 집현전 학자들이 아닌, 신미로 대표되는 스님들을 내세웠다.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시도는 흥미롭다. 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주어만 바뀌었을 뿐, 한글 창제 영감을 얻는 과정이나 시행착오 등은 익숙하다. 신미 스님을 집현전 학자들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 또한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린다는 시도 역시 ‘나랏말싸미’가 처음은 아니다. 비록 역사가 스포일러일지라도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팩션 사극의 장점을 좀 더 살리는 편이 좋았을 뻔했다.


사진 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 극장에서 볼까? YES


웰메이드 팩션 사극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자극적인 설정은 없지만, 화면 구석구석까지 공을 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지점이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된다.


성선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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