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돼지와 벌레로 프랑스에서 인정받은 남자
봉준호 감독이 신작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 주인공이 됐다. 칸 국제 영화제 최고의 영예다. 사실 칸 영화제의 봉준호 사랑은 ‘기생충’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무려 다섯 편의 연출작이 칸 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 ‘괴물'(2006) – 감독 주간 초청
봉준호 감독과 칸 영화제의 인연은 ‘괴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괴물’은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에 이은 봉준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서울 한강변에서 매점을 하는 가족이 정체불명의 괴물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국내에서는 천만 영화 대열에 들며 대박을 터뜨렸다. 제59회 칸 국제영화제는 비경쟁부문인 감독 주간에 ‘괴물’을 초청했다.
# ‘도쿄!'(2008) – 주목할 만한 시선 입성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두 번째 진출작은 ‘도쿄!’다. 일본 도쿄를 무대로 한 연작 세 편으로 꾸며지는 옴니버스 영화다. ‘이터널 선샤인'(2005), ‘수면의 과학'(2006) 미셸 공드리, ‘나쁜 피'(1994) ‘퐁네프의 연인들'(1992) 레오 까락스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봉준호 감독은 ‘흔들리는 도쿄’를 연출했다. 히키코모리로 살던 한 남자가 피자 배달부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 ‘마더'(2009) – 주목할만한 시선 재진출
세 번째 진출작은 김혜자와 원빈 주연작 ‘마더’다.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이다. 아들이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누명을 쓰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엄마가 주인공이다. 2006년 ‘괴물’ 이후 3년만에 만들어진 봉준호 감독의 장편 신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신작을 공개하자마자 연속으로 칸의 부름을 받았다.
# ‘옥자'(2017) – 경쟁 부문 입성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 유력 수상 후보로 점쳐지기 시작한 분기점은 ‘옥자’다.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금종려상 후보들이 모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미국 넷플릭스가 투자 및 제작을 맡았다. 하지만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만이 수상 자격이 있다는 칸 영화제와 ‘옥자’를 제작한 넷플릭스의 입장차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 ‘기생충’ – 경쟁 부문 재진출 및 황금종려상
다섯 번째 진출작이자 수상작은 ‘기생충’이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 사장(이선균)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았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옥자’에 이어 두 번째다. ‘기생충’은 칸 영화제 공식 상영 이후 한국 사회의 계층 갈등과 빈부 격차를 서스펜스와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평을 이끌어내며,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점쳐졌다. 결국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 중 최초다.
성선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