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영화 만든 '콜바넴' 감독의 숨겨진 의도

조회수 2019. 5. 21. 18: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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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의 1977년, '서스페리아'에는 감독의 일부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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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1977)는 매혹적인 미장센과 강렬한 색감이 인상 깊은 공포 영화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을 ‘아이 엠 러브’(2011)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다시 꺼내 들었다. 문제적 작품의 문제적 재탄생,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어린 시절 ‘서스페리아’가 남긴 선명한 영감을 토대로 오랜 꿈을 실현해냈다.

출처: 사진 더쿱
‘서스페리아’를 처음 본 열세 살 때부터 이 작품의 제작을 꿈꿔왔습니다. 40년 만에 염원을 이룬 소감이 궁금하네요.

영화가 완성되고 제 손을 떠나니 아이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보내는 아버지 같은 마음이 들어요. 그 아이가 워낙 유별난 만큼 걱정도 되지만, 잘 이해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영화에 대해 “개인적 의미가 가장 큰 작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원작에 대한 인상이 워낙 강했기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서스페리아’는 제 일부를 이야기한 작품이기도 해요.

출처: 사진 더쿱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를 처음 본 순간이 궁금해지네요. 작품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원작을 처음 본 건 어렸을 때였습니다. 한여름에 상점도 다 닫은 날이었는데, 마을을 걷다가 ‘서스페리아’ 포스터를 봤어요. 보자마자 바로 빠져들었죠. 디자인이 정말 훌륭했고, 한 번에 매료됐어요. 그리고 몇 년 후에 영화를 봤는데,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불가능이라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당시 저는 영화를 잘 몰랐고 막연히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었거든요. ‘서스페리아’가 원초적인 영감을 줬고 그 영감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서스페리아’가 남긴 영감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과 그분의 작품을 좋아하잖아요. 저와 같은 느낌을 받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는 제 감성에 큰 충격을 줬어요. 영화가 어떻게 강력한 무기가 되고, 한 사람의 내면에 충격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생생한 경험을 한거죠.

출처: 사진 더쿱
그렇게 의미가 큰 작품을 본인의 손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직히 잘 모르겠네요.(웃음) 원래는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원작이 개봉한 1977년과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어요. 당시의 복잡한 시대상을 반영했습니다.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된 해니까요.


1977년과 작품을 연결 짓고 싶었던 이유는요?

원작이 개봉하기도 했고, 1997년은 제게도 큰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제가 살던 이탈리아에서도 테러가 극에 달했고 페미니즘 운동도 절정에 이른 시기였습니다. 당시 겨우 여섯 살이었는데도 그 분위기가 기억이 나요. 거기서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요.

출처: 사진 더쿱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그려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군요. “관객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었다”고도 말했고요.

폭력에 대한 공포를 통해서 무용 아카데미 안의 세력 다툼이나 불길한 느낌을 반영하고 싶었어요. 또 영화의 이미지가 관객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길 바랐습니다. 누군가는 그 영향으로 불안감에 휩싸였으면 했고요.

영화 속 인물들은 격정적으로 고난도의 춤을 춥니다. 춤의 난이도가 워낙 높아, 연기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요?

걱정은 안 했습니다. 정말 영리하고 재능 있는 배우들과 함께했거든요. 이런 능력을 갖춘 배우들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열정적이고 힘차고, 예술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배우들이죠.

출처: 사진 더쿱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2016)에 이어 틸다 스윈튼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췄습니다. 두 사람은 20년 지기 친구 사이이기도 하죠. ‘서스페리아’의 시작 단계부터 틸다 스윈튼의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요?

틸타 스윈튼과 저는 가족 같은 사이에요. 그냥 일상적으로 계속 함께하는 거죠. 언제 ‘서스페리아’ 얘기를 꺼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주 오래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코타 존슨도 마찬가지예요. 특별히 아끼고, 함께 하고 싶은 여러 배우 중의 하나죠. 제 역할은 누군가에게 뭘 하라고 감독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감사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좋고, 그렇게 가족을 만들어나가는 겁니다.

출처: 사진 더쿱
마녀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여성들이 지닌 힘을 파헤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의 힘을 마법에 빗댄 표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스페리아’는 여성을 마녀에 비교한 여성 혐오 사상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여자들은 마녀라 정죄 받아 왔죠. 중세 시대에 들어서고 계몽주의가 나타나면서 마녀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어요. 교회 또는 공동체 사회에서는 독립적이거나 혼자 다니는, 또는 모임을 좋아하는 여성이 마녀라는 사상이 퍼졌고 실제로 마녀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그래서 아예 자신을 마녀라고 칭하는 여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마녀로 몰려서 희생될 필요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자신의 힘을 당당히 외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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