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이비가 아닙니다

조회수 2019. 3. 20.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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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있어도 떠먹여 주는 친절한 영화가 지겹진 않으신지? 120분짜리 말초적 재미를 찾는 것도 좋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영화 한 편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최근 개봉작 중 관객에게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을 모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불친절할 수도 있고, 종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이비들의 행진은 아니다. 삶은 원래 구도(求道)의 연속 아니던가. 중요한 건 질문을 던진다는 거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소개할 영화들은 메시지는 물론, 재미도 있다.


사진 미로 스페이스

# ‘사바하’ 절대자의 행방을 묻다


직업은 성직자인데, 신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박 목사(이정재). 사이비 종교 전문가인 그는 사슴 동산이라는 신흥 종교단체의 뒤를 쫓다가 엄청난 비밀을 발견한다. 개신교 신앙에 불교의 세계관을 접목했다.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에 충실한 뼈대를 가진 친절한 영화다.


불량한 성직자 박 목사는 장재현 감독의 시각이 담긴 캐릭터다. 냉담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절대자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그의 바람이 극중 사건의 출발점이다. 엔딩에 도달하면 관객 역시 박 목사가 느꼈던 공허함에 공감할 수 있다.


사진 미로 스페이스

# ‘우상’ 맹목적 믿음의 덫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단편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다. 청렴해 보이지만 권력 앞에서는 돌변하는 도의원, 아들과 함께 쌓아올린 세상의 붕괴를 용납할 수 없는 아버지, 생존을 위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는 여자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길을 걷던 이들의 삶은 뺑소니 사고를 계기로 뒤엉킨다.


이수진 감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맹목적 믿음에 주목한다. 권력욕과 부성애, 생존 본능에 대한 고찰은 닳고 닳은 소재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답을 구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주제다. 자신을 지탱하던 세계가 무너질 때,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나약해질 수 있는지가 ‘우상’에 담겼다.


사진 미로 스페이스

# ‘예수보다 낯선’ 내 안의 물음과 마주하다


예수와 밥 먹는 영화를 찍고 싶은 영화 감독(여균동). 어느 날 자신이 예수(조복래)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나 인사를 건넨다. 누가 봐도 동북아시아 표준형 얼굴에 서울 말씨를 쓰는데, 자신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니. 제정신인가 싶지만, 어쩐지 쉽게 쫓아버리기가 어렵다.


‘예수보다 낯선’은 종교 영화 같지만, 본질은 블랙 코미디다. 감독은 예수와 함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감독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결국은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세요? 원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재치있는 화법으로 풀었다. 웃으면서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극장을 나오면 내 안의 여러 질문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성선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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