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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 신작 '풀잎들' 호불호 리뷰

조회수 2018. 10. 18. 20: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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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편안한 담론 VS 난데없는 인생 설교

홍상수 감독의 ‘풀잎들’이 10월 16일(화) 언론 시사회에서 공개됐다. 홍상수 감독의 스물두 번 째 장편영화이자 네 번째 흑백 영화이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그 후’(2017) ‘클레어의 카메라’ 에 이어 김민희가 주연으로 출연한 다섯 번째 영화다. ‘풀잎들’은 작가는 아니지만 어떤 글을 쓰는 여자 아름(김민희)의 방랑기를 담았다. 그가 하루 동안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를 떠돌며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는 이야기다.


# GOOD!

자연스럽게 엮어낸 편안하고 다채로운 이야기

주인공을 중심으로 엉뚱한 일이 벌어졌던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풀잎들’에는 삶과 예술,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진 (주) 영화제작전원사 , 콘텐츠판다 , 무브먼트

‘풀잎들’에는 감독의 전작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 ‘밤의 해변에서 혼자’ 에 비해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모든 것을 잃고 자살을 기도한 남자, 예술적 성취를 바라는 남자, 연인의 죽음으로 원망 받는 여자. 많은 인물은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죽음의 무게를 감내하거나 외면하고, 또 다른 기회로 여긴다. 감독은 그 태도를 평가하기보다 언제나처럼 술잔을 맞부딪히며 각자의 생각을 인정하고 그대로 두기를 택한다. 덕분에 ‘풀잎들’은 처음 보는 이들과 자유롭게 주고받는 담화처럼, 잔잔하고 편안한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진지한 순간 ‘툭’ 하고 터지는 웃음도 참을 수 없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본인은 진지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지질한 말, 그로부터 비롯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 상황) 때문에 불시에 웃음이 터진다. 사실은 그 지질함에 공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BAD!

여전한 가르침, 난데없는 인생 설교

남동생의 여자친구를 소개받은 아름은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것도 잠시, 남동생 커플에게 서로에 대해 잘 아느냐며 윽박을 지른다. 사진 (주) 영화제작전원사 , 콘텐츠판다 , 무브먼트

진지한 대화에는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있지만 ‘갑분싸’가 대부분이다. 줄곧 다른 이의 대화를 듣기만 하던 아름은 남동생과 그의 여자친구 앞에 서자 갑자기 꼰대가 된다. 사상 검증에 가까운 질문으로 상대방을 자극하며 줄타기 같은 대화를 이어간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 홍상수 감독의 전작에도 비슷한 상황이 여럿 있었다. 돌변하는 그의 모습에 당황스러울뿐더러 공감조차 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변명하는 홍상수 감독의 성격도 여전한 듯하다.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 연인 관계임을 인정한 후,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내놓았다. ‘풀잎들’에서도 감독의 변명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아름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남동생 커플에게 이런 설교를 늘어놓는다. “서로를 잘 알아야지. 맞는 사람끼리 만나서 결혼을 하는 거야. 그냥 결혼하고 살고, 그래봤자 실패하는 거야. 그게 얼마나 무책임한 건데.” 가르치는 어조로 말하는 아름의 대사는 감독과 배우의 개인사를 연상시킨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그의 설교는 그다지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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