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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박정민 “남다른 인복, 저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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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무비 작성일자2018.07.13. | 642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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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일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이. 박정민은 지난 12년 동안 배우로서 삶을 꾸려왔다. 그 원동력도 역시 인복이다. 요령없이 열심히 부딪혔던 모습을 눈여겨본 이들이 내민 손은 박정민을 ‘변산’으로 이끌었다. 그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 양팔과 등에 문신을 남긴 이유

인내와 초심, 그리고 가족. 박정민에게 중요한 가치는 그의 양팔과 등에 문신으로 새겨져있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축하합니다. 드디어 배우 크레디트 1번에 이름을 올렸어요. 무려 ‘변산’의 원.톱.주.연 아닙니까? 

으하하.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물론 기분은 좋죠. 하지만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워요. 답답한 마음도 있고요. 제가 서른하나일 때 ‘변산’ 촬영을 시작했거든요. 예상보다 빨랐어요. 원래는 막연하게 마흔 정도에만 상업영화도 해보고, 주연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혼자 누워있을 때 그런 상상들을 하잖아요. 근데 예상보다 이르게 상업영화 주연이 되었어요.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경험이 별로 없으니까요.

양팔에 새겨진 문신이 눈에 들어오네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문신은 분장인 줄로만 알았어요.

오른팔에는 참을 인(忍)이라는 글자를 새겼어요. ‘변산’에도 나오는 문신입니다. 왼팔에 있는 타투는 촬영이 끝나고 생겼죠. 삼나무의 모양입니다. 꽃말이 곧은 마음이거든요.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인 거죠.

‘그것만이 내 세상’이 끝난 뒤 심경 변화가 문신으로 이어졌다고 들었어요.

당시에는 화가 많이 난 상태였어요. ‘그것만이 내 세상’이 저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입니다. 매 순간 감당을 못하겠더라고요. 할 일도 많았고, 여러 가지 사건들도 있었어요. 결국은 제가 그것들을 담아낼 그릇이 작다는 게 문제였고요. 여기는 완전히 다른 리그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어요.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면 우울해졌어요. 문신이 새기고 싶더라고요. 때마침 래퍼 역할을 해야 하는 ‘변산’을 하게 되었고요. ‘아싸, 구실이 생겼다’ 싶었죠.

등에는 부모님 사진을 문신으로 새겼습니다. 효를 행하기 위해 불효를 저지른 건가요?

하하, 역설적이게도 그러네요. 부모님의 사진을 그림의 형태로 그려 넣었어요. 정밀화처럼 진짜 똑같이 그린 거죠.


# 상업영화 첫 주연작 ‘변산’을 품에 안기까지

상처받은 기억을 외면하고 싶어하고, 콤플렉스도 많은 학수는 넓은 공감대 위에 선 캐릭터다. 랩과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박정민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그것만이 내 세상’ 오진태는 인간 박정민의 흔적을 최대한 감춘 캐릭터입니다. ‘변산’ 학수는 실제 박정민이 연상되기도 해요. 나이대도 비슷하고, 랩과 글쓰기를 좋아하죠.

저와 공통점이 많은 캐릭터에요. 진태나 ‘동주’(2016) 송몽규 선생님은 저와 공통분모가 아예 없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그에 비해 학수는 제가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하죠. 비슷한 면도 있고, 이미 알고 있는 감정들이 많으니까요. 일단 힘을 빼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 자신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죠.

학수가 되기 위해 연기도 하고, 랩도 하고, 작사도 하고, 주연으로서 현장 분위기도 책임져야 했어요.

맞아요. 게다가 춤 연습까지 했어요. 그간 선배들을 보고 배운 것들이 많아요.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 역시 주연의 임무입니다. 그런데 저는 할 게 너무 많아서 지치더라고요. 밤에 촬영이 끝나고 숙소 가서 가사를 써요. 그 와중에 배우들이 어디 모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거길 갔어요. 정신이 없더라고요. 점점 현장에서 제가 해야 하는 일들을 덜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주연인데’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다행히 파트너인 김고은(선미 역)이 그런 역할을 대신해줬어요.

김고은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동문이죠. 서로 속속들이 잘 아는 배우들과 작업을 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요?

친해져야 하는 과정이 생략됩니다. 훨씬 편해지죠. 사실 현장에 가면 처음 보는 배우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요. 연기를 유연하게 하려면 서로 친밀해져야 하잖아요. (김)고은이와 저는 그걸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갈 수 있었어요. 상렬 역의 (배)제기와도 친하거든요. 그 사이에 다른 배우들이 들어오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으니까요. ‘너도 같이 놀자’라고 하면 되니까.


# 학수와 인간 박정민의 공통분모

박정민은 ‘변산’의 방점은 랩이 아닌 인물들이 만드는 드라마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많은 사람들이 ‘변산’을 전라북도 변산 버전 ‘8마일’(2003)로 오인합니다. ‘박정민이 에미넴 뺨치는 랩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기대하기도 해요.

으아악! 그런 영화 절대 아니에요! ‘8마일’을 참고한 적도 없고요. 일단 거긴 (랩의 황제) 에미넴이 나오잖아요. ‘변산’은 주구장창 랩을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냥 촌스럽고 따뜻한 이야기에요. 어떻게 보면 코미디이기도 하고요. 드라마가 아니라 ‘박정민이 래퍼다’에 방점이 찍힌다면? 답이 없는 거죠. 랩은 학수의 모놀로그에요. 등장인물의 감정과 정서를 설명해주는 수단입니다. 반면 ‘8마일’은 정말 랩을 위한 영화잖아요.

랩은 비트 위에서 읊조리는 시이기도 해요. 영화 속 학수의 랩도 그렇게 들렸습니다.

학수의 쓸쓸한 모습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랑 같이 있어도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아이거든요. 랩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거죠.

학수는 유명 래퍼가 되기 위해 고향을 뒤로하고 상경했습니다. 성공해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죠. 경기도 분당의 아들 박정민에게도 금의환향 콤플렉스가 있나요?

당연히 있죠. 고등학교 시절을 충청남도 공주에서 보냈습니다. 공부 잘한다는 애들을 모아놓고 공부시키는 학교를 다녔거든요. 거기서 갑자기 영화하겠다고 뛰어나간 거죠. 말썽을 부려서 혼도 나고요. 데뷔하고 나서 ‘진짜 잘 되어서 학교로 가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보는 후배들이 ‘저 선배가 우리 학교 출신이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선생님에게 ‘와, 정민이가 성공했구나’라는 말도 듣고요. 학수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니까요.

그렇죠. 그리고 그 대상이 되는 존재들은 누구나 한 명쯤 있을 거라고 봐요. 부모님이나 전 여자친구?(웃음)


# 맛있는 양아치성과 ‘스펀지 아재’가 만났을 때


이준익 감독과 박정민은 ‘동주’에 이어 다시 한 번 만났다. 박정민의 표현을 빌자면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이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이준익 감독은 박정민을 ‘맛있는 양아치성’과 ‘야성미’를 가진 모범생이라 표현했습니다. 꽤 흥미로운 표현이에요.

에이,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양아치도, 모범생도 아닙니다. 감독님이 ‘동주’ 때부터 이상한 별명을 하나씩 만들어주시더라고요. 기분은 좋아요. 그런 표현은 저에 대해 생각을 했다는 방증이니까요. ‘정민이가 어떤 애지?’ ‘아, 이런 애구나!’라고 말이죠. 하지만 잘못 생각하셨네요. 하하.

반대로 박정민이 생각하는 이준익 감독에 대해 말해봅시다. 어떤 수식어가 잘 어울릴까요?

(한참을 고민하더니) ‘스펀지 아재’로 해주세요! 이준익 감독님은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듣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입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씀하세요. 그리고 본인보다 더 잘 아는 누군가에게 맡깁니다. 저도 그게 옳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을 보기가 힘들잖아요. 물론 나이가 있으시니 어쩔 수 없이 아재이지만, 꼰대는 아닌 거죠.

현장에서 연출자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가능한가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곳이잖아요.

감독님은 진짜 빨리 찍으시거든요. 으하하. 농담이고, 충분히 가능해요. 촬영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을 불러요. “이거 어때?”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게 분장 팀이었다고 쳐요. 그분들도 감독님이 귀 기울여 듣는 걸 알거든요. 솔직하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평소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두세요. 든든하죠. ‘내가 뒤에서 받쳐줄게’라고 하는 느낌입니다. 정말 멋진 일이에요.

이번에 영화 홍보를 위해 M/V를 직접 연출ㆍ편집하면서 더욱 체감했어요. ‘히어로(Hero)‘라는 곡인데,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어요. 그거 잠깐 찍는데도 ’이건 여기서 이렇게 움직여주면 안 돼?‘ ’한 번만 더 해줘‘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준익 감독님처럼 “오케이, 넘어가!”라고 한 뒤에 편집으로 해결하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고요.


# 부자의 용감한 쇼맨십


M/V에는 박정민 배우의 실제 아버지도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진짜 아버지가 오시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촬영할 때 되게 웃겼어요. “아버지, ‘첵첵’ 한 번 하고 가만히 계세요”라고 주문했거든요. 그리고 제 대사인 “이거 힙합 영화 아니라고오~”를 말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그 상황을 날것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자꾸 “왜?”라고 물으셨어요. 결국 그날 아버지 덕분에 열 테이크를 갔어요. 그리 긴 신도 아닌데 말이죠.

카메라 앞이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 등장한 장면이었어요. 재미있는 시도였습니다.

덕분에 문신을 했다는 사실은 유야무야 넘어갔죠. 전날 인터뷰에서 제 몸에 타투가 생겼다는 사실을 말했거든요. 그 다음날 아침 아버지에게 섭외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미 화가 나있으시더군요. 목소리만 듣고 알았죠. “아버지, 오늘 뭐 해요?”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왜!”였으니까요. 그런데 “나 오늘 M/V 찍는데 출연 좀 해주면 안 되나요?”라고 했더니 누그러지시더라고요. “바쁘시면 안 오셔도 되는데”라고 하니까 “아, 몇 시까지 가면 되냐고!”라고.(웃음)

박정민 배우가 아버지의 쇼맨십을 물려받은 것 같기도 하네요.

원래는 되게 점잖은 분이세요. 아들이 뭐 만든다고 하니까요. 거기 나와 달라고 하니까 신기하셨나 봅니다. 그날은 대뜸 그냥 오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좀 짠했어요. 나이가 예순이 넘은 분이 양복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있으시더라고요. 근데 그런 마음을 표현은 못 했죠.

영화 홍보를 위해 M/V를 제작하는 건 신선한 방식입니다. 퀄리티도 꽤 좋았어요. B급을 지향하는 A급이랄까요.

아닙니다. 그냥 B급을 지향하는 B급이에요. 제 감성이 녹아있는 거죠.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개봉을 하면 랩을 시키실 것 같더라고요. 근데 영화에 나오는 랩은 가사가 스포일러에요. 따로 하나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이번에 저를 도와준 래퍼 얀키의 2집 ‘히어로’의 비트를 받아서 썼습니다. 녹음을 하다 보니 ‘M/V를 찍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배급사에 이야기했더니 ‘괜찮겠다’라고 하셔서 일이 커진 거죠. 현장에 밥차들이 오고, 크레인까지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스태프로 ‘변산’ 촬영 감독님과 ‘사바하’ 조명 감독님까지 참여하셨고요. 처음에는 놀자고 시작한 일인데, 하나의 스케줄이 되더라고요.

# 피아노부터 포커까지, 극한직업 배우


필모그래피가 쌓여가면서 박정민은 할 줄 아는 게 꽤 많아졌다. 복싱, 피아노, 랩, 포커. 모두 작품을 통해 얻게 된 재주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신념이 움직이는 삶을 살았던 독립운동가부터 세상을 다른 결로 바라보는 천재 피아니스트, 잊고 싶은 과거와 아옹다옹하는 래퍼까지. 참으로 다양한 배역들을 품었어요. 작품이 더해질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폭이 넓어지지 않나요?

요즘 그걸 느껴요. 체감하는 감정들이 과거보다 좀 더 많아졌습니다. 왜, 혀가 뇌라고 하잖아요. 인터뷰를 통해 학수의 관점을 계속 설명하다 보니 깨닫는 지점들이 있어요. 제 자신을 ‘탁’ 건드린다고나 할까요. 학수라는 아이가 저랑 닮아서 그런가 봐요. 예전에는 그냥 머리로 생각하고 넘겼어요. 작품 덕분이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죠.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를 체감하는 순간이 있나요?

술이 안 깰 때? 하하. 아무래도 책임감이 주어질 때죠. 나이를 먹을수록 그 무게가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하지만 박정민이란 사람의 기본적인 성질은 스무 살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요즘 ‘타짜3’ 때문에 운동하고 있어요. 매일매일 거울을 보면 내 몸이 달라진 건지 잘 몰라요. 그런데 시작했을 때 찍은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근육이 확 붙었다는 걸 체감하죠. 그거랑 비슷해요. 20대랑 30대를 비교하자면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좋은 쪽으로 변하기도 했고, 안 좋은 쪽으로 변한 부분도 있죠. 그런 생각을 하면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싶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차기작은 ‘타짜3’입니다. 짝귀의 아들 도일출 역인데, 요즘 한창 포커 연습 중이죠? 피아노부터 랩, 포커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네요.

오히려 운이 좋은 겁니다. 정면에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하나 있는 거니까요. 역할에 기대서 갈 수 있는 요소이니까요. 물론 연습할 때는 답답하고 고되기는 해요. 그런데 끝내고 나면 미션 하나를 해결하는 느낌이 들어요. 작은 재주가 하나 생긴 거잖아요. 기분도 괜찮습니다.

‘타짜3’ 출연을 결정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결심이 섰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연출을 맡은 권오광 감독님의 메일을 받았을 때죠.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정민 씨가 지난 10년 동안 해온 연기를 다 지켜봤습니다. 학교 다닐 때 찍은 단편도 봤어요. 그때부터 정민 씨를 알았고, 나오는 영화를 챙겨봤습니다. 정민 씨가 걸어온 길이 힘들었다는 건 알아요. 그게 도일출이란 인물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봅니다. 정민 씨는 제게 굉장히 특별하고 독보적인 배우에요.”

그런 감동적인 말들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2006년에 찍은 단편 영화부터 나를 지켜본 사람이 있구나 싶고. 친구에게 그 메일을 읽어줬더니 “그 감독님 정말 똑똑하신 분인 것 같아”라고.(웃음) ‘타짜3’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만났어요. 그들과 만든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 영화들도 마찬가지예요.

‘변산’ 이후에는 ‘사바하’ ‘사냥의 시간’(가제)이 줄줄이 개봉 대기 중입니다. 쉴 틈 없이 여러 캐릭터들을 만나왔어요. 체력ㆍ감정의 소모가 엄청날 텐데, 힘들지 않아요?

에이, 직장인들에 비할까요. 배우는 작품이 끝나면 쉬잖아요. 1~2주 쉬는 거면 충분하죠. 그게 한 달이나 일 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누군가 찾아줘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요. 아직 젊어서 그런지 체력도 버틸 만합니다.

사실 ‘변산’ 촬영이 끝나고 쉬고 싶었어요. “아무것도 안 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사바하’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변산’이 촬영이 종료된 다음날 ‘사바하’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준비할 시간이 좀 있었지만요. 근데 장재현 감독이 절 부르시더니 “정민 씨, 나랑 약속하나 합시다. 2주를 드릴 테니 따뜻한 나라 다녀오세요. 크랭크인이 너무 빨랐죠. 미안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모니터를 해봤는데 제 얼굴 상태가 영 아니었던 거죠. 덕분에 베트남을 다녀왔어요. 재충전을 해서 돌아온 뒤로는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 인복으로 만들어가는 필모그래피

성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다. ‘변산’의 학수가 느끼는 감정에 박정민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변산’은 박정민이란 배우의 인복이 똘똘 뭉쳐져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봅니다. 차기작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네요.

맞아요. 그게 유일한 저의 매력 포인트랄까요? 흐흐. 그간 연기를 하면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보일러 바꿔줄 사람이 여럿입니다. 제가 앞으로 잘해야죠, 뭐.

30대를 멋지게 시작하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습니다. 항상 본인에게 엄격한 편이잖아요. 그래도 20대를 돌아봤을 때 ‘이건 좀 잘 한 것 같아’ 싶은 게 있나요?

일단 저는 20대에 아무 생각이 없었고요.(웃음) 그래도 영화와 연기에 관련된 일은 다 찾아서 했어요. “정민아, 공연 준비 좀 도와줄래?” “네!” “스태프가 필요하니까 와 줄래?” “응!” “연극 무대 만드는데 와서 해줄래?” “알았어!” 이런 식이었죠.

데뷔하고 나서도 열심히 했어요. 단편 영화 하나를 찍어도 소품을 직접 사서 갔고요. 짧게 나오는 신에도 5~6개의 경우의 수를 준비해서 황정민 형 앞에 가서 연기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걸 ‘신촌좀비만화’(2014) 류승완 감독님, ‘동주’ ‘변산’ 이준익 감독님이 보신 거고요. 그때 열심히 하는 모습을 기억해주신 거죠. 그분들과 지금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나름 뿌듯하죠. 그래도 내가 옛날에 불성실하지는 않았구나 싶어요.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박정민이란 배우가 점점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길 바랍니다.

어휴, 지금보다 더 큰 책임이요? (양손을 내저으며) 그건 정말 쉽지 않아요. 물론 지금도 제 목표는 어릴 때 동경했던 연기 잘하는 선배들처럼 되는 것입니다.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쩐지 느낌이 좀 안 좋네요. 과거에 꿈꿨던 이상향을 막상 들여다보면, 그 뒤에는 힘든 부분도 많으니까요. 선배들은 책임이 더 크니 고민도 더 많겠죠. 그걸 10~20년 동안 해온 걸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변산’에는 박정민의 치열했던 1년이 담겼습니다. 아직 보지 않은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단 마음을 많이 연 상태에서 영화를 봐주세요.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하고 볼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그런 영화 아니에요. 다만 열심히는 했어요.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성선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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