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본문

인터넷 속도만큼이나 방대한 인터넷 문화
그 문화의 한 축인 짤방의 세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

지금은 하도 익숙한 말이지만 이 말의 유래는 뭘까요? 처음 시작한 곳은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최초엔 디지털 카메라 전문 사이트였던 디시는 게시판이 아닌 갤러리 개념으로 운영되었죠. 글을 올릴 때 각 갤러리 주제에 맞는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기(=잘리기) 마련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글이 잘리는 것을 방지하려고, 어디서 주워온 인터넷상의 이미지를 글에 첨부하기 시작했고요. 이러한 뻘글 잘림 방지용 이미지들을 '짤방'으로 줄여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뻘글에 잘림 방지용으로 넣은 사진들이 보통 유머러스한 것이기 때문에, '짤방'은 이후에 '웃기는 사진'의 동의어처럼 쓰이게 됐습니다.
이게 2002년 경...

'짤줍'=짤을 줍는다.
'움짤'=움직이는 짤
'혐짤'=혐오스러운 짤
'남친짤'=SNS나 메신저에서 남친처럼 보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훈남 짤(사진)
등 수많은 짤 합성어도 생기게 되고
한때는 '고정' 사진으로만 만들어지던 짤방은
이제는 gif 확장자로 대표되는 움짤(움직이는 짤방)도 생기고
유튜브 시대인 요즘은 영상도 짤방이 될 수 있는데요.

그러한 짤방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있다고 합니다.
(영상 참조)
뭔가 신박한듯한 이 프로젝트, 짤방전. 어려운 게 아니라, 즐기면 예술이라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불만을 노래하자’는 슬로건을 앞세운 크리에이터 집단 ‘르르르’의 전시인데요.
'SNS에서 난리난' 그야말로 인터넷 문화 전시회다보니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전시회입니다.


직장 내 소중한 인연, 팀장의 손을 잡고 사이좋게 가기로 합니다.
짤방전은 현재 광화문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에서 진행중이랍니다.

일반적인 예술 전시회처럼 비싼 표를 사거나 예약을 할 필요 없이 당장 전시회로 가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팔로우(@what.is.lll)만 하면 가능합니다.

"Are you Ready?"
이 팔찌를 차고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은...?

입장하자마자 '속이 편안~한' 짤방이 있었던 건 운명인가 싶고...

(가까운데서부터 먼 순)
요즘 제일 핫하다는 곽철용의 '묻고 떠블루 가!'
다소 고전적인 'X나 좋군(John, I like)',
'섹도시발', '김래원의 콧구멍'이 보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볼까요?

이런 짤을 이렇게 멋진 그림으로 표현해내다니...
X나_좋은_상예_에디터.jpg
이번에 소개할 작품의 원본 짤방은...
섹
시
도
발
입니다.
팀장 쏘기자, 스스로에게 취하는 중.jpg
이게 2005년 정도에 나온 건데... (SBS 리얼 로망스 연애편지)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본인들의 자막이 이렇게까지 오래 살아 남을지 알았을까요?


보통 전시회에서 작품만 보고 슥슥 가잖아요(저만?).
작품 옆의 설명은 고리타분하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놀라운 필력의 작품 설명 덕에 관객은 완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짤방의 유래, 그 짤방의 영향과 의의, 짤방 인물의 근황(?) 등 다양한 TMI를 버무린 친절한 설명.
그리하여 다~ 읽고 뜯고 맛보는 데에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답니다.
'짤방전' 전시의 특장점은 '작품 설명'이라 생각이 들더라고요.
꽤 많은 포토존도 이 전시회의 장점입니다.
#SNS에_올리기_딱_좋아
다음은 짤방의 역사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짤카이브, 짤방 연대기라는 이름의 이곳. 웃긴 드립과 진지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21세기 전은 전부 개드립으로 보입니다(....ㅋㅋㅋ)
에디터는 짤방의 시초격인 아햏햏과 개죽이를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아시는 분?
짤방 전이 엄선한 아주 고전적인 짤방 6선.jpg
'클래식 짤'이라 이름 붙인 이것들은 오랜 짤의 역사에서 여태껏 사랑받는, 생명력을 잃지 않은 작품 6선이라고 합니다.
아마 한 번도 안 본 분들은 없을 거에요.


(GIF 클릭)
그것은 바로 움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꽃핀 짤의 장르는 단연코 '움짤(움직이는 짤방)'입니다. 현존 움짤의 99%가 GIF(Graphics Interchange Format) 파일 형태이랍니다.
실제로 살아움직이는 듯한 움짤.
여러분은 여기서 몇 개나 아시는지요?

저 중 저의 최애 움짤은
마크헨리의_울부짖음_가즈아.gif
영상짤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
`궁예 재즈피아노 ver.`를 전시회에서 볼줄이야...

짤딕셔너리라는 낯선 공간.
짤문화, 동년배는 이해가 쉬워도 어르신이나 어린이는 이해가 어렵죠. 짤 딕셔너리는 그들에게 짤방 번역서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곳이었는데요.
간단히 말해 주요 짤방들을 문자, 언어의 기능에 따라 분류한 곳입니다. 거절, 격려, 경멸, 근자감,헐, 외로움, 어쩌라고, 수긍, 분노 등... 30개 키워드의 짤방 정도면 일상의 의사소통이 상당 부분 가능하다고 하네요.


'어? 이거 내 폴더잖아?'
제가 기사 쓸 때 종종 쓰는 짤방들을 모아 놓은 폴더 같았어요...

운동에 맛들린 (그러나 저질 체력을 자랑하는) 팀장이 쓰는 짤은...
'격려'
???

"일어나, 하체 해야지" 짤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팀장님... 일어나지 않아도...!)
짤방전의 마지막에는 관람객들이 실제 짤방을 만들어보는 공간이 있어요.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공간인 이곳,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핫했습니다. ㅋㅋㅋㅋ

(어쩐지 브이로그 느낌)
요즘은 누구나 제작자가 되는 크리에이터의 시대!
저희도 짤방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되어보았습니다.
(별로 재미없네요...ㅠ)
우리가 만든 짤방도 전시가 될 수 있게~
아이디어를 전시 해놓았어요.



제 얼굴에 황달이 살짝 있는 것 같군요.
쓰다보니 참 길었지만... 이렇게 짤방전을 다 둘러보았습니다.
(실제 전시회에는 더 많은 작품들이 있었답니다^^)
짤방과 우리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로 짤방을 만들기도 하고, 콘텐츠에서 나온 레전드 장면을 짤방으로 만들어 공유하면서 새 문화를 만들기도 하죠.
EBS의 연습생 펭수 짤방이 최근에 아주 핫한 것 처럼요.


이 전시의 주최 측은 “예술이 너무 어렵다고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예술을 좀 더 쉽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를 열었다”면서 “그 매개체로 짤방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런데
최근 SNS에 널리 공유되며
핫해진 이 전시에 비판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런 게 예술인가, 이게 전시로서의 의미가 있는가?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X나, X발 같은 비속어가 버젓이 전시되어있기도 하고 품격이 낮은 부적절한 짤방이 눈살을 찌푸린다는 의견도 있었죠.


(GIF 클릭)
그럼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질문을 던진채 저는 이제 이 기사를 떠납니다.

저의 관람평:
죽기 전에 내가 박힌 짤을 남겨야겠다.
...
입니다.
ㅋㅋㅋㅋ
박상예 에디터 press@maxim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