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감염시킨 컴퓨터 바이러스
2000년 5월, 필리핀 AMA 컴퓨터 대학 (Philippine AMA Computer College)에 '오넬 구즈만'이라는 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야심 차게 준비한 졸업 논문을 학교에 제출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를 수준 미달로 평가하고 인정하지 않아요.
좌절한 그는 이 사건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계획합니다.
바로 자신의 논문을 기반으로 한 바이러스를 제작, 유포하는 것이었죠. 구즈만은 처음엔 아주 가볍게, 학교의 전산망에만 바이러스를 유포했어요.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대박을 칩니다.
바이러스는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의 컴퓨터를 감염시키기 시작했죠.
결국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망이 마비될 정도로 거대해진 컴퓨터 바이러스.
겁에 질린 구즈만은 결국 잠적하게 됩니다.
세계는 그야말로 대 공황 상태.
구즈만의 컴퓨터 바이러스는 처음 전파된 지 5일 만에 세계의 언론, 금융권을 비롯한 각종 사회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방어 능력을 가졌다는 미국의 백악관과 국방성도 감염이 될 정도였다고 하니, 그 파워가 엄청났죠?
바로, 바이러스가 '이메일에 담긴 첨부파일을 열어보면 전파되는' 아주 단순한 방식의 바이러스였기 때문이죠.
조사기관은 아주 단순한 방식의 바이러스가 이렇게 빠르게 전파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어요.
사람들은 이미 몇 번의 이메일 바이러스에 피해를 입었었고,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온 메일을, 이렇게 아무 의심도 없이 열어봤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하지만 그 메일의 제목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수긍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메일의 제목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I love you."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의 메일 앞에, 사람들은 의심보다 마음이 앞섰던 거죠.
이미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에게, 메일 안에 첨부된 '당신을 향한 러브레터'라는 제목의 첨부파일은 열어 볼 수 밖에서 없는 매혹적인 파일이었던 겁니다.
이후, 이 바이러스는 러브 바이러스(Love Virus)로 불리기 시작하지요.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전 세계를 마비시킨 이 컴퓨터 바이러스는, 2000년 5월 11일, TIME지의 메인을 장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