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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by 마리끌레르

90년생 여자사람들과 나눈 페미니즘 이야기

젠더 감수성의 정도가 각기 다른 1990년대생 여성에게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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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은 바로

세계 여성의 날!

이었어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마리끌레르는


본격 밀레니얼 세대로 분류되는

1990년대생과 인터뷰를 나누었는데요!

목도리 요정

요즘 1990년대생은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이자,

과거 어느 세대보다 선명한 가치관과

자의식을 갖고 있어요.

'요즘 여성’ 들의 생각과 관점을 알기위해


젠더 감수성의 정도가 각기 다른 1990년대생 여성에게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상체 댄스

이 글을 통해 '요즘 여성’ 들의 생각과 관점, 사고의 틀에 깊고 심오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바람과 요구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음을, 그 현재진행형의 희망을 목격하길 바래요!


페미니즘? 누구나 평등한것. ‘Woman’이든, ‘Womxn’(Man에서 파생된 단어인 Woman의 대안용어. 여성은 남성의 일부가 아님을 언어로 재정의함)이든, 퀴어든, 트랜스젠더든, 논-바이너리(Non-Binary)든, 그 누구라도.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서 해방됐던 계기 가장 먼저 보수적인 미국과 한국에서 자라면서 배웠던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잊으려 노력했다. 과거 사회가 우리 부모님을 가르쳤고, 부모님은 내게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퀴어는 잘못된 것이라 가르쳤다. 과거의 사고 방식을 뇌에 각인하고 규범으로 정착시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규칙이라고 그 누가 규정할 수 있나? 둘째,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 두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한국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만들었던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려고도 애썼다. 대신 나를 작아지게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그들이 왜 그러는지를 더 많이 생각했다. 셋째, 다양한 피부색의 여성들, 퀴어, 트랜스, 논-바이너리, 논-스트레이트 메일(Non-Straight Male) 등 다양한 친구를 만났다. 그들은 내게 솔직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해 가르쳐줬으며, 어떤 성 정체성에 대해서든 자유롭게 표현해도 좋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최근 불법 촬영 및 유포 범죄로 자살을 택한 여성들을 위한 추모제를 진행했다. 규모가 큰 행사는 아니었지만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참석해 진심으로 추모했다. 안희정 비서 성폭력 사건의 2심 결과도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협소하게 해석해온 기존 판례를 뒤집는 결과였다.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천천히 확실히 바뀌긴 바뀌는구나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강도가 다를지라도, 차별의 언어와 억압은 늘 여성에게 존재했다.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두려움에 떨며 밤거리를 걷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혼자 무전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옷매무새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 크게 걷고 더 크게 웃고 게걸스럽게 먹을 수 있다. 임신중절이 불법이고, 홀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이 사회에서 임신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닐 것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할수록 나보다는 엄마나 할머니의 삶이 떠오른다. 억압과 차별 속에서 살아온 여성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뒤이어 살아갈 다른 여성들의 삶이 상상된다. 설사 내 삶 속에서 성차별과 억압의 구조가 모두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태어날 여성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일은 고통을 직시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탈코르셋 벗어 던지는 것은 옷이나 머리칼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으레 해야 한다던 사회 규범이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예쁘다.’ 누구나 그렇듯 칭찬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나 역시 ‘예쁘다’를 칭찬으로 잘못 생각했다. ‘예쁘다’는 평가다. 우리는 칭찬을 위장해 타인을 쉽게 평가하고 평가받는다. 노력과 자질로 바꿀 수 없거나 선천적으로 가진 부분에 대한 칭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악의가 없든 순수한 의도든 좋은 마음이든 알겠고 감사하다. 그렇지만 단순히 외모가 예쁘다는 칭찬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일상 속 실천 탈코르셋. 남들은 관심도 없는 단점을 가리기 위해 거울 앞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나를 멋대로 평가하려는 남자들의 기준에 맞춰 나를 재단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내가 입은 코르셋은 오늘 태어난 여자아이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코르셋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예쁠 나를 위해 모든 여성들이 꾸밈노동을 강요받길 원하지 않는다. 교복 재킷 안쪽에 틴트 주머니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7세용 화장품 장난감에 반대한다. 모델로서 일을 할 때는 코르셋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이 부분은 내가 풀어가야 할 아주 어려운 숙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난도가 너무 높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연령으로, 다른 성별로 직접 살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무수히 많은 지표에서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미디어가 그려내는 20대 이후 여성의 삶이란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태어났던 그 순간. 물론 그때의 나는 의식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 작명소에서 받아온 내 이름은 다음 아이를 남자아이로 태어나게 만들어준다는 이름이었다. 여성이라는 성별은 나의 존재 가치와 정체성, 자존감을 남동생의 절반만큼만 갖게 했다.


나의 위대한 여성 지금 살아 있는 여성들 모두. 끝까지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가부장적 기성세대와 열린 생각을 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에 얼만큼 의견을 밝혀야 일이 유연하게 흐를지 가늠하는 생각과 판단의 연속. (내가 남자라면 이런 걱정도 안 할 테지.)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서 해방됐던 계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왜 남녀 사이에 임금 격차가 있고, 왜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복직하기 힘든지, 왜 여자는 경력 단절을 겪어야 하는지 많이 생각했다. 이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운좋게도 여자가 90퍼센트 이상인 업계에서 일하며 성 역할에서 해방됐다. 유리 천장은 없고 여자라서 안되는 일도 없다. 맨스플레인도 당연히 없다. 일할 때 단 한 번도 성 역할에 구애받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성 역할은 결국 주변 환경이 만든 것이고,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


#백래시 나의 선택과 자기표현은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권리에 그치지 않는다. 남이 허락해준 당당함에 만족하지 말 것.

가장 아름다운 나 몸과 마음 모두 편안하고 유연한 상태에 있을 때 아닐까? 좋아하고 욕심 내는 일에 몰입한 순간이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순간을 떠올려봤다.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일은 어색하지만 즐겁다. 유한한 삶의 매 순간, 스스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셀카를 한 장 찍어보겠습니다.


페미니즘? 여성에게 질문하고 그 대답을 경청하는 일.

여성스럽다 매력적이다, 멋지다라는 말로 폭넓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자신과의 싸움을 멈출 수가 없다. 다양한 강박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

일상 속 실천 조금 사소하면서도 용기가 필요한 규칙인데, 나는 잘못된 성 인식의 발언을 한 사람에게 그 발언을 그대로 돌려준다. ‘걔 여자친구 싹싹하고 괜찮더라.’ 그래도 상대가 눈치를 못 채면 이번에는 성을 바꿔서 다시 말한다. ‘걔 남자 친구 싹싹하고 괜찮더라.’ 친구의 여자친구가 싹싹하게 굴어야 한다고 생각한 스스로의 인식을 깨닫고 그게 옳은지 다시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이전과는 달라지도록, 그 사람이 영원히 무뢰한 사람으로 남지 않도록 말이다. 더 이상 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사람에게 실망하고 포기하게 될까 두렵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젠더 갈등. 젠더 갈등은 특정 대상이나 경험에 대한 분노를 일정 젠더 집단에게 보복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너무 단순하게도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거다. 하지만 진짜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형체도 무게도 없이 압력을 행사하는 뿌리 깊은 부당함이고, 그 부당함은 남성이나 여성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 안에서 작용하며 우리의 눈을 가리고 우리의 행동을 제약한다. 그 분명한 사실을 잊지 않고 분노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위대한 여성 리베카 솔닛의 모든 글을 좋아한다. 솔닛은 여자들이 여성에 대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거의 다 했고, 우리가 어렴풋이 마음속에 품고 있었으나 언어화하지 못했던 많은 의혹들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이야기했다. 한 여자의 딸로서, 또한 글을 쓰는 한 명의 여자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을 추천하고 싶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근 판결. 기존의 판결은 피해자가 얼마나 피해자다운지를 따졌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저항했는지, 그 이후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는지 등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최근 판결은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타박하지 않고,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판단했다.


페미니즘? 여성으로 대변되는 소수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철학.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에 한정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위대한 여성 서지현, 김지은, 심석희를 비롯한 모든 미투 고발자들.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임을 잘 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이를 ‘증명’해야 하고, 평소 행실을 지적하는 2차 가해가 이어진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상급자를 고발하는 것은 더더욱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일 텐데, 이를 앞서서 말한 것은 자신뿐 아니라 그와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을 모두 대변하고 위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침묵을 깨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GirlsCanDoAnything 그 ‘어떤 것’을 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말도 들을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기를.

나의 위대한 여성 홍형숙 감독. 그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를 가장 좋아한다. 보통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감독은 뒤에 숨어 연출을 하기 마련이지만 홍형숙 감독은 카메라 앞에 몇 번 나서기도 한다. 그게 참 멋있다고 느꼈다(아마도 그 장면들에서 그가 여성 감독으로서 일선에 나서서 자신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상을 받은 것 같다.) 나도 내 다큐멘터리에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말하거나, 카메라 앞에 서는 등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의 롤모델.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여성 감독이나 여성 촬영감독 등 일하고 있는 영역 안에서 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맨스플레인은 X 같은 게 확실하다.


#가스라이팅도 X 같다.


#노브라는 좋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20대 여성들은 늘 긴장 상태다. 20대 초반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출근했더니 스쿨 룩 컨셉트의 딱 붙는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의 유니폼을 줬다. 어느 날은 당구장 실장이 가슴 부분의 단추가 풀어졌다며 내 유니폼 단추를 직접 잠가줬다. 몇 번 나가고 그만뒀다. 대학생 때 속옷 차림으로 내 방에 누워 있는데, 창문에 바짝 붙어 얼굴을 내밀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가 하면 집에 가는 길, 또래 남성이 휴대폰으로 치마 속을 촬영한 적이 있다. ‘찰칵’ 소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얼마 전엔 회사 점심시간에 낯선 남자가 쫓아온 것을 다른 사람들이 소리로 알려준 적이 있다.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슬픈 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아름다운 나 나는 내가 아름답다거나 멋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답을 내릴 수가 없어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요즘 시대에 인터뷰에 참여하는 게 굉장히 용기 있고 멋지다”고 이야기해줬다. 그 말이 맞다. 정말 용기 내서 인터뷰를 했다.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순간의 나는 정말 아름답고, 앞으로 더 아름다울 예정이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고정된 여성 이미지가 강하다.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내가 주체가 돼야 하는 삶이 타인(또는 남성)을 위한 삶이 될까 두려울 때가 있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고등학생 때 버스 맨 뒷자리에 친구들과 앉아 있었는데 앞에 앉은 아저씨가 뒤돌아보며 다리를 쳐다봤을 때. 기분이 나빠 내릴 때 다리 쳐다보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일상 속 실천 와이어리스 브라렛을 착용하게 된 것.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성평등을 의식한 문화 콘텐츠를 발견할 때. 가령 예전 드라마 속에서는 왕자님 같은 남자 주인공과 신데렐라를 꿈꾸는 평범한 여자가 주인공이 되었다면, 지금은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 매체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자 주인공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명절이나 제사 때 여자는 일을 하고, 남자는 앉아서 주는 밥이나 술을 먹지 않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아름다운 나 날마다 생각한다. 매일의 내 모습은 늘 아름답다.


나의 위대한 여성 나이팅게일. 여성이 인격체로 취급하지 않던 시대에 귀족 신분을 버리고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크림전쟁 때 부상자들을 돌보고, 병원의 환경과 간호사로서 입지를 다졌던 내 인생 최고의 여성.


#탈코르셋 #노브라 나는 코르셋 조임을 당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평소에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화장도 잘 하지 않는다. 이유는 탈코르셋 실천이라기보다 그냥 내가 편해서) 은연중에 공식적인 장소에 갈 때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화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언제쯤이면 눈치 보지 않고 평소처럼 그런 자리에 설 수 있나’ 생각해본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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