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소환! 우리가 사랑한 고양이들

조회수 2018. 10. 10.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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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아이돌이 대세라지만, 그 시절 TV 앞으로 아이들을 끌어모은 주인공은 톰과 가필드, 도라에몽이었다.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추억 속 고양이 캐릭터에 대해.

세계 최초 애니메이션 캐릭터  펠릭스 (Felix)

서구권에서 검은 고양이란 오랜 세월 불운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애니메이션 캐릭터 역사의 첫 장을 연 주인공은 검은 고양이 펠릭스(Felix)라는 사실.


1919년 파라마운트사는 <고양이 장난(Feline Follies)>이라는 흑백 무성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눈망울이 똘망똘망한 검은 고양이였다. 당시 이름은 다소 평범한 ‘마스터 톰(Master Tom)’. 이후 세 번째 시리즈부터 행운을 뜻하는 라틴어 펠리시아스(felicias)와 고양이를 뜻하는 펠리스(felis)를 합친 펠릭스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최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향해 대중이 보낸 사랑은 그야말로 열광적이었다. 꼬리를 프로펠러 삼아 하늘을 날고, 뾰족한 귀를 가위로 사용하는 등 요상한 능력을 지닌 고양이란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인기에 힘입어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 양키스는 펠릭스를 공식 캐릭터로 지정했으며, 미 해군 항공대 VF-31에는 펠릭스 얼굴을 마크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펠릭스는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턴 등 당대 할리우드 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실존 인물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 펠릭스의 동작은 찰리 채플린의 팬터마임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는데, 보다 완벽하게 모방하기 위해 채플린이 손수 다양한 포즈의 사진들을 찍어 보내줬을 정도.

이후 유성영화가 등장하며 펠릭스의 인기 또한 사그라든 듯했다. 하지만 좀 더 호리호리한 체형과 두 다리로 걷는 인간 친화적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1958년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 각국의 시청자와 만나기에 이른다. 오늘날, 자신의 모방작인 미키마우스에게 캐릭터계의 권좌를 내준 펠릭스. 하지만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킨 건 물론 귀여운 행운의 상징으로 바꿔버린 건 순전히 그의 공이 크다.

영원히 골탕 먹는 고양이  톰 (Tom)

1980년대 전후에 태어난 사람이면 일요일 오전 졸린 눈을 비비며 이 만화가 방영되길 기다린 기억이 있을 터. 바로 <톰과 제리>다. 성우 송도순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한 이 작품은 원래 1940년대 미국에서 극장 단편으로 시작해 아직까지 완결편이 나오지 않았다. 어린이용 만화지만 <타임>이 선정한 걸작 TV 프로그램의 하나이자, 아카데미 7회 수상에 빛나는 작품성을 자랑한다. 제작자는 미국 애니메이션 역사의 흐름을 바꾼 해나-바베라 콤비.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뽀빠이>, <스머프>, <파워퍼프 걸> 등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킨 이들이지만, 대표작은 여전히 <톰과 제리>다.

내용은 다들 알다시피 고양이 ‘톰’과 쥐 ‘제리’가 한집에  살면서 쫓고 쫓기는 내용. 주로 고양이 톰이 골탕 먹는 결론으로 끝나기에 때때론 약자인 제리보다 강자이지만 허당인 톰을 응원하게 된다는 이도 많다. 때론 가엾기까지 한 고양이 톰의 원래 이름은 토머스 재스퍼 캣(Thomas Jasper Cat). 우아한 이름에 걸맞게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이 있는 캐릭터로 설정되었다.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봄의 소리’를 악보 한번만 보고 연주하는 건 물론, 제리를 노리기 위해 손이 아닌 양발로 치는 놀라운 능력까지 보여준다는 사실.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시리즈지만, 1956년 103번째로 만든 에피소드 중 여자 친구에게 배신당한 톰은 제리와 함께 열차 선로에 앉아 자살을 시도하는 신이 등장한다. 인터넷에서는 한창 톰과 제리의 동심 파괴 결말이라는 짤로 떠돌았으나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바로 다음 작품에서는 천연덕스럽게 둘이 다시 등장하니 블랙 유머 정도로 보면 되겠다.

아시아판 미키마우스 도라에몽 (Doraemon)

피카츄가 등장하기 전까지 일본을 넘어 아시아 캐릭터계를 군림한 주인공, 바로 도라에몽이다. 일본의 만화가 후지코 F. 후지오가 1969년 학습지에 연재한 것이 그 시작으로, 1973년 첫 TV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무려 9600편 이상 방송되었다. ‘고양이형 로봇’이라는 특유의 매력과 귀여운 생김새로 전 세계 덕후들을 끌어모으는 작품이기도 하다. 애매한 외모로 인해 가끔 너구리로 오해를 받는데, 그럴 때마다 도라에몽은 매우 화를 내며 고양이라고 부를 때 가장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야기는 다소 음울하게 시작한다. 뭘 해도 안 되는 소년  노진구가 새해부터 뒹굴거리며 지내던 어느 날, 책상 서랍에서 미래의 손자와 도라에몽이 튀어나온다. 진구는 성인이 되어도 취업을 하지 못하고 불운을 겪다가 사업마저 실패해 막대한 빚을 자손에게 남긴다는 것. 이 어두운 미래를 바꾸기 위해 2112년에서 날아온 로봇 도라에몽이 진구를 도와주는 게 주요 스토리. 특히 먹으면 저절로 외워지는 암기빵, 머리에 꽂으면 어디든 날아가는 대나무 헬리콥터, 소원을 말하면 모두 이루어지는 만약에 박스 등 꼭 갖고 싶은 신박한 비밀 도구가 매회 등장해 인기를 끄는 데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도라에몽은 극장판으로도 여러 번 제작되었으며, 일본 내에서는 거의 매년 흥행 랭킹 10위권 안에 든다. 지금까지 올린 수익만 무려 900억엔 이상. 사실 ‘잘 가 도라에몽’ 편을 끝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팬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하니 한동안 파란 고양이 로봇을 계속 볼 수 있을 듯하다.

8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고양이  가필드 (garfield)

올해로 마흔 살 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바로 짙은 얼룩무늬와 볼록 나온 배가 트레이드마크인 가필드다. 1978년 6월 19일 세 컷짜리 신문 연재만화로 첫선을 보인 이 노란 고양이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퉁명스러운 농담과 마지막 컷의 반전 효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만화는 현재 80개국 2400여 개 일간지를 통해 하루 2억 명 넘는 독자와 만나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만화책으로 1억30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그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영화, 게임 등 각종 매체로 캐릭터 사업을확장하며 8억 달러(약 9023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대표 ‘금수저 고양이’로 성장했다.

사실 가필드를 창조한 만화가 짐 데이비스가 처음 만화를 그릴 때만 해도 주인공은 고양이가 아닌 벌레였다고. 하지만 당시 인기 있는 견공 캐릭터는 많아도 고양이 캐릭터는 별로 없다는 사실에 착안해 가필드를 생각해냈다. 이후 게으르고, 라자냐를 좋아하고, 월요일을 싫어하는 이상한 고양이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 요인 중 하나는 특유의 블랙 유머.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는 고급스러운 입맛 덕에 쥐를 잡아먹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잡아야 할 쥐와는 오히려 친한 친구 사이다. 함께 사는 주인은 TV 채널을 돌려줄 리모컨 정도로 활용할 뿐이며, 개는 그저 매일 골탕 먹일 대상에 불과하다. 이처럼 무절제하고 게으르고 이기적인 캐릭터가 이토록 호응을 얻게 된 건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우리 삶에 대한 대리만족이 아닐까. 그러니 가필드야, 앞으로도 마음껏 심술을 부리길.

때론 주인공보다 훨씬 매력적인 만화 속 감초 고양이들이 있다. 잠깐 등장한 장면을 놓칠세라 집중하게 만든 신스틸러 고양이, 과연 누가 누가 있었나?

01 개구쟁이 스머프_아즈라엘 (1981)

버섯마을 스머프를 괴롭히는 가가멜의 수하, 아즈라엘. 스머프를 잡아먹고 싶어 하지만 언제나 실패하고 놀림받는다. 성격 나쁜 가가멜조차 아즈라엘을 구박하므로 서로 한편임에도 자주 싸운다. 아즈라엘이란 이슬람에서 ‘죽음을 관장하는 천사’라는 뜻.

02 형사 가제트_매드 (1983)

가제트의 반대편인 악의 무리 클로 박사가 키우는 고양이다. 심술궂은 생김새가 전형적인 악당 고양이스럽다. 딱히 하는 일은 없고 그저 박사 옆자리를 지키는 게 대부분인데, 클로가 말한 후에는 언제나 울음소리를 내는 게 패턴처럼

되어 있다. 가끔 부하들이 실패할 때마다 옆에서 킥킥거리며 웃다가 꿀밤 맞기 일쑤.

03 세일러문_아르테미스, 다이아나, 루나 (1992)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악당과 싸우는 소녀들인 세일러문. 이들과 함께 감초처럼 등장하는 3마리 고양이다. 아르테미스와 루나는 커플이며, 다이아나는 이들의 미래 자식이다. 사람의 지능을 갖추고 말도 할 줄 아는 고양이 커플이 썸 타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04 슈렉 2 _장화 신은 고양이 (2004)

슈렉을 없애기 위한 악당 고양이로 등장하지만, 그 귀여운 외모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모자를 벗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는 신은 <슈렉 2> 최고의 장면 중 하나. 이후 시리즈에서 암살자 일을 그만두고 피오나 공주의 애완묘로 편안하게 살다 보니 점점 살이 쪄 D라인이 되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digital editor kang yeon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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