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犬비 계절의 책 여섯 권

조회수 2018. 11. 7. 17: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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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높으니 개도 살찌는구나.
포동포동해진 너의 뱃살을 매만지며 빠지기 좋은 지성 충만 책 여섯 권을 소개한다.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눈물이 나는 책이 있다. 책 속 시카는 진도 믹스견이다. (발견 당시 보기엔) 못생겼고 피부병도 심했다. 게다가 20kg의 거구다. 홍조 작가는 이 파주 유기견을 딱 한 달만 임시 보호할 참이었다. 한 달이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던 해 상황이 역전됐다. 시카에게 “나와 살아줄래?” 뜨거운 고백을 하고 말았으니. 개를 덜컥 받아들이고 내 식구가 되기까지 응당 있을 법한 우주적 고민을 필터링 없이 담았다. 사진과 일러스트가 시카의 시각에서 녹아든 것도 일품. 차 없는 견주 따라 지하철을 애용하는 통근러(?) 시카는 가히 압권이다. 이 책도, 시카의 인스타그램도 정주행할 각오는 하고 접근할 것.

Inside --- 항상 하루의 끝은 ‘이별’이었을 우리 누렁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이 매워진다. 까맣고 깊은 그 기나긴 밤 속에서 시카는 무슨 생각을 하며 버텼을까? 모두들 누군가와 집으로 돌아갈 때 시카의 기분은 어땠을까.

가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너에게 한 달 용돈이 쭉쭉 빠져나가는데, 정작 너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널 오해하고 있진 않을까? 이 책은 그렇다고 말한다. 사람과 개는 교감할 수 있으나 분명히 다르다고 엄포를 놓는다. 세상사 역지사지라 하지 않았나. 개의 시각에서 개를 이해한다는 건 반려견 사랑의 시작점이다.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개와 한솥밥 먹는 주인을 넘어 믿을 만한 인지과학 분야 박사로서 이 책을 썼다. 특히 냄새로 세상을 보는 3장의 개 이야기는 살짝 소름이 끼칠 것. 그런 의미에서 퀴즈 하나. 매일 향기 나는 세제로 깨끗이 빠는 개 침대는 개에게 좋은 걸까요?


Inside --- 개는 개일 뿐, 인간이 아니다. 개를 의인화하지 마라. 개를 이해하기 위한 첫발은 바로 우리가 개에 관해 안다고 생각했던 사실을 잊는 것이다. (중략) 개와 인간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개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을 돌아보거나 생각에 대해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아이 없으면 난 못 살아요.” 모든 견주의 속마음이다. 그러나 인간이 시간을 피해 갈 수 없듯 개도 노년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 같지만, 반려견도 늙는다. 힘도 빠지고, 털도 빠지고, 장기 기능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이때 “왜 예전 같지 않아”라고 타박하는 것은 자신의 주름살을 탓하는 것만큼 어리석다. 오히려 새로운 반려견으로 제2의 돌봄을 시작하는 것이 옳다. 책은 매일 하는 노령견 케어와 더 나아가 장례까지 담았다. 죽음을 알아야 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있는 법. 언젠가 올 수밖에 없는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연습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반려견을 위해서.

Inside --- “나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하니?” 이 한마디의 질문에 반려견의 삶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중략) 당신이 어떤 직업을 가졌든, 어떤 집에 살든 그것은 반려견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반려견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함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으로 인해 달라질 반려견의 삶도 정성껏 돌봐주시길 바랍니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의 거장 투리드 루가스의 작품이다. 행여나 이름이 낯설다면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반려견에게 자신의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분명 투리드를 선택할 것입니다.” 자신의 멘토라고 서슴없이 고백하는 추천사다. ‘카밍 시그널’이란 반려견의 몸짓언어를 일컫는다. 책에선 개는 보호받아야 하는 동시에 인간만큼 독립적인 존재로 이야기한다. 4장은 반려견이 스트레스받을 때를 세세히 기록했다. 그저 말 못 하는 평생 아기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를 무시하지 않는 견주로 거듭나길. 최근 들어 우리 개가 왜 불안해할까?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Inside ---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반려견에게 위협을 가하고 공포심을 안겨주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반려견 또한 생존을 지향합니다. (중략) 반려견이 어떤 행동을 보이든지 그 행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 하나, 바로 우리입니다.

장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시바견 열풍을 타고 등장한 <시바견 곤 이야기> 4탄. 시바견에 대한 깊은 이해? 천만의 말씀! 2명의 견주와 시바견의 알콩달콩한 일상 속에 이따금씩 폐를 찌르는 해학이 숨어 있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독자가 질겅질겅 씹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1권에서 아홉 살이던 ‘곤’은 어느덧 열두 살이 되었다. 동생 ‘테쓰’는 이제 욕심 많은 네 살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네 컷짜리 만화, 그 곁으로 일본인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는 에세이가 여백을 채운다. “내 이야기 같네!” 무릎을 탁 치면서 보는 건 나뿐일까?

Inside --- (중략) 나는 무르게 보이는 것이 틀림없다. 개는 주인을 자세히 살핀다. 보통 집에는 없지만 남편이 이 집의 주인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 특히 테쓰는 항상 사람의 얼굴빛에 신경을 쓰는 녀석이라 주변의 역학관계에는 민감하다. 좀 분하긴 하지만 말이다.

스타견 달리가 드디어 출판계에도 상륙했다. 인천국제공항 홍보대사는 물론 10cm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기도 한 몸이다. 예쁜 짓만 골라 한다. 사람처럼 누워 자고, 애초에 웃는 상이다. 한쪽 다리를 사고로 다친 채 버려졌다는 과거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가히 견생 역전이랄까. 사랑 안에서 견주도, 달리도 어떻게 크고 변했는지 담았다. 일곱 살이 된 달리는 희망 그 자체다. 이상한 노릇이다. 분명히 남의 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느새 가장 친한 친구 이야기를 듣는 듯 묘하게 위로도 된다. 말을 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것 같은 풍부한 표정은 역시 달리의 히든카드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바라보 는 달리는… 아, 귀여워 미치겠군!

Inside --- (중략) 열심히 공부했던 표정을 스스로 지어봤을 것이다. 달리는 놀랄 만큼 풍부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나와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한 것일까. 내가 달리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달리의 노력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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