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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키드니 그릴의 멈추지 않는 변화

조회수 2021. 2. 15.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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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4 시리즈의 새로운 그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지만, 키드니 그릴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BMW가 신형 4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거대한 세로형 키드니 그릴에 위화감을 나타내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관련 온라인 기사의 댓글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분위기를 예상했는지 도마고 듀케(Domagoj Dukec) BMW 디자인 책임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시리즈별로 각기 다른 디자인의 그릴이 적용될 것이고 키드니 그릴의 디자인은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Wikimedia Commons
BMW M440i xDrive Coupé

또한 ‘BMW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금세 익숙해질 것’이라며 BMW의 애호가들을 안심시키는 말도 남겼다. 온오프라인에 보이는 우려의 목소리는 키드니 그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BMW의 역사를 잠시만 들여다보면 그릴의 디자인은 고정되지 않고 조금씩 때로는 과감하게 커지거나 늘어나기도 하고 심지어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하게 변화했던 키드니 그릴과 그것을 채용한 모델들을 돌아보려고 한다. 우선 키드니 그릴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첫 데뷔를 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키드니 그릴의 등장

출처: BMW
BMW 딕시 3/15 PS

BMW가 자동차 양산업체로 시작하는 신호탄이 된 차는 딕시 3/15 PS였다. 이 모델은 아쉽게도 BMW를 나타내는 그 어떤 표식도 없었다. 1927년부터 3년간 영국 오스틴의 모델을 면허 생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28년부터 BMW가 이 모델의 생산 면허를 가지고 있던 아우토모빌베르크 아이제나흐(Automobilwerk Eisenach)를 인수하면서 기존에 뒷바퀴에만 있던 브레이크가 사륜 브레이크로 개선되었다.

이후 딕시 3/15 PS DA2의 섀시를 바탕으로 1929년에 제작된 재미난 차가 있었다. 브루흐잘에서 그 당시 BMW외 딕시, DKW 등 여러 메이커의 차체를 제작하던 코치빌더 루돌프와 프리츠 일(Rudolf Ihle, Fritz Ihle) 형제가 만든 작품이었다. 그차는 작고 빠른 로드스터의 형태로 일 타입 600(Ihle Type 600)이라 불렸다.

출처: lanemotormuseum
1929 일 타입 600

일 형제는 기존 딕시의 차체를 제거하고 프레임을 늘인 후 알루미늄 패널에 모양을 내어 차체를 제작했다. 이로써 전 모델보다 더 가벼운 차체 중량으로 직렬 4기통 15마력 정도의 엔진으로도 가속력이 20% 정도의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 차의 앞에 좌우로 나뉜 그릴이 쓰였는데, 이것이 나중에 BMW의 정체성이 되었다는 것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분할된 형태의 그릴은 일 형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었을 뿐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일 형제가 제작한 보디 중 DKW의 F2, F3, 포드 에펠 등 여러 차종에서 2개로 분할된 형태의 그릴이 존재한다는 이유였다.

출처: Oldtimer gallery
1932 DKW F2

또한 일 형제가 제작한 이 콘셉트 카는 딕시를 베이스로 제작된 것으로 BMW의 독자 모델이라고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 차에 처음 적용된 것과 비슷한 형태의 그릴이 BMW 일 스포트 타입 600, 800 등 여러 차종에 쓰였지만, 키드니 그릴을 채용한 BMW 고유 모델은 후에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키드니 그릴을 채용한 첫 BMW

1933년 2월 베를린 모터쇼에서 프로토타입이 공개된 BMW 303은 차체에서 파워트레인까지 완전한 독자 기술로 만든 모델이었다. 750kg의 전비중량, 30마력의 힘을 내는 엔진으로 시속 90km의 최고속도를 냈다. 또한,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을 처음 채용한 모델이기도 했다.

출처: BMW
BMW 303

실용성 면에서도 당시 엔진은 공랭식으로 공기 흡입구를 크게 하여 뜨거운 엔진을 식힐 필요가 있었다. 대형 프런트 그릴을 달았다는 것은 큰 배기량의 고성능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는 증거이거나 그렇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충분했다. 유명한 롤스로이스의 파르테논 그릴도 그런 이유로 크기를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BMW는 밀레 밀리아 경주에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섀시 또한 가볍고 강하게 제작했다. 또한 기존 자사 차와 달리 값비싼 서스펜션을 셋업하고 새로운 랙 앤 피니언 스티어링 기술을 도입하여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한 최초의 자동차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후의 나온 모델들을 보면 '당시 BMW 관계자들은 키드니 그릴이 자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아이템이 될 줄 알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이런 형태의 그릴을 달지 않고 등장한 모델도 있었다.

키드니 그릴이 없는 BMW 모델들

우선 떠오르는 모델은 1955년에 발매된 이세타다. 이탈리아의 냉장고 등을 제작하던 이소 사의 설계를 가져온 것도 이유였겠지만, 리어 엔진 구조상 그릴이 필요 없기도 했다. 지금 같아서는 랩핑 등으로 형상을 나타낼 수 있었겠지만, BMW는 굳이 그려 넣지도 않았다. 당시 메이커들은 엠블럼이 메이커의 아이덴티티를 더 잘 나타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세타의 후기 모델이었던 이세타 600에서도 키드니 그릴은 존재하지 않았고 차체 앞뒤로 BMW 로고만 달았기 때문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BMW 이세타 300(왼쪽)과 BMW 600

제2차 세계대전 후 무너져가던 BMW를 기사회생시킨 이세타 다음 모델은 이상한 모양의 키드니 그릴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2018년 데뷔한 BMW X7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거대한 그릴에 대해 보였던 것과 비슷한 반응이 있었던 모델이 바로 BMW 507이었다. 195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쇼룸에 함께 올라간 503과 507을 보며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다.

출처: BMW
BMW 507

503은 1930년대부터 BMW를 보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507의 키드니 그릴은 옆으로만 길게 강조한 느낌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300 SL과 영국의 MG가 연상되는 바디라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애마로써 미국 내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이후 BMW 최초의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해 제작된 BMW 700 모델에는 키드니 그릴이 존재하지 않았다. 리어 엔진을 적용해 전면 그릴에 필요 없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설계할 수도 있었겠지만, 첫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BMW 600의 섀시를 베이스로 만들어지길 원하는 주문 때문이었다. 그 차는 195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공개되며 언론과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괄목할 만한 기술의 개발과 혁신 덕분이었다.

출처: BMW
BMW 700

BMW 600에 비해 넉넉한 헤드룸과 25% 늘어난 휠베이스 그리고 짐칸이 넓어졌다는 것 말고도 약 30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놀라운 가속력도 인기를 얻는 데 한몫을 했다. BMW 700은 유려하고 세련된 보디라인과 강력한 파워트레인 그리고 스포츠 패키지 등 여러 장점으로 1960년 BMW 전체 회사 매출액의 약 58%를 차지한 이세타 다음의 구세주 모델이었다. 키드니 그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BMW 700은 1965년 11월 단종될 때까지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키드니 그릴의 디자인은 변화무쌍하다

키드니 그릴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엔진의 냉각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었다. 그래서 엔진이 뒤에 설치된 모델은 그릴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BMW 관계자들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BMW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적인 것이 키드니 그릴 아닌가?’란 물음에 답한 모델이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스타일링에 참가한 쐐기 스타일의 M1이었다.

출처: BMW
BMW M1

1978년 람보르기니와 협력하여 포뮬러 레이싱 카를 만들기 위해서 탄생한 이 모델은 미드 엔진 구조를 채용했다. 또한 보디 스타일이 쐐기 형태로 디자인되어 그릴을 채용할 공간이 없었다. BMW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작고 얇은 키드니 그릴을 배치했다. 이런 스타일의 키드니 그릴도 센세이션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2005년 BMW와 달리 아우디는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이라는 디자인 아이덴티티 정책을 발표하며 그릴 형태가 통일성 있게 변했다. 모든 세그먼트와 트림의 모델에 적용된 그릴이 다 거대해졌다. 이후 제네시스,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프런트 그릴을 대형화하는 추세로 기울어져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BMW는 비전 i 넥스트와 같은 콘셉트 카가 아닌 양산한 여러 모델이 가진 그릴 변화의 핵심이 스케일이나 가로 세로의 길이를 줄이거나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처: BMW
BMW i3

신장을 닮은 키드니 그릴의 디자인 공식 중 가장 중심을 이루는 개념은 바로 2개로 분할된 형태가 아닐까 한다. BMW i3처럼 엔진이 없는 전기 차에도 키드니 그릴 형태가 남아있어 누가 봐도 뮌헨의 메이커가 만든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그런 형태의 존재가 BMW만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필자의 의견이 틀릴 수는 있지만 BMW에 새로운 형태의 키드니 그릴을 기대하는 애호가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글 윤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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