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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EV는 버블카의 재림?!

조회수 2020. 11. 16.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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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EV에서 버블카를 떠올리다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BMW의 버블카, 이세타(Isetta)


지금은 올드카의 대명사이자 버블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BMW 이세타 그리고 BMW 600은 클래식카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올드카입니다. BMW 이세타, BMW 600을 자세히 살펴보며 버블카의 탄생 배경과 그 매력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버블카는 2차대전의 아픔에서 탄생

BMW 드라이빙 센터에는 이세타 두 대가 있고 실제로 달릴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특히 유럽 대륙에 승전국 패전국 할 것 없이 피폐한 삶을 남겼습니다. 부족한 물자, 높은 물가, 쪼들리는 생활은 자동차의 문화나 형태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에서는 정말 조그만 사이즈에 연료소비가 적은 차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이런 장르의 차들을 흔히 '버블카(bubble car)'라고 부릅니다.


드카가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아픔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전쟁 후유증이 심한 이탈리아나 독일에서는 더더욱 이런 자동차들이 필요했을 텐데요. 입지가 탄탄했던 벤츠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입지가 약했던 BMW는 적극적으로 버블카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이소 이세타와 BMW 이세타

두 명이 탈 수 있는 이세타는 차체 앞 전체가 열려 타고 내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들이 잘 아는 BMW 이세타(Isetta)는 사실 BMW가 만든 독자 모델이 아닙니다. 냉장고나 스쿠터를 만들던 이탈리아의 이소(Iso)라는 회사가 이세타를 발표했는데요. 한 모터쇼에 출품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이탈리아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 메이커가 라이선스 생산을 하기 시작했죠. BMW의 이세타도 바로 이소의 이세타를 라이선스 생산한 것입니다.


이세타는 차 앞쪽 전체를 차지하는 문을 열고 탑승하는 것이 특징으로, 사고 시에는 지붕의 캔버스톱 부분으로 탈출하는 개념이 적용되었습니다. 모터사이클용 단기통 엔진을 달아 '털털' 거리며 도심을 달리는 1~2인용 시티 커뮤터 같은 개념이었죠. 달걀처럼 생긴 차체와 커다란 창이 거품처럼 보인다고 해서 버블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그 뒤 비슷한 차를 통칭하는 이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BMW는 이 이소 이세타를 독자적인 개량과 개선을 통해 점차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2차대전 때에도 모터사이클을 군납하는 등 엔진을 만드는 독자기술은 충분했기 때문에, 배기량 250cc, 300cc 등 배기량이 다양한 엔진을 얹은 이세타가 만들어졌습니다. 

BMW 이세타의 확대형인 BMW 600

시간이 지나, 엔진을 600cc가 조금 안 되는 배기량으로 보어업하고 실내공간도 키운 BMW 600도 만들어졌는데요. 두 명이 겨우 타고 다닐 수 있는 이세타에 비해, 600은 네 명이 탈 수 있는 실용적인 차로 발전했죠.

4인승 버블카로 만들어진 BMW 600


해외의 한 장소에서 촬영한 BMW 600의 사진입니다. 600은 기본적으로 이세타에 뿌리를 두고, 더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엔진을 키우고, 더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덩치를 키운 버블카입니다.

이세타의 차체를 늘리고 넓혀 뒷좌석을 더한 것이 BMW 600이다


이세타가 작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네 명이 타는 600을 실물로 보면 먼저 웃음이 나오게 됩니다. "여기에 4명이 타고?!"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2차대전 이후의 유럽의 어려운 상황, BMW의 부활을 위한 의지 등이 느껴져 겸허해지기도 합니다. 

2열 시트와 버블카로서는 큰 차체 갖춰

BMW 600은 뒷좌석에 타고 내릴 수 있는 문이 차체 오른쪽에 있다


운전석 문이 열리는 방식은 기존 이세타와 동일하지만, 뒷좌석 승객을 위해 별도의 문을 설치했는데요. 요즘 차들처럼 차체의 좌우측이 아니라 우측 한 곳에만 설치한 것이 독특합니다. 이렇게 BMW의 버블카는 이세타로부터 600으로, 그리고 보통 자동차 모습을 하고 있는 700으로 발전하며 오늘날에 이르는 BMW의 기틀을 다지게 됩니다.

다른 몇몇 버블카들

1950년대 대표적인 독일 버블카 중 하나인 메서슈미트 KR200 (CC BY 2.5 Oxyman via Wikipedia)


BMW가 만든 이세타나 600 이외에도 당시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버블카들이 만들어졌는데요. 메서슈미트의 여러 모델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유럽에서는 당연한 일이었고, 일본에서도 유럽의 이런 버블카 확산 분위기에 편승해 후지 캐빈 등의 버블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에 일본에서 잠깐 판매된 후지 캐빈 (CC BY-SA 3.0 Mytho88 via Wikipedia)


위 사진 속의 차는 일본의 후지 캐빈인데요. 한 개의 헤드램프가 적용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일본의 버블카 현상은 그 이후에도 이어져 일본 최초의 경차인 스바루 360 등에도 버블카적 요소가 적용되기도 합니다.


1800년대 말 자동차가 만들어진 뒤 오스틴 등 영국 자동차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차체가 작은 자동차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차체가 둥글고 깜찍하고 좀 더 타이트한 버블카는 일본 경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버블카나 그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차들은 깜찍하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지금은 클래식카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만, 그 배경에는 어렵고 힘들었던 당시의 경제, 사회적 상황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초소형 전기차는 버블카의 재림?!

국내에도 판매 중인 르노 트위지


최근 전기차의 빠른 보급으로 초소형 전기차에 해당되는 르노 트위지나 여러 다른 메이커에서 만드는 유사 모델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 귀엽고 깜찍한 모습에 반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듯 한데요. 이런 초소형차들에서 60~70년 전 버블카의 모습이 불현듯 느껴지는 것은 신기하고 반가운 일입니다.


이렇게 유행은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글 김주용(엔터테크 대표,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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