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명품 브랜드의 마이더스 '에르메스'와 자동차

조회수 2020. 9. 16. 17:0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자동차를 만나 영역을 넓힌 프랑스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일반적으로 헤르메스(Hermes) 하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12 신성 중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헤라와 아프로디테를 제외한 제우스의 자손으로 신의 메신저, 여행자와 무역의 수호자 등으로 명성을 가진 신이다. 그는 영웅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기도 한다. 이런 그의 가족인 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180여 년 동안 가족 경영으로 만들어낸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다. 알파벳 철자가 비슷해서 생각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출처: Needpix

이 브랜드가 위대한 이유는 마차의 시대에 고급 마구를 제작하여 귀족에게 호화롭고 화려한 이미지를 전달해준 메신저의 역할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현재까지 시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으로 유럽 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러시아, 아시아와 미국 등의 많은 패셔니스타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런 전통의 브랜드와 자동차의 인연에 관한 역사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의 변화를 이끈 자동차

에르메스의 역사를 이야기하려면 자동차나 기차가 등장하기 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값비싼 마차와 말을 소유했던 귀족들은 남들과 다른 럭셔리한 마구를 갖고 싶어 했다. 그때 등장한 사람이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ès)였다. 그는 1837년 귀족을 위한 마구 용품과 안장을 디자인하는 공장을 설립해 1867년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Universal Exhibition of Art and Industry)에서 은상을 받으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1880년 그의 아들 샤를 에밀 에르메스가 경영권을 이어받아 현재의 본점으로 매장과 공방을 이전했다. 이때 마구 제작과 판매를 중심으로 하던 에르메스에 크나큰 변혁이 일어났다. 바로 자동차의 존재로 인한 것이었다. 

출처: loudounhistory.org

20세기 초 사업차 미국을 방문한 창립자의 손자 에밀 모리스 에르메스(이하 에밀)는 당시 새로운 교통수단이었던 자동차를 보게 됐다. 그는 자동차가 마차가 가진 거리이동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또한 자동차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 생활의 변화가 촉진되리라 예측했다. 


프랑스로 돌아간 그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구와 안장 사업으로 숙련된 기술을 사용해 여행에 관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가죽 제품을 디자인했다. 또한 그 제품에 미국에서 자동차와 함께 봤던 지퍼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볼리드 백(Bolide bag)을 탄생시켰다. 이것은 단순한 마구상에서 패션 브랜드로의 재탄생을 알린 신호탄이었던 것이었다. 


에밀 시대의 에르메스는 현대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지만 시대의 불운에 잠시 어려움을 겪었다. 그것은 바로 1929년 세계대공황과 이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그러나 에밀은 좌절하지 않고 에르메스의 고급 이미지를 이어나가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그것이 오뜨 아 쿠르와(Haut à courroies) 백, 스카프와 향수 등이었다. 이때 전시 중 남아서 사용되어온 주황색 포장지가 지금까지 에르메스의 상징적이 하나의 아이템이 되었다. 위기는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에밀의 사위이자 에르메스의 4대 회장이었던 로베르 뒤마(Robert Dumas) 로 인해 실크 프린트 스카프와 실크 소재의 넥타이 등으로 아이템을 확장해 나갔고 이때 에르메스 최초의 여성 향수로 알려진 깔레쉬가 세상에 등장했다. 또한 1956년 모나코의 여왕 그레이스 켈리가 임신한 배를 오뜨 아 쿠르와 백으로 가린 사진이 라이프 잡지에 등장한 후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본뜬 '켈리 백(Kelly bag)'이 탄생하였다. 

1970년대 또 한 번의 불황의 기운이 불어닥쳤다.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던 그때, 역사적 패션 아이템이 유성처럼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전세계 여성들이 원하는 가방이라는 '버킨 백(Birkin bag)'이었다. 이 백의 역사는 에르메스의 5대 회장인 장루이 뒤마(Jean-Louis Dumas)가 1980년대 당시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던 영국 가수 겸 배우였던 제인 버킨(Jane Birkin)을 비행기 안에서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버킨 백은 그가 뒤죽박죽인 버킨의 백 안을 우연히 본 후 공간을 늘리고 수납 공간을 더해 새롭게 디자인한 켈리 백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우연히 만난 자동차가 에르메스의 사업 방향을 확장하게 했던 역사적인 아이템이었던 것만큼, 켈리 백과 버킨 백은 위기의 에르메스를 구한 구세주적인 디자인이었다. 이후 기사회생한 에르메스는 다양한 제품과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가며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쌓아나갔다. 그중에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자동차에 녹아든 에르메스의 장인정신

출처: flickr

2008년 파리 모터쇼에서 전설적인 시트로엥 2CV(일명 두두슈, Deudeuche)의 탄생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에르메스는 1989 2CV 6 스페셜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2CV의 도어 트림, 리어뷰 미러, 기어 노브, 운전대, 선바이저 등을 천연 가죽으로 꾸몄다. 또한 더욱 우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좌석은 코튼 캔버스와 천연 가죽으로 시트 커버를 만들어 덧씌웠다. 또한 트렁크 안도 코튼 캔버스로 마감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출처: Bugatti

그해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는 에르메스와 손을 잡고 부가티 베이론 Fbg를 선보였다. 이 모델은 부가티 베이론을 바탕으로 인테리어와 그릴 등 여러 부품을 에르메스 파리 공장에서 리디자인한 것이었다. 이 모델을 보고 많은 매체에서는 부가티의 기술과 에르메스의 미적인 기교의 완벽한 조화라고 찬양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이 한정판은 베이스인 부가티 베이론보다 무려 60% 높은 값에 판매되었다.

출처: jillroberts

또한 간결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와치가 설계하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생산한 스마트 포투(Smart ForTwo)의 10주년 기념작인 트왈 H(Toile H) 에디션이 발표되었다. 이 모델 또한 에르메스에서 열 가지 색에 열 가지 인테리어를 갖춘 모델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스페셜 모델이었다. 에르메스와 자동차 브랜드의 협업은 프랑스 브랜드에만 그치지 않았다. 글로벌 회사답게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출처: Wikipedia

특히 2011년 현대자동차는 에르메스에 자사 최고급 세단이었던 에쿠스의 인테리어를 재디자인해달라고 요청했고, 에르메스는 2013년 콘셉트카 '에쿠스 바이 에르메스(Equus by Hermès)'로 답했다. 이 모델에 관해 현대 관계자는 “에쿠스 바이 에르메스는 현대차의 우수한 기술력과 혁신성에 에르메스가 지향하는 최고의 장인정신을 결합한 진정한 모던 프리미엄이 살아있는 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단계에서 계획된 것보다 1/3만 판매되어 아쉬움이 남은 협업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에르메스는 위에 언급한 자동차 브랜드를 포함하여 카메라, 유리제품 등 다양한 제품에 자신들의 장인정신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다. 

출처: FHH Journal

이것은 에르메스의 시작인 안장을 만들던 수공 박음질 방식으로 장인들만 가능한 기술이라고 한다.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에 기본적인 제작을 위탁하고 있는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창립된 이후 일관되게 수작업을 고집하며 최고의 품질의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글 윤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