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빈티지 콘셉트카, 마트라 레이저

조회수 2020. 7. 27.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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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비틀즈의 렛잇비, 아폴로 13호
이때는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도 황금기


1970년대는 비틀즈의 히트곡인 ‘Let It Be’와 우주를 향해 날아갔던 ‘아폴로 13호’에만 환호했던 시대는 아닙니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중동 전쟁 등 어두운 정치, 경제적 상황에서도 아름다운 디자인과 획기적인 기술을 품은 많은 자동차들이 축복 속에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첫 고유모델, 현대 포니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자동차가 1974년 6월 고유모델 1호차 포니를 완성했으며, 쌍용자동차 코란도의 근간인 신진지프가 1974년 미국 AMC의 민수용 지프를 라이선스 생산해 한국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공장 안에서 세상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포니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 이소룡이 출연한 영화 ‘그린 호넷(the green hornet)’으로 더 잘 알려진 AMC 호넷(AMC Hornet)을 만들어 낸 ‘리처드 티크(Richard A. Teague)’ 등 위대한 디자이너들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작업 중인 지오반니 미켈로티의 모습


1970년대를 대표하는 자동차 디자이너들 중, ‘지오반니 미켈로티(Giovanni Michelotti)’는 최근 새롭게 부활한 르노 알피느의 프로토타입, 전설이라 불리는 마세라티 3500 GT, 그리고 배우이자 레이서로 활약했던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을 위해 설계한 페라리 365 GTB4 컨버터블 등 자동차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명차들을 만들어 낸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입니다. 미켈로티는 1980년 5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약 1,200개의 모델을 만들어 낸 다작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한번 스케치를 시작하면 속사포 같이 빠른 속도로 디자인을 끝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미켈로티의 마트라 레이저(1971)

지오반니 미켈로티가 디자인한 마트라 레이저


지금은 청산되어 없어진 프랑스의 스포츠카 메이커 중 하나인 마트라(Matra)를 위한 콘셉트카로 만들어진 ‘마트라 레이저(Matra Laser)’는 1960년대 중반 이후 생산된 마트라사의 M530에 사용된 1.7L 포드 V4 엔진과 섀시 등을 베이스로 제작되었고, 1971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며 미켈로티 디자인 실력을 세상에 다시 한번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 차는 이듬해인 1972년 몬트리올 오토살롱(Montreal Auto Salon)에 한 차례 더 등장한 후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켈로티가 세상을 떠난 후, 지오반니 미켈로티의 아들인 ‘에드가르도 미켈로티(Edgardo Michelotti)’는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미켈로티 역사 자료관(Archivio Storico Michelotti)’이라는 사이트를 구축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버지의 활동내용과 작품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집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나서도 마트라 레이저(Matra Laser)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렇게 수십 년간 그 행방을 몰랐던 마트라 레이저는 마침내 2009년 일본의 ‘도쿄 콩쿠르 델레강스(Tokyo Concours D'Elegance)’에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많은 자동차 미디어들은 충격과 감격을 숨기지 않았고, 마트라 레이저의 재등장을 대서특필했습니다. 이때 쏟아진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마트라 레이저가 일본에 있는가?’였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미켈로티의 디자인 회사인 ‘미켈로티 스타일링 스튜디오(Michelotti Styling Studio)’는 5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여러 자동차 제조회사와 깊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스카이라인 스포츠(Prince Skyline Sports)’나 ‘콘테사 1300(Contessa 1300)’ 등 많은 작업을 함께 했지요. 이때 맺어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마트라 레이저가 일본의 한 컬렉터에게 전달된 것이 아닌가 추정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라라클래식은 일본의 한 장소에 보관되어 있는 이 마트라 레이저의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70년대 미켈로티 디자인의 시작을 알린 마트라 레이저를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릴라이언트 시미터 SS1


마트라 레이저를 통해 제안된 미켈로티의 여러 디자인 요소는 80년대까지 이어져, 라라클래식이 보유 중인 영국 릴라이언트 시미터 SS1이라는 희소 모델에까지 이어집니다. 헤드램프의 위치와 형태, 후드의 형상, 사이드의 여러 라인들이 두 차의 디자인 콘셉트의 동일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네오클래식을 품은 빈티지 콘셉트카


세상에 단 한 대만 존재하는 마트라 레이저는 엔진의 성능이 75마력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1,080mm를 넘지 않게 디자인된 낮은 차체와 세련되고 날렵한 쐐기형 라인, 차체의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넓고 낮게 열리도록 설계된 걸윙 도어, 뒷바퀴의 열기를 효율적으로 배출하기 위한 에어벤트 등 디자인적인 요소는 슈퍼카의 그것과 견줄 수 있습니다.


세상에 나온 지 48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80년대까지 그 디자인 큐가 연장되어 양산차에 적용되었고, 지금도 우리들의 마음에 호소할 수 있는 스타일의 마트라 레이저를 통해 빈티지하면서도 창조적이고 독특하며 때로는 우아한 네오클래식만의 특별함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글 윤영준(라라클래식 공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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