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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카 시트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조회수 2020. 5. 17. 13: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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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서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카 시트가 개발되고 안전띠 사용법이 개선되면서 어린이를 동반한 이동은 더 안전해졌다

13년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다는 소식에 어린이와 아기를 위한 차량용 시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필자도 그때쯤 아이가 생기면서 베이비 시트와 차일드 시트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에 관련된 정보를 얻다 보니 일본의 여러 회사가 다양한 카 시트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이 안전 관련 자동차용품을 취급하는 한 일본 업체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 단걸음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당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던 아이소픽스(ISOFIX) 카 시트와 영유아 및 어린이용 카 시트 등 다양한 어린이용 보호 장구를 보고 만질 수 있었다. 또한 도쿄 주변의 아이들이 많이 찾는 동물원과 유원지의 주차장에 찾아가 카 시트 사용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했다. 

대략 이틀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갓난아이나 유치원 입학 전의 작은 아이들을 태운 차에 카 시트를 단 모습은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6세 정도의 큰 아이들이 카 시트 위에 앉은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함께한 일본인 친구도 자신의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느 부모들처럼 그냥 앉힌다고 귀띔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개인적 경험을 넘어 조금 더 객관적인 자료를 찾던 가운데, 일본자동차연맹(JAF)의 조사 보고서를 보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일본 내 카 시트 장착률은 1살 미만은 79.1%로 높지만, 1~4살 미만은 50.8%, 5살부터는 26%로 급격하게 낮아지는 경향을 띠고 있었다. 즉 아이의 체격이 커져 카 시트가 몸에 맞지 않게 되면 주니어용으로 교체하는 가정은 소수라는 뜻이다. 

몇 년이 지나, 우리나라에서도 안전띠 착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2006년부터 6세 미만 영유아는 전용 카 시트에 태워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스웨덴, 독일, 영국 등 여러 국가는 영유아뿐 만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승차 시 카 시트 사용을 의무화한 것에 비하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개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도로교통법 개정이 우리나라에서도 카 시트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아이템이 되는 계기가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안전띠 미착용에 대한 벌금도 강화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전띠 미착용 운전자는 3만 원, 13세 미만 영유아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거나 6세 미만의 영유아가 시트에 앉아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6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의 승객이 안전띠를 미착용했다면 운전자에게 3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운전자가 승객에게 안전띠 착용 의무를 설명했다면 그 벌금을 면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6세 미만 영유아용 카 시트 장착 문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카 시트를 어느 위치에 어떻게 장착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현대자동차의 사용자 매뉴얼에는 ‘3점식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없는 어린이의 경우는 안전벨트를 직접 사용하지 말고 뒷좌석에 어린이 전용 보조 시트에 앉히십시오.’라고 명시되어 있다. ‘왜 2열이 아닌 조수석에 영유아용 카 시트를 설치하면 안 되는가?’라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수석에 카 시트를 설치하면 안 되는 이유로 차량 충돌 시 신체 피해가 클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조수석 치사율이 뒷자리보다 낮다는 통계는 있지만, 조수석 치사율이 다른 좌석보다 높다는 자료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조수석 쪽이 안전하지 않다는 설은 루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카 시트를 조수석에 설치하지 말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에어백 때문이다.

출처: pxhere

대부분의 자동차는 충돌 때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에어백이 전개된다. 만약 에어백이 터지면서 카 시트에 닿으면 그 충격으로 아이가 크게 다치거나, 카 시트가 날아가 버려 다른 탑승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참고로 충돌 때 작동하는 에어백의 팽창 속도는 시속 약 300km에 이른다. 그와 같은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많은 자동차 업체가 매뉴얼에 ‘동승석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은 동승석에 유아용 보호장치를 설치하지 마십시오’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런 경고문은 무조건 조수석에 카 시트를 설치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카타르처럼 조수석에 영유아 탑승을 금지하는 나라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한 예로, 르노삼성자동차의 사용설명서를 보면 ‘동승석에 어린이용 보조 시트를 설치하기 전에 안전벨트를 최대한 내리고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고 시트 등받이를 수직에서 가볍게 뒤로 약 25도 기울이며 시트 쿠션을 최대한 위로 올립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또한 1964년부터 세계 최초로 카 시트 시험을 시작한 볼보는 정면충돌 때 아이의 목이 앞으로 튕겨 나가는 압력을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취약하기 때문에 카 시트 등받이가 창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볼보는 그런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카 시트를 2015년 상하이모터쇼에서 선보인 적도 있다.

출처: Volvo Cars

이렇게 조수석에 카 시트를 설치할 때는 동반석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많은 자동차 업체가 여러 차종을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들면서 에어백과의 충격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으면 교통사고 시 안전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올바르게 장착한 카 시트에 앉혀 안전띠를 매게 하는 것만으로 교통사고의 충격에서 최선의 안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까지 카 시트를 조수석에 설치할 필요는 없다. 또한 사용자 매뉴얼에 동반석 카 시트 설치를 허용하지 않는 차종에는 절대 장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에 아이의 행동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거나 아이가 동반석에 앉기를 원한다면 조수석 에어백을 비활성화시킨 뒤 앉히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기존 안전띠를 이용하여 설치한 카 시트는 제거하는 과정도 복잡해, 오사용률이 높고 탈착 시간도 제법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부착 장치인 아이소픽스를 적용한 카 시트가 개발되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아이소픽스(ISOFIX)는 처음에 카 시트 제조사 브라이텍스와 폭스바겐이 공동 개발한 후 많은 관련 제조사에서 연구 개발한 카 시트를 장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스템을 말한다. 또한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표준화해 아이소픽스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국가마다 부르는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래치(LATCH), 캐나다에서는 LUAS 또는 캔픽스(Canfix)라고 하며 우리나라와 유럽에서는 아이소픽스(ISOFIX)라고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2012년 이후 양산된 전 차종에 아이소픽스 대응 앵커 즉 뒷좌석 등받이와 엉덩이 시트 사이에 ‘ㄷ’자 모양의 금속 고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000년, 미국은 2003년, 독일은 2006년부터 아이소픽스 채용을 의무화한 것과 비교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기존 방식보다 훨씬 더 간편하게 탈부착이 가능하므로 아이소픽스 방식을 채용한 카시트 점유율은 높아지는 중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렇게 승용차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카 시트가 여러 형태로 개발되는가 하면,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은 학원 등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띠 설치 기준 또한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키 145cm, 몸무게 36kg 이상에 맞춰 설계되었지만, 관련법 개정으로 어린이의 신체구조에 적합하게 조절될 수 있도록 설치하게 되었다. 

이렇듯 시대가 변하면서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카 시트가 개발되고 안전띠 사용법의 개선된 것과 더불어,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한 삶을 위해 카 시트를 설치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두는 것은 부모의 책임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이 글이 미래에 부모가 될 독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글 윤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 이 기고는 라라클래식 매거진의 의견이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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