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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SM

조회수 2020. 4. 15. 19: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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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낭만와 자유로운 삶을 담은 차

봄은 벚꽃과 따스한 햇볕, 여름은 선명한 풍경과 자유분방한 해변의 휴가처럼 계절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것은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상징적인 모습이 우리의 기억에 심은 인상일 지도 모른다. 이렇게 계절마다 다른 자연의 모습처럼, 자동차 메이커를 포함해 어떤 기업이든 그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이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길 원한다.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인 시트로엥이 세상에 내놓은 역사적 자동차인 SM 또한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출처: Citroën

시트로엥 SM은 1970년 3월 10일에 DS의 후속 모델로 스위스 제네바의 윌슨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공개되었다. 당시 수많은 언론은 이 모델이 프랑스 메이커 시트로엥이 이탈리아 메이커 마세라티를 인수하여 개발한 이상적 고성능 모델임을 앞다투어 전했다. 또한, 자동차 산업 역사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만한 아방가르드적 자동차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출처: drive-my.com

이 날렵하고 호화로운 투어링 카의 섀시는 시속 220km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게 한 마세라티의 V형 6기통 엔진뿐 아니라 최첨단 전륜구동 시스템, 독특한 서스펜션, 최초로 적용된 디라비(DIRAVI) 조향 시스템 등 시트로엥의 혁신적 기술 노하우가 그대로 적용되었다.

출처: Wikipedia

시트로엥의 기술적 노하우와 진화는 SM의 독특한 외관에서부터 드러났다. 차체 형태는 금세 달려 나갈 것 같은 공격적인 모습과 더불어 공기의 원활한 흐름까지 생각한 물방울 모양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이었다. 직각으로 떨어지는 차체 뒷부분 또한 캄 테일(Kamm tail) 스타일로 와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했다.

또한, 그릴이 있어야 할 위치에 번호판이 있고 양 옆의 헤드램프는 유리로 된 커버로 감쌌다. 헤드램프는 운전대를 돌리는 방향으로 따라 움직여 운전자의 시야를 넓히고 보기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차체 디자인은 당시로써는 무척이나 참신한 것이었다. 

출처: Roland Faragher-Horwell

이런 차체 디자인의 독특함과 더불어 섀시 기술에서도 무척 혁신적인 것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전작인 DS에 장착된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을 개선해, 포장이 되지 않은 길에서도 차체의 진동을 최소화하는 편안한 주행감으로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출처: Citroën

또한 알로이 합금 블록으로 경량화에 성공한 V6 2.7L 170마력 엔진을 얹어, 다른 업체들의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빨리 달릴 수 있었다. 혹자는 SM의 빠른 주행 능력은 마세라티의 고성능 엔진 때문만 아니라 시트로엥이 개선한 라디에이터와 카뷰레터 성능 덕분이라고 주장을 하기도 했다.

출처: Wikipedia

실내 디자인 또한 다른 차들과 차별되었다. 속도와 엔진의 분당 회전수 등을 나타내는 계기가 타원형으로 설치되었고 선택사항으로 제공된 라디오가 대시보드가 아닌 중앙 콘솔에 있다는 것도 재미난 점이었다.

또한 2인승 2도어 쿠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4인승이어서, 앞 좌석을 앞뒤로 움직이며 뒷좌석 탑승자의 다리 공간을 넓게 만들 수 있어서 장거리 주행에도 불편함을 주지 않았다. 1972년 프랑스 정부의 요청으로 기존 SM보다 휠베이스가 300mm 더 길고 뒷문이 있는 리무진 모델도 생산되었다. 이런 SM의 독특함은 전작인 DS 모델의 유전자를 이어받고 당시 최신 기술과 디자인을 과감하게 적용한 결과였다.

출처: Wikipedia

이렇게 획기적인 섀시와 공기역학적 디자인 그리고 경량화 설계는 1960년대 초부터 40여 년간 프랑스 자동차 디자인 방향을 주도했던 로베르 오프론(Robert Opron)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팀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자동차가 아닌 가구 디자이너로 포트폴리오를 시작했다. 이후 시트로엥에 입사해 여러 콘셉트 카를 디자인했다. 트락숑 아방과 2CV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대한 디자이너 플라미니오 베르토니(Flaminio Bertoni)가 1964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SM 개발 프로젝트의 바통은 로베르 오프론에게 넘어갔다. 그는 이후 1974년까지 시트로엥의 스타일을 맡았다.

출처: lignesauto

그의 디자인에서 주목할 점은 차가 나아가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헤드라이트와 공기 저항 계수를 고려하여 만든 차체의 외관을 들 수 있다. 앞부분을 상어 코와 비슷한 모습으로 둥글리고 뒷부분은 직각에 가깝게 만들어 공기저항 계수(Cd)를 0.3 정도로 낮췄다. 이는 최근 생산되고 있는 일반 세단과 비슷한 정도로, 당시로써는 놀라운 수치였다. 로베르 오프론과 시트로엥 디자인 부서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 밤낮없이 디자인을 연구했다. 그와 같은 노력의 결정체가 바로 SM이었다.

SM의 놀라운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수많은 사람에게 극찬을 받은 훌륭한 스티어링 피드백(Steering Feedback) 즉 조향 감각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SM에 최초로 적용된 디라비(DIRAVI) 시스템 덕분에 만들어진 것으로 평소에는 운전대를 손가락 하나로도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가볍고, 속도가 빨라지면 운전대에 무게감을 더해 운전자에게 스포티한 느낌을 줬다.

출처: Artimmainen

이는 험로에서도 운전대의 떨림이 적어서 최적의 안전성과 경쾌함을 느낄 수 있게 한 1970년대의 획기적 조향 기술이었다. 이처럼 훌륭한 기술을 품은 SM은 시트로엥에 고성능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메이커로서 입지를 다졌다.

SM은 모터스포츠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1971년에 시트로엥은 SM으로 모로코 랠리에 참가해 우승컵을 거머쥐며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놀라운 점은 전방에 랠리 경기용 라이트를 설치한 것을 빼면 거의 양산형에 가까운 차로 출전한 것이다. 이 승리를 계기로 시트로엥은‘First outing, First victory' 즉 ‘첫 출전에 첫 우승’이란 문구를 내세워 SM을 광고했다.

출처: Wikipedia

그 뒤로 몇 달 동안 SM은 스파 24시간(24 Heures de Spa) 등 여러 경주에 출전했다. SM의 이런 활약에 힘입어 세계 언론의 평가는 높아져만 갔다. 마침내 SM은 1972년 미국 자동차 월간지 '모터트렌드'의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모터스포츠까지 역사적 발자취를 화려하게 남긴 SM은 시트로엥의 파산으로 데뷔 5년 만에 단종되었다. 1975년에 푸조가 인수하면서 시트로엥은 가까스로 살아났다. 올해 DS의 여러 디자인 사업을 맡은 DS 디자인 스튜디오 파리는 SM 2020이라는 프로젝트로 6가지의 콘셉트 카를 선보였다. 이것은 SM 탄생 50주년 기념행사로 소셜미디어 투표를 통해 하나를 선정함으로써 1970년에 등장한 SM에 현대적인 DS 스타일을 입히려는 시도였다. 

출처: Groupe PSA

시대에 어울리는 신선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진 자동차로 SM이 부활할 예정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실제로 생산될지는 알 수 없다. SM의 아방가르드적 디자인의 유전자를 계승한 모델이 너무 늦지 않게 나와주길 소망할 뿐이다.

글 라라클래식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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