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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클래식

피아트 500을 바탕으로 만든 페르베스 레인저

피아트 500에서 스핀오프한 오프로더, 페르베스 레인저에서 1960년대식 레트로 퓨처리즘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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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퓨처리즘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턴테이블이나 카세트 플레이어 등을 만드는 크로슬리 라디오라는 회사가 2019년 1월에 작고 귀여운 미니 턴테이블을 내놓았다. 귀여운 외형이 눈길을 끄는 이 신상 아이템은 제품 규격에 맞춰 여러 가수가 미니 앨범을 내겠다고 선언하면서 수집가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제품이 되었다. 

크로슬리 RSD3 미니 턴테이블

출처Crosley Radio

과거의 기기인 턴테이블에 레트로 감성을 새롭게 더한 이 제품을 보면서 머리 속에 떠오른 두 대의 자동차가 있었다. 하나는 깜찍한 외모와 저렴한 값으로 사랑을 받았던 피아트 500, 또하나는 피아트 500의 스핀오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페르베스 레인저(Ferves Ranger)라는 모델이다. 새로운 감성의 레트로 스타일은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며 변화한다는 것을 이 두 모델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1936년 이탈리아에서 피아트 500 토플리노(Topolino)라는 소형차가 생산에 들어갔다. 피아트 500은 차체 길이가 3,200mm 정도였지만 내부 공간이 좁아 두 명만 탈 수 있었고, 최고속도는 시속 약 85km였다. 값은 현재 우리 돈으로 1,000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토폴리노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고, 1955년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52만여 대가 생산되었다.

1936 피아트 500 '토폴리노'

출처Wikimedia Commons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피아트는 토폴리노의 후계자를 디자인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후속 모델은 1955년형 피아트 500과 차체를 이루는 선은 비슷했지만,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로 유명한 이탈리아 도시들에 알맞도록 조금 더 작게 설계되었다. 이 차는 '새로운'이란 뜻의 누오바(Nuova)란 서브네임을 더한 피아트 누오바 500(Fiat Nuova 500)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새로운 피아트 500의 설계는 앞서 500 토폴리노와 피아트 600을 설계했던 단테 지아코사(Dante Giacosa)가 맡았다. 1955년에 설계가 시작되었고, 그 뒤로 2년여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1957년 7월에 토리노에서 공식 발표되었다.

피아트 누오바 500(왼쪽)과 500 토폴리노 사이에 선 단테 지아코사

출처Wikimedia Commons

이 차는 이전 모델보다 더 작고 가벼웠다. 차체 길이는 약 2,900mm였고, 공차중량은 500kg 정도였다. 13마력의 2기통 엔진을 얹은 이 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85km 정도로, 500 토폴리노보다 더 경쾌한 가속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모델들에 비해 가장 두드러지는 스타일은 캔버스 슬라이딩 루프, 후방에 설치한 엔진, 뒷좌석에 타고 내리기 쉽도록 뒤로 열리는 도어(일명 수어사이드 도어)였다. 누오바 500은 최대 네 명이 탈 수 있도록 실내를 꾸몄지만, 2+2형식처럼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피아트 누오바 500

출처FCA Italy

발매 초기에는 현재 우리 돈으로 760만 원 정도의 낮은 가격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피아트는 다양한 버전의 모델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노멀과 이코노미 버전을 만든다는 새로운 시도였다. 노멀 버전은 초기 엔진의 출력인 13마력보다 강력한 15마력 엔진을 얹으면서 현대적 소재를 적용했고, 이코노미 버전은 노멀과 같은 파워트레인을 유지하면서 저렴한 소재를 사용해 비용을 줄였다. 나중에는 최고속도 시속 105km까지 낼 수 있는 21마력 엔진을 올린 스포츠 버전도 내놓았다. 

이처럼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채울 수 있는 모델들이 나오자 대중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작고 편리하면서 부드러운 가속력을 지닌 도시의 자동차로 인기몰이를 한 것이다. 누오바 500은 1975년 생산을 마칠 때까지 몇 년마다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접목하며 이탈리아 도시의 자동차란 명성을 이어갔다.

누오바 500이 데뷔할 무렵 피아트가 만들고 있던 다양한 모델들

출처FCA Italy

피아트 500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일반 가정생활 속에 자동차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1960년대에는 500의 저렴한 부품을 이용해 자신 취향에 맞게 자동차를 튜닝하고 주말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500은 튜닝과 드레스업의 바탕으로 쓸 차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자동차 공방인 여러 카로체리아도 그처럼 자동차 문화가 변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비슷한 스타일의 모델들을 내놓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탄생한 페르베스 레인저(이하 레인저)는 매혹적이고 아담한 느낌의 초소형 차로, 농장이나 목장에서 유용한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시내 주행 때에는 최고속도 시속 80km를 낼 수 있어 저속의 느낌을 세련되게 만들어주는 오픈카였다. 또한, 주변 차들이 너무나 가까워 도어를 열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람의 힘으로 밀거나 당겨 위치를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페르베스 레인저

출처Wikimedia Commons

1966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후륜과 사륜 구동 두 가지 모델의 레인저가 공개되었다. 양쪽 모두 후방에 공랭식 직렬 2기통 499cc 18마력 엔진을 얹었고, 독립 서스펜션과 4단 수동변속기를 달았다. 나중에 생산된 모델은 5단 수동변속기와 차동 잠금 장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300kg 정도의 짐을 더 실을 수 있는 화물 모델과 최대 네 명이 탈 수 있는 픽업 모델을 더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카로체리아에서 소량 생산한 차들은 대부분 생산이 중단된 후 부품 수급이 어려웠지만 레인저는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부품은 피아트 500과 600의 것을 쓸 수 있었고, 엔진은 500, 일체형 서스펜션은 600D와 공용한 덕분에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없었다.

1965년형 페르베스 레인저 4x4

출처CC BY 2.0 dave_7 via Wikipedia

레인저는 좁고 꼬불꼬불하면서 짧은 커브가 많은 이탈리아 도시의 도로를 피아트 500처럼 경쾌하게 주행할 수 있으면서도, 도심형 소형차로 쉽게 달릴 수 없는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설계자는 카를로 페라리(Carlo Ferrari)라는 사람이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명으로 쓰지는 않았다. 그 대신 토리노를 본거지로 하는 회사 이름인 페라리 베이콜리 스페치알리(FERrari VEicoli Speciali)의 머리글자를 딴 페르베스(FERVES)를 브랜드 이름으로 썼다. 

레인저의 매력은 험한 길에서 돋보였다. 오프로드에서도 차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적당한 지상고와 훌륭한 진입각 및 이탈각을 가지고 있었고, 험로 주파능력도 좋아서 산길이든 좁은 시골길이든 경쾌하게 달릴 수 있는 모델이었다. 특히 후륜 모델은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아서 소도시, 어촌, 농장 등에서 쓰기에 더없이 좋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페르베스 레인저

출처Wikimedia Commons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여러 차의 부품을 조합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차가 페르베스 레인저다. 요즘은 튜닝 법규가 완화되어 오래된 차나 단종된 차도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는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페르베스 레인저처럼 튜닝과 드레스업이 쉬운 차를 발굴해 귀엽고 합리적인 다목적 차들이 다양하게 나와 도로를 달리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글 라라클래식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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