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수 음반을 '앨범'이라고 부를까?
그렇다면 가수의 음반은 도대체 왜
앨범이라고 불리는 걸까요?
'앨범'이라는 말이 어떻게 쓰이게 됐느냐를 알려면
먼저 '음반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건 바로 이 CD,
하지만 이 CD 이전에는 LP가 있었습니다.
크기도 크고 향수도 자극하는
지금은 레트로의 상징으로 남은 바로 이 LP
노래를 듣다가 판을 뒤집어서 들어야 하고
한 면당 20분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데요.
요즘으로 치면 노래를 약 5곡 들으면
이렇게 뒤집어야 하는 거니 조금불편합니다.
하지만 이 LP도 이전 음반에 비하면
굉장히 긴 시간이었습니다.
LP는 롱 플레이의 준말인데요.
이전의 음반은 도대체 재생 시간이 얼마였던 걸까요?
LP 이전에는 SP,
즉 스탠더드 플레이라 불리는 음반이 있었습니다.
이 SP는 한 면당 고작 5분밖에 녹음이 안됐습니다.
양면을 다 써도 10분,
그러니까 '표준'이라 불리는 음반이
고작 10분이 한계였던 겁니다.
요즘으로 치면 한 면당
한 곡 밖에 안 들어갔던 건데요.
SP는 양면에 10분,
LP는 어림잡아서 양면에 40분인 건데요.
사실 한 곡당 3~4분 하는 대중음악가들에게는
SP나 LP나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은 달랐습니다.
한 곡당 60분이 넘는 클래식과 오페라를
하나의 음반에 넣으려고 하니 무리가 있었습니다.
머리를 끊임없이 굴리다가 결국에는
"어쩔 수 없다. 몇 장 묶어서 팔자."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실제로 당시 기록을 보면
1903년 영국에서 SP판 40장으로
오페라 하나를 담는 데 성공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1909년에는 마침내 '사진첩' 형식으로 발매되면서
앨범의 형태를 띄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SP판 4장을 모은 당시 앨범의 가격은
지금 기준으로 우리 돈 약 11만 6천 원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모음집'만큼 비쌌던 건데요.
그리고 '앨범'은 이 SP판을 사진첩처럼
모아둔 거라서 앨범이 된 겁니다.
결론적으로 클래식과 오페라가 음악계에서
앨범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봐도 되는 겁니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쓰는 이 CD에도
클래식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한 디스크에 담기 위해서
지금의 CD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긴데
우리가 흔히 '합창 교향곡', '기쁨의 노래'라고도
배우는 바로 그 곡입니다.
이 9번 교향곡의 가장 긴 연주 버전이
딱 74분인데요.
이에 맞춰서 CD의 러닝타임이
75분이 됐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게 낭만을 위해서
과장된 이야기다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오히려 클래식이 음반 시장에 미친 영향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곡이 음반 하나로 들어가는
지금은 수록된 곡의 개수나 러닝타임으로
앨범과 싱글을 구분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음반을 '앨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결국 먼 옛날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겁니다.
시대가 변해도 관행은 변하지 않는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숨어있는 역사의 흔적,
'싱글'과 '앨범'의 유래를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