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동문, 서울대 출신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
한국 최초 SF 영화 <승리호>가 지난 2월 5일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시작했다. 출시 하루만에 한국‧프랑스‧핀란드‧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 등 16개국 넷플릭스 1위를 휩쓸며 전세계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240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투입한 극장용 영화였으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넷플릭스행을 택했고, 뚜껑을 열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단하다"와 "별로다"라는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이 영화의 지휘관인 조성희 감독의 필모를 간략히 정리해 봤다. 감독은 1979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KAFA) 25기 출신이다.
같은 기수 출신으로는 앞서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택한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이 있다. 두 사람은 절친한 동기 사이지만 시나리오도 보여주지 않는다며 한 인터뷰에서 친분을 과시 한 적이 있다.
KAFA는 한국 영화 사관학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의 영화인재발굴처다. 허진호, 임상수, 봉준호, 장준환, 김태용, 민규동, 최동훈 등 비평과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감독들이 거쳐간 학교다.
고학력 고스펙자들도 극악하기로 유명한 입시 전형에서 수차례 패배를 맞이한다는 후문. 마치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같은 분위기다.
첫 단편 영화로는 2009년 <남매의 집>이 있다. 반지하 방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남매의 집에 쳐들어온 삼인의 괴한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특유의 분위기로 한국 영화에 획기적인 선을 그었다.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문제적인 작품이다.
특히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7년 만에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당시, 나홍진, 김지운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찬사를 받았었다.
괴한 삼인방 중에는 최근 <반도>에서 독특한 억양으로 상업영화 신고식을 했던 구교환이 대체불가한 분위기로 압도하기도 한다.
첫 장편 연출작 <짐승의 끝>에는 지구 멸망 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다. 임신한 여성 순영(이민지)가 아기를 낳기 위해 고향길에 오르지만 원인 모를 상황을 겪으며 부조리함에 항거하는 이야기다.
스산한 기운과 음산함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민지의 고군분투를 악몽 같은 러닝타임을 내내 함께 경험하는 느낌이다. 악마 같은 신의 형상으로 나타난 박해일의 존재감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박해일은 짧은 분량이지만 후드티를 입은 모습으로 강렬함을 내뿜는다.
그 후 첫 상업영화 데뷔로 송중기 주연의 <늑대소년>이 흥행에 성공했고, 이에 탄력받아 이제훈 주연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선보였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신스틸러 말순이의 활약과 동화적이고 키치적인 분위기로 호평받은 영화다.
영화 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탓에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승리호> 이후 앞으로 정해진 작품은 없는 것으로 보이나, 하루 빨리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