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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라이츠

망가진 '헬조선'에서 살아남을 이유를 찾는 청년들

<사냥의 시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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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영화계를 흔들어 놓은 영화 <사냥의 시간>. <파수꾼> 주역들의 8년만의 재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초청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 극장 개봉 예정이었지만, 넷플릭스로 공개되면서 충격을 줬고, 배급 문제로 법정 분쟁까지 가는 등 관객과 만나기 전부터 뜨거웠다. 여기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자막으로 비난을 받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쉬운 완성도에 쓴 소리까지 듣고 있다.


‘관람한 시간이 사냥당했다’, ‘넷플릭스가 120억을 사냥당했다’라는 극단적인 후기까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고, 무엇을 보여주지 못해 비판을 받았을까?(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출처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컷(리틀빅픽처스)

헬조선, 다가올 수도 있는 디스토피아

<사냥의 시간>은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소시민 계급의 삶을 담았다. 윤성현 감독이 상상한 미래는 소시민 청년들에게 황폐한 공간이며, 꿈도 미래도 없는 디스토피아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냐”, “이 지옥에서 벗어나서”라는 대사에서는 노골적으로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한다. 변하지 않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건 두 종류의 인간이다. 시위를 통해 시스템을 비판하는 이들과 범죄를 통해 시스템에서 탈출하려는 이들이다.


이 디스토피아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돈’이다. 이를 통해 윤성현 감독의 메시지를 유추하자면, 자본주의 시스템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사냥의 시간>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시스템은 소시민에게 무관심하고, 공권력은 조직의 총보다 약하며, 인간성은 상실된 세상. 법안에 있는 세상은 소시민을 지켜주지 못했고, 법 밖의 세상은 그보다 더 무서운 곳이다. 준석(이제훈)과 친구들은 이 땅에서 마음 놓고 발 디딜 곳이 없다.

출처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컷(리틀빅픽처스)

약육강식, 디스토피아는 계속될 거야

그렇다면 이런 헬조선에선 어떤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사냥의 시간>에서 볼 수 있는 군상은 일부 공권력, 시위자, 범죄 조직원, 암살자 등이 있다.(물론 어딘가 ‘돈 많은 사람’도 영화 속 한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권력을 제외하면 조직원과 암살자 정도가 어깨 펴고 살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것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뺏는다는 데 있다. 범죄 조직원은 약한 자들의 것을 약탈하고, 암살자는 약한 자들의 목숨을 뺏는다.


영화의 후반부에 준석이 사격을 연습하고, 총을 분리 결합하며 단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몇몇 장면의 내용과 구도는 그를 죽이려 했던 한(박해수)의 모습과 겹치는데, 끝내 준석도 암살자가 되어가고, 그래서 마지막엔 한국에 돌아오는 선택을 한다. (어쩌면 ‘한’이라는 인물도 비슷한 과정을 밟아 암살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둘은 같은 삶을 반복적으로 사는 소시민으로 보인다.) 준석은 복수할 것이 있고, 그런 이유가 한국에 살 이유를 제공한다. 윤성현 감독이 한국에 남긴 인물들은 원한과 분노가 있고, 타인의 무언가를 뺏으려는 짐승들이다. 이 짐승들 간에 사냥이 펼쳐지는 곳. 그곳이 윤성현 감독이 상상한 미래의 한국이자 지옥도다.

출처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컷(리틀빅픽처스)

<사냥의 시간>이 놓친 것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사냥의 시간>의 영상 및 음향 효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도시의 색감과 질감은 독특했고, 이야기와 잘 어울렸다. 총소리를 포함한 음향 및 긴장감 넘치는 음악도 몰입감을 높인다. 여기에 주연들의 연기도 기대를 충족시킨다. 이런 요소들은 ‘디스토피아’라는 무대를 잘 표현했다.


결국, <사냥의 시간>에 비어있었던 것은 인물들의 전사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파수꾼>에서 친구들 간의 갈등과 불안정한 소통을 보여주며 인물 묘사가 뛰어났던 것을 생각하면 더 아쉬운 부분이다. 전작보다 영화의 스케일이 커지고 세계관을 확장했지만, 그 속을 채우는 알맹이가 부실했다. 사냥하는 도구에 신경을 쓴 것처럼, 사냥하는 이들과 사냥감에 관한 묘사가 더 깊었다면, 지금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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