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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당신이 쉽게 빠지는 함정

조회수 2021. 4. 2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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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가는 능력들
복지가 좋다.
대출 받기 어렵지 않다.
급여가 높은 편이고 밀리지 않는다.
배울 점이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선배, 동료들이 있다.
주위 사람들, 특히 어른들에게 회사에 대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어디일까? 바로 대.기.업이다. 대기업은 좋은 곳이다. 월급도 적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사람들에게 ‘저는 이런 일을 합니다……’라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장점도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사소한 문제들은 제외하고 딱 하나의 단점만 말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직원들이 ‘생산 능력’을 잃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회사를 떠나면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외주, 즉 아웃소싱Out Sourcing은 기업 업무의 일부를 제삼자에게 위탁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경영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관리기법 중 하나로, 전략적이고 중요한 업무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문회사에 맡기는 것이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도 공장이나 물류창고, 고객센터까지 외주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아웃소싱은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상품을 만들 때에도 설계도를 직접 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략의 가이드를 제시하면 전문업체가 세부 설계도를 그려온다. 그것을 확인해 상사에게 보고하고, 수정이 필요하면 다시 업체를 불러 일을 시킨다. 마케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고나 SNS 마케팅을 진행할 때 회사는 큰 줄기가 되는 내용과 참조사항만 전달한다. 그리고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좋은 아이디어를 적절한 가격에 제시한 곳과 계약을 맺고 일을 시킨다. 고장난 상품을 수리하는 A/S도 일부는 전문회사에 위탁을 한다. 회사는 전문회사에게 고객응대 매뉴얼을 만들어 주고, A/S 비율, 고장이 잘 나는 부품 등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만 한다.


회사가 이렇게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이유는 하나다.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대기업의 경우, 실제 실행Execution보다는 관리Management에 치중하는 일이 많다.









관리를 위한 관리자




문제는 그런 시스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대기업 마케팅팀 선임과장이지만 광고나 마케팅을 직접 할 줄 모를 수 있다. 처음에는 외부업체에 전략이나 가이드를 명확히 주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충 어물쩍 전달하고 만다. 그러고는 일단 결과물을 만들어 오라고만 시킨다. 나는 갑이요, 상대는 을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생산물을 만들어 오면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물에 대해 평가만 한다.

이렇게 일하는 모습이 누군가와 비슷하지 않은가? 바로 당신이 꼰대라고 부르는 부장님이다. 부하직원에게 업무의 목적, 마감 등 명확한 설명 없이 “알아서 좀 해.”라며 일을 던지는 모습. 확인차 되물으면 “너는 꼭 하나하나 떠먹여 줘야 하냐?”고 말하는 모습. 어쩔 수 없이 상상력과 관심법을 동원해서 무언가를 들고 와야만 그제야 빨간 펜을 들고 지적하는 모습. 수없이 수정을 시키면서 ‘오늘도 애들을 가르쳤군. 이런 게 일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모습…….


대기업 직원 대부분은 이렇게 관리자가 되어 간다. 마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조율하는 PM (Project Manager)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대기업에서 PM 업무를 마지막으로 회사를 나온 분이 재취업하는 데에 애를 먹었던 경우를 보았다. 눈높이를 낮춰 중견기업으로 가려고 하니 실무를 잘 모르는 대기업 출신이 위로 온다고 직원들이 반발을 했다는 것이다.







프로세스가 세분화된 일의 전체를 조율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일은 중요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체 그림도 볼 줄 알아야 하고 세부 사안과 각 직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알고 있어야 한다. 직능별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원만히 풀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관리 능력만 있는 사람은 회사 밖으로 나오면 그 쓸모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아니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또 단지 대기업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관리자 역할을 선뜻 맡기는 곳도 많지 않다.



“어차피 우리도 일상에서 아웃소싱을 하지 않나? 머리 손질은 미용실에 맡기고, 손톱 관리는 네일숍에 맡기고, 가끔 바쁘면 청소도우미도 부르잖아.”라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구석기 시대가 아닌 이상 나를 둘러싼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없다. 아웃소싱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일정 시간 동안 창출할 수 있는 가치다. 가치가 높은 일은 직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을 주어도 된다.


하지만 관리 업무가 중심인 대기업 시스템 안에서는 자신에게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또 그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힘도 잃어 가게 된다. 그런 상태로 회사 밖으로 나가면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은 ‘대기업 출신’이라는 타이틀 딱 하나다. 그 타이틀은 언제라도 ‘대기업에서 왔는데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비아냥으로 바뀔 수도 있다.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요리사는 돼지고기 하나를 가지고도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낸다. 요리사가 굳이 돼지를 키울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좋은 돼지고기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은 가져야 한다. 어느 품종에 무슨 특징이 있는지, 각 요리마다 어떤 품종과 어떤 부위를 쓰면 좋은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다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장 전략적이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디테일을 꿰뚫을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일의 디테일을 알고 있어야만 외주를 통해 레버리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인간의 정체성은 생산을 통해서 형성된다.”




신영복 선생님이 그의 책 《담론》에서 한 말이다. 눈에 보이는 상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지식이든 콘텐츠든 스스로 무언가 생산할 수 있는 핵심 능력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모두가 꼭 1차 생산자가 될 필요는 없다. 판을 짜는 기획자가 되더라도 혹은 관리자의 역할을 하더라도 디테일을 알아야 한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은 반드시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의 효율을 위해 만든 아웃소싱이라는 환경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껍데기 인간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대기업에 다니는 당신이 혹시 이 함정에 빠져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자.



위 내용은 직장생활연구소에서 쓴 '나 회사 너무 오래 다닌것 같아' 중 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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