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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무서운 미디어의 성격

조회수 2019. 9. 30. 2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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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불과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라면 5개 정도의 TV채널과 7~8개 정도의 신문이 전부였다.  정보 전달 통로가 커다란 소수의 미디어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비슷한 것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미건 마치 한강을 건너는 수단이 오로지 5개의 다리뿐인 상황과 같다. 불편하고 못마땅하지만 그 다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다리 주인의 목소리는 커지게 된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런 시대를 살아왔다.



진화하는 미디어


미국의 대통령도, 거대 기업의 CEO도 자신의 목소리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직접 대중에게 전달한다. 소셜 미디어를 보고 기존의 미디어가 기사를 만들기도 한다.  그 결과로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매일 미디어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출근길에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것이다. 자기 전에도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보다가 잠이 든다. 이렇게 하루 종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의 기본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미디어는 이익집단이다


미디어도 ‘돈을 벌어야 하는’ 회사다. 땅 파서 장사는 곳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종이신문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는 곧 신문사는 생존을 위해 줄어든 구독료를 상쇄할 수 있는 더 많은 매출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미디어의 가장 큰 수입원이 여전히 ‘광고’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광고를 얻어 내기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존방법을 찾는 것은 이익집단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찾아 낸 방법이 단순히 지면광고를 싣는 것이 아닌, 기사 자체에 광고를 녹이는 것이다. 광고주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심고 싶은 메시지를 기사화하는 식으로 광고 방식이 바뀌고 있다. 나아가 정책의 방향도 광고주에게 유리하도록, 의도된 해석을 기사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독자들이 기사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이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잊지 말자. 미디어는 공익적 성격을 띤 이익집단이다. 






미디어는 자극적이다

미디어는 일상을 담지 않는다. 누군가 키우던 닭을 잡아서 요리해 먹었다는 것은 기사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키우던 닭이 사람을 쪼아서 죽였다면 ‘살인 닭 출현’이라고 대서특필될 수 있다.  특이하고 놀라운 것만 미디어에 실릴 자격이 된다.


‘35세 직장인 김 과장. 회식으로 매운 쭈꾸미에 소주 먹고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 세 번이나 가, 결국 회사 지각’ 이런 내용은 절대로 기사가 되지 않는다. 일상의 범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식으로 매운 쭈꾸미에 소주를 먹은 35세 직장인 김 과장, 다음날 출근길 배가 아파 선릉역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중 변기가 폭파하여 엉덩이에 화상 입어’라는 내용은 기사가 될 수도 있다. 어처구니없을 만큼 황당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자극적인 기사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 클릭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이저 언론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기 수준으로 재발행하는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단순히 내용 중 일부를 뻥튀기하여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는, 소위 ‘어그로 ’를 끄는 수준을 넘어섰다. 현상을 왜곡해서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려는 기사들은 넘쳐 나고 있다. 






미디어는 말랑말랑해지고 있다



젊은세대가  기존 미디어에서 이탈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미가 없어서다. 항상 심각한 논조로 위기, 다툼, 공포 조장을 일삼다 보니 아예 멀리하는 것이다. 요즘 세대는 길고 심각한 기사는 싫어한다. 내용이 조금이라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누가 세 줄 요약 좀’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또한 텍스트보다 영상을 선호하다 보니, 젊은이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미 유튜브는 십 대부터 육십 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게 되었다. 유튜브라는 동영상 미디어에 어울리는 새롭고 젊은 느낌의 옷을 입은 TV 언론도 생겨났고, 그들은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 더 소프트한 기사를 뽑아내고 있다.

회사 게시판을 보면 ‘2019 환율 전망과 원자재 가격동향’이나 ‘아마존의 변화, 물류 시스템의 적용법’ 이런 글보다는 ‘놀이동산 할인권 배포’ 혹은 ‘1분기 휴양소 신청’ 같은 글의 조회수가 월등히 높다. 몸에 좋지만 딱딱해서 먹기 힘든 음식보다는, 달고 부드러워 먹기 편한 음식만 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취향이 이러한데 미디어가 연성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디어는 호흡이 짧다


‘미디어는 일용직’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 새로운 기사를 만들어 내야 하는 특성을 비유한 말이다. 방송기자의 경우 오늘 오후 2시에 사건이 벌어지면 바로 현장으로 뛰어나가 취재를 하고 주민 인터뷰를 딴 후 전문가에게 급하게 전화해 코멘트까지 딴다. 그 후에 촬영본을 편집한다. 그렇게 촌각을 다투며 시청자에게 전달될 영상을 만들어 낸다. 당일 뉴스라면 내용 선정부터 취재, 편집 전달까지 불과 6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뉴스에서 잘못된 내용을 방송하는 일도 생긴다. 특히 쌍방의 의견이 대립하는 사건을 다룰 때는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0년 차 직장인 김 과장은 자신이 미디어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오히려 “나는 절대 남들이 주입한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아, 나는 심지가 굳은 사람이거든.”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생각의 방향을 부지불식간에 조종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당신이 현상을 막연히 부정하고 의심하는 음모론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생각의 주도권을 내어주고 서서히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Wag the dog’라는 말이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미디어가 마음만 먹으면 작은 꼬리로도 크고 중요한 몸통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숨가쁘게 쏟아지는 오늘의 기사 뒤 큰 흐름을 보자. 꼬리에 휘둘리는 그저 그런 개인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본 내용은 <직장인의 10년 후 미래를 위한 쓸모 개발 가이드북> 나 회사 너무 오래 다닌것 같아의 내용 중 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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