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라인 밖의 세상을 꿈꾸자.

조회수 2018. 9. 18. 14:5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숙대 쪽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대로 후암동을 지나 한남고가차도를 타고 한남대교를 건너기 위해 다리 위로 진입했다. 다리 시작점에서 1km도 채 못돼 올림픽대로를 타야 했기 때문에 오른쪽 끝 차선으로 차를 붙이고는 아차 하고 후회가 밀려들었다. 올림픽대로가 막히는 중인데 강변북로에서 올라오는 차량까지 합류해 가장 오른쪽 차선은 그야말로 전혀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저 앞쪽으로 끼어들기 차량까지 한 줄 더 늘어서 있다.


순간 짧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건너가는 차량도 없는데 왼쪽 깜빡이 키고 그냥 중앙선 끝까지 붙이러 나갈까? 아니면 그냥 음악이나 듣게 천천히 이 줄 뒤에 기다리고 있을까? 줄이 좀 짧아야지. 이러다가는 다리 위에서 30분도 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그냥 왼쪽 깜빡이를 켜고 나는 그 행렬을 빠져나와 중앙차선까지 차를 갖다 붙이고 빠른 속도로 다리를 통과했다. 한남대교 남단으로 빠져나온 나는 유턴하여 다시 올림픽대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시속 30km로 천천히 올림픽대로를 지나고 있는데 다시 긴 행렬의 끝에 서게 되었다. 얼마 동안 뻥뻥 뚫리는 길을 달렸는데 이번에는 분당 수서 간 고속도로에 올라가기 위한 줄 앞에서 또 한 번 정체가 시작되고 있었다. 영동대교도 못가서부터 이렇게 줄을 이루고 있다면 또 늦어질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에둘러 가기로 마음먹고 차를 왼쪽으로 빼 종합운동장까지 가서 뚝방길로 내달려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나는 비교적 길을 잘 찾는 사람이다. 위와 같이 내가 가야 할 길만 막히는 상황에서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데 크게 두려움이 없다. 게다가 막히는 행렬의 맨 앞에 사고가 났을지 정말 차들이 많아서 막히는지, 아니면 어떤 한 차가 막히는 도로 위에서 핸드폰을 보느라 앞차와의 간격을 따라잡지 않은 채로 줄만 길어진 건지 궁금하면 그 줄 맨 뒤에 가만히 기다리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우리는 잘 모르면 그냥 줄을 선다.


음식점에 줄을 서 있으면 그냥 맛집이겠거니 하고 뒤에 서서 기다리기도 하고, 화장실에서도 긴 줄 맨 뒤에 서있던 경험이 있었으리라. 그런데 그 음식점 줄이 내가 가려했던 집의 옆집 줄이었다거나 화장실 줄도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 뒤에 그냥 생겨난 줄이었다면? 대략 난감하게 허탕을 치고 말았던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앞을 모르는 길 뒤에 그냥저냥 서 있을 수밖에 없으면 생겨날 수 있는 결과다.


추석 기차표를 사기 위해서도 줄을 선다. 새벽부터 기차역에 담요를 덮고 기다리면서까지 표를 구하려 한다. 설사 내 앞에서 표가 매진돼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줄을 선다.


요즘 떠들썩한 부동산 사태도 줄 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은 분명 모멘텀(Momentum) 투자다. 모멘텀 투자는 장세가 상승세냐 하락세냐 하는 기술적 분석과 시장 심리 및 분위기 변화에 따라 추격 매매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부동산의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남들이 사니까 나도 줄 서서 따라 사고 남들이 파니까 나도 따라 팔아 버리는 게 모멘텀 투자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지금은 이것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숨을 헐떡이며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결정을 하는데 경기 순환 지표를 한 번 확인하고 차분히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리는 줄 세우기를 좋아한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전교생 600명 중에 전교 50등까지 전지에 매직펜으로 이름을 써서 게시판에 붙여뒀다. 쟤는 내 이름보다 앞에 있는 잘하는 애, 내 이름보다 뒤에 있는 애들은 나보다 못한 애 이렇게 서열이 정해진다. 물론 거기에 이름이 없는 애들은 그들끼리 또 서열을 맞춰본다. 그렇게 전교생이 똑같은 과목을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이 수업을 듣고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을 봤다. 담임이 대학 배치표에 큰 자를 대어 "여기서부터 여기 학교랑 과 중에 3개 골라라."라고 말씀하시는 게 진학 상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수능 성적에 따라 대학을 결정하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그 서열대로 살고 있을까? 물론 공부를 무지하게 잘했던 친구들은 5급 행시를 통과해 국정원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한의원이나 치과를 개업하여 살고 있기도 하다. 그 외 우리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전교 50등 안에 있던 친구들은 그 순위대로 재산을 가지고 행복을 누리며 지내고 있을까?

단 한 번도 게시판에 이름이 오르지 못했던 친구는 지금 유명한 방송인이 되었고, 전교 임원 하느라 바쁘게 다니기만 했던 친구는 부동산 재벌이 되어 얼굴 보기도 힘들다. 재수까지 했던 친구는 부잣집 며느리가 직업인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며 다른 친구는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다 큰 음식점 사장으로, 나는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줄 밖의 인생을 찾고자 한다면


갈매기 조나던이 되어 바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밖에 없다. 위에서 조망해보면 다른 길이 분명 보인다.

좀 더 큰 판을 더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금은 찰나의 순간이며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 틀린 것일 수 있다.


인생 전체를 펼쳐놓고 생각해보자.

꼭 남들이 다 가는 길, 짜 놓은 대로의 길을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

더 이상 남들 뒤에 서 있다고 안전한 인생이 아니다.

줄 밖으로 나서면 혹여 더 늦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더 빨리 제대로 찾아가며 도착할 수 있다느니 줄 밖으로 한 걸음 내디뎌보자.


직장생활연구소 연구원 골드래빗님의 글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