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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 쇼핑_베끼기와 벤치마킹의 사이(1편)

조회수 2018. 7. 21. 23: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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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의 새로운 오프라인 쇼핑몰인 <삐에로 쇼핑>이 6월 말 오픈했다. 오픈 관련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 내용을 대충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 할 게 없어서 돈키호테를 베끼냐? 

- 일본거 베껴 오는 게 유통 대기업이 할 일이냐?

아마존처럼 첨단 기술을 개발해야지 중소기업, 동네상권 잡아먹는 일 하는 게 뭐 잘난 일이냐?

-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일본 여행 갈 때 봤던 돈키호테를 그대로 들여다 놨네.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하는 일이 베끼는 거뿐이냐?

- 신문들을 이런 게 뭐가 대단하다고 회사에서 써준 그대로 옮겨 주면서 광고해 주냐?

- 이게 벤치마킹이면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니냐? 그대로 베낀 것뿐인데.



대부분은 이처럼 부정적인 비난이었다. 하지만 댓글에만 갇히면 사유의 폭은 더 이상 넓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 창의적인 인사이트가 자신 안에서 결코 나오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조금 다른 형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고 답을 해 보았다.



“벤치마킹 vs. 베끼기"



사실 다른 것을 베끼는 역사는 유통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많이 나타난다. 패션 분야도 최상위 브랜드에서 어떤 트렌드가 나타나면 그것을 그대로 차용한 상품이 쏟아진다. 디올 옴므에서 스키니 한 핏의 상품을 만들어 내고 찬사를 받은 후 전 세계의 남성 옷은 정말 지독하게 작아져 버렸다. 스키니진이 태어났고 정장은 엄청나게 피트 해 졌다. 펄럭이는 바지를 입는 사람은 아재가 되었다. 작아진 옷에 어울리는 신발도 생겨났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해외 브랜드에서의 히트 상품은 어김없이 다음 시즌에 국내 브랜드에 똑같이 나타났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패션 박람회에 한국 참석자는 경계대상이다. 무차별 카피를 하기 때문이다.



음악도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 인기를 끈 장르는 몇 달 후 바로 국내 일부 뮤지션들에 의해 비슷한 느낌의 음악으로 나타난다. 물론 지금은 국내 뮤지션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러한 차용 현상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너무 똑같이 베껴서 ‘표절’ 판명을 받고 비난을 흠뻑 받고 사라진 노래도 많다. 여기까지는 대충 트렌드를 차용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의 세계에도 이런 베끼기는 있다. 신규 스타트업은 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oo 분야의 ooo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설명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경우까지는 차용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로켓인터넷’이라는 독일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선진국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그대로 베낀다. 정말 똑같이 말이다. 그리고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다른 대륙의 신흥국가에서 론칭 후 시장을 장악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별명은 ‘클론 컴퍼니’ 혹은 '카피캣(Copycat)'이다. 우버, 이베이, 에어비앤비, 자포스 등의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의 성공한 스타트업 모델은 모두 로켓인터넷이 베껴서 새롭게 론칭했다. 2007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100개가 넘는 나라에 대략 70개 이상의 카피캣 회사를 만들어 냈다.



일부 분야의 예를 들었지만 성공한 사례를 따라 하는 것 자체는 이미 산업 전반에 넓게 퍼져 있는 현상이다.



왜 베끼는가?


이렇게 모방이 산업 전반에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안정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발전 속도나 GDP, Life Style을 볼 때 국내보다 한걸음 앞선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에 적용하면 안정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을 수 있고, 트렌드를 이끌 수도 있다. 성공사례를 통해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의 패션과 유통이 한국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컨설팅을 받거나 일본에서 성공한 브랜드 콘셉트를 그대로 론칭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이는 한국과 중국으로 이어졌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한국 패션 브랜드를 베끼고 성공 요소를 흡수하기 위해 한국의 디자이너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컨설팅을 받거나 채용하는 사례가 아주 많았다.



사실 처음에 언급한 신세계 유통 그룹의 성장은 세계 여러 나라의 것을 매우 유사하게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유독 많았다.


이마트 – 이토요카도 (Ito-Yokado) (일본)

자연주의 (JAJU) – 무인양품 (MUJI) (일본)

트레이더스 – 코스트코 (미국)

스타필드 – 스타필드(영국)

데블스 도어 – 미트패킹 (Meatpacking District) (미국)

              스톤 브루잉 (Stone Brewing) (미국)

노브랜드 – 노 네임 (No name, Loblaw Companies Limited의 브랜드) (캐나다)

삐에로 쇼핑 – 돈키호테 (Don Quijote Co., Ltd.) (일본)



<위 리스트는 서로 유사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브랜드 들이다. >




두 번째는 법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성공한 회사들이 반드시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지 않다. IT, 제조, 화학 등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베낄 수 있다. 위의 리스트는 모두 벤치마킹, 베끼기, 모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술 협약이나 제휴를 맺는 경우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마트도 일본의 이토 요가도를 그냥 베껴 온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베낄 수 있는 건 일부 상품이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이다. 뒤에 숨겨진 상품 소싱, 물류, 복잡한 유통 시스템과 매뉴얼은 단순히 베끼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할인점이라는 업태의 내부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렇기에 아마도 기술 제휴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한다. 스타필드 같은 경우 일부 사람들이 일본의 이온몰을 베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에 이미 넓게 퍼져 있는 쇼핑몰 형태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사실 유통업의 경우 구조나 형태를 계속 벤치마킹하며 진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많은 요소가 짬뽕이 되는 형태적 유사성은 다양한 국가에서도 볼 수 있다.



벤치마킹도 변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다. 단순히 겉모습만 따라 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전략과 방향성이라는 틀을 세우고 그 안에 자신의 노하우와 투자 계획을 적절히 섞어 놓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바꿔 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세상에 없던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반론적으로 세상에 벤치마킹이 아닌 것이 별로 없다. 홈플러스도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해서 새로운 형태의 할인점을 론칭했다. 현재를 바꿀 힘은 잘하는 것을 시샘하다가, 배우려 하고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마주하는 베낌 혹은 벤치마킹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몸부림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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