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목적과 본질만 남기고 다 버리다.

조회수 2018. 5. 16. 08: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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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기억 중 어머니가 작성하시던 가계부를 떠올려보자. 꽃무늬가 가득한 표지에 제작한 은행 마크가 찍혀 있고, 내부는 0.5cm쯤 되는 잔잔한 줄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작은 칸 안에 볼펜으로 쓰인 작은 숫자들. 그리고 아래에는 그 날 그날의 짧은 일기. 그리고 책장 사이사이 수북이 꽂혀있던 공과금 고지서들. 어머니는 아이들을 키우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교육비와 주택마련 등을 목적으로 하루하루 작은 칸을 채워오셨다. 시장에서 사 온 식재료들과 문방구에서 구입하던 아이들 준비물, 학원비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 시절에는 보통 현금을 사용했었고 영수증도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날 그 날 적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저녁 상을 물리고 아이들은 학교 숙제를 하고 어머니는 한쪽에서 가계부를 쓰던 게 우리의 저녁 모습이었다.

출처: <들꽃님의 블로그 中>

요즘 사람들은 가계부를 거의 쓰지 않는다. 예전처럼 은행에서 달력이나 가계부를 나눠주는 것도 거의 사라져서 더욱 자기 돈으로 가계부를 구입하는 건 보기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무료 가계부 앱을 딱히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카드를 쓰면 문자 메시지로 사용 내역이 날아와서 자동 보관하여 데이터화해 주는 편리함이 있음에 불구하고 말이다.



왜 우리의 일상에서 가계부는 사라지고 만 것일까?

물론 사람들이 더 바빠졌다. 우선 소비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소비의 양과 종류가 많아졌기 때문에 적을 게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다른 문제는 없을까? 우리가 가계부를 활용하는 방식과 소요 시간을 생각해보았다. 앱이든 책자로 된 가계부든 지금 우리가 이걸 채워나가는 데 가장 집중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기록
지출 기록에 90%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게다가 끈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그것마저도 일찌감치 포기한다. 다음 검색을 하거나 인스타를 보면 년 초에 가계부를 샀다는 글이랑 사진은 많아도 꾸준히 쓴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은 거의 없다.



이쯤에서 가계부의 목적과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립해보자. 목적은 우리 집, 또는 나(싱글)의 재정 상태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성과 반성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가계부의 본질은 '적기 위한' 게 아니라 '보기 위한' 거다.

보기에 불편하고 복잡하면 월별 지출 통계니 그래프 다 눈에 안 들어온다. 즉, 보기 싫음 반성도 없다.



목적과 본질만 남긴 가계부를 Status라는 엑셀로 만들어 보았다. Status라는 단어 뜻 그대로 '상태, 상황'이다. 우리 집의 재정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가계부가 기존의 가정이라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장부였기에 1인 가족이 많은 요즈음 상황에서 무거운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My Satus , Family Status 등으로 관리하면 좋을 듯하여 붙여본 이름이다.



엑셀은 총 2개의 장표가 있다. 월별 Status는 먼저 년 초에 1년 치 월별 계획을 입력해둔다. 그 후는 월말에 한 번만 적으면 된다. 그 달의 지출 내역과 다음 달의 계획 수정 부분이다. 그리고 분기별 Status는 석 달에 한 번 총 자산 내역을 정리하여 자산의 흐름을 점검하면 된다. 즉,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거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출처: < 월별 Status ⓒ LOB Lab. >
출처: < 분기별 Status ⓒ LOB Lab. >

그럼 어떻게 지출을 통제할까? 지난달 총지출액을 보고 다음 달에 그 항목을 줄이려고 노력하면 된다. 월별 Status의 파란 글씨 부분처럼 변동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하자. 물론 관리비나 통신비의 고정 지출도 줄여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무리한 절약은 스트레스로 표출되기 때문에 지양한다.



지출을 통제하는 방법은 시중에 너무나 많이 나와있다. 즉, 기간 내 지출할 계획을 정하고 그 안에서 융통성 있게 쓰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를 너무 마셨다면 간식을 좀 줄인다는 등이다. 그중 널리 알려진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1. 봉투 생활비 : 생활비를 주차별 봉투에 넣어 주일 별 봉투 하나씩만 쓴다.


2. 달력 생활비 : 일자별 달력의 칸에 하루치 지출 금액만큼 넣어둔다.


3. 체크카드 : 카카오 뱅크 등의 모바일 은행을 활용하여 일주일 지출 금액만 입출금통장에 넣어 체크카드로 쓴다. 나머지 금액은 세이프 박스로 옮겨두면 쉽게 쓰기 어렵다.



위의 다양한 방법들로 자기 통제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스타일을 적용하든지 본인에게 맞는 지출 통제법을 찾아서 활용하면 된다.


지금까지 가계부를 Status로 새롭게 재정의해보았다. 그 목적이 재정 상태를 계획하고 실행한 뒤 성과 반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들은 다 날리자. 적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고 큰 지출 덩어리만 확인하면 된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 내용을 공유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볼 수도 있겠다.


다시 말해 기록은 줄이고 절약은 습관화한다. 그리고 저축과 투자를 위한 경제 공부를 더 한다면 훨씬 나은 상황(Status)이 올 것이라 믿는다.



틀을 바꿔 심플하게 적고, 꾸준히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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