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퇴사 후 세계 여행. 생산적 백수가 되다 (2편)

조회수 2018. 3. 30. 04: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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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으면 하지 마라. 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 모르면 해라.

- 1편에 이어 -





현재 수입은 없다. 버틸 만 한가?

혼자 살고 있다. 퇴직금은 여행경비로 썼고 이제는 모아 놓은 돈을 꺼내서 아껴 살고 있다. 월세, 휴대폰비 등만 해도 솔직히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잘 버티고 있다. 언젠가 이렇게 벌지 못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웅크리는 인고의 순간이 올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딱 지금인 것 같다.






여행도 다녀왔고, 이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구상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탐구 중이다. 아이디어는 굉장히 많다. 돈이 될 만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고심 중이다. 그것을 실행하기 전까지 돈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것도 고려 요소 중 하나다.






나이가 서른이다. 다시 경력직으로 이직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큰 조직생활에 대한 로망은 없다. 그래서 이직은 고려해 본적이 아직 없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큰 조직의 한 부문 한 팀에서 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창직, 창업처럼 내 능력으로 무언가 새로 하는 걸 생각했었다.






▶ 그럼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건가?

굳이 말하자면 돈벌이를 하되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만약 그것이 안 된다면 돈과 가치, 의미를 분리해서 돈벌이는 돈벌이대로 하고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 일을 찾는 과정으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경험을 쌓으며 배울 수는 있을 것 같다. 지금 나 혼자 무슨 일을 당장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화장품 일을 하는 지인이 있어서 함께 일하는 것도 생각 중이고, 외국인 친구들과 논의 중인 일도 있다. 무역과 관련된 일이라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집중하는 키워드는 4차 산업, AI처럼 기술적인 부분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지방분권, 그리고 고령화라는 큰 트렌드를 생각하고 있다. 그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요즘 하루 일상은 어떠한가?

8시쯤 일어나서 오전에는 관심 있는 분야의 기사나 동향을 읽는다. 백수가 되고 난 이후로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있다. 도서관에 거의 매일같이 가고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강연이나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사람들을 주로 많이 만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영어공부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여행 어플을 통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 백패커들에게 서울 가이드를 해주기도 한다. 내가 여행할 때를 생각해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하기 때문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백수의 특권인 것 같다.






딱 까놓고 얘기해 보자. <서른 살, 대기업 퇴사 후 세계여행, 그리고 그냥 백수> 냉정히 지금 상태만 보면 이렇다. 전형적으로 근성도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미래 계획도 없는 젊은 친구라고 기성세대가 보면 취급할 수 도 있다. 혹시 있을 수 있는 누군가의 이런류의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비난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하나의 잣대로 싸잡아 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정말 이상과 허무맹랑한 꿈만 좇으며 퇴사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YOLO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욜로한 삶만을 즐기는 사람은 미친놈이다. 현실은 현실이다. 하고 싶은 대로만 살 수는 없다. 회사를 다니며 자신의 삶이 없었던 사람들이 욜로라는 키워드로 각자의 인생을 탐구하려는 시도이고,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고 미래에 대해 전략적으로 탐구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일 년 안에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는 비율이 거의 30%에 육박한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겪으면서 보기에 진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서베이에 나온 것 말고 진짜 보고 듣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우선은 조직에 대해 정보가 너무 없다는 거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겉으로 보이는 조직의 하드웨어는 알아도 실제 그 조직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모른다. 소프트 웨어는 사람, 문화, 서로 간의 태도이기 때문에 그건 경험해 봐야만 아는 거다. 학생 시기에 스펙을 쌓거나 취업 자체가 급하다 보니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그 회사를 다니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보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또 하나는 그냥 남들이 인정하는 회사 이름만 보고 취업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개인의 측면으로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에 대한 탐구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취업을 위한 절박한 취준생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 생각은 그렇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신은 그걸 찾았나?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건 실제 그 일을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쉽게 알기 어렵다. 심지어 조금 관심 있는 분야라고 해서 파보고 공부하고 일해보니 아닌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99% 일 것이다. 나도 그걸 모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만 살아왔었다. 지금 드는 생각은 그렇게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또 실패를 하다 보면 자존감이 줄어든다.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 제대로 일을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도 겪어봐서 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최고로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좋아하는 일이 뭔지 도저히 몰랐다. 하지만 정말 싫어하는 일, 나와 맞지 않는 일, 내가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알았다. 그래서 그 일을 안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 선택지를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그 하기 싫은 일은 단지 아침에 출근하는 것, 월요일에 회사 가는 것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꿈을 찾아가세요. 가슴 뛰는 일을 하세요’라는 말이 다수에게는 언어적인 폭력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노력해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은 대부분에게는 ‘**을 향해 가는 자유’ 보다는 ‘**로 부터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 회사 업무에서도 내가 정말 지긋지긋하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 그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조금 할 만한 다른 일을 더 잘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하기 싫은 일을 다 안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어떤 지향점을 찾았다면 또 그 지향점으로 가기 위해 어떤 하기 싫은 일을 만난다면 그 일은 감내를 해야 한다고 본다. 마법의 성으로 가기 위해 늪을 건너고 괴물과 싸워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만약 그 하기 싫은 일이 정말 죽기보다 싫다면 그 지향점으로 갈 수 없다. 그런데 과정에서 오는 하기 싫은 일을 만날 때마다 거부한다면 성인으로서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다. 그냥 개인의 의견이다.





‘상충의 시대’다. 돈을 아껴 쓰며 미래를 준비하는 ‘그레잇’하게 살고 싶지만, 동시에 YOLO 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부딪힌다고 본다. 어느 쪽이 맞는다고 보나?

‘그레잇’ 이거나 ‘YOLO’ 모두 개인의 행복을 위한 행동이다. 욜로를 택한 사람도 마냥 즐기고 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평소와 다른 여유 있는 시간에서 또 다른 나를 찾고 앞으로 다음 단계를 고민할 것이다. 욜로하면서 돈을 다 탕진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굳이 답을 말하자면 51%는 현실을 발판으로 ‘그레잇’을 선택할 것 같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변화 중 하나가 “It’s Me”라고 생각한다. 남을 의식하거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 나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는 자신의 가치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처럼 기술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서로 간의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본다.







본인 행동의 원칙, 기준을 말해 준다면?

<행복한가? 후회하지 않을까? 더 나아간다면, 이 일이 지금 꼭 해야 하는 일인가?>라는 질문이 기준이다.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으면 하지 마라. 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 모르면 해라”는 말이다. 좀 말장난 같지만 “해야 하는지, 혹은 해도 되는지”중에서 해야 하는 것을 고르려고 한다. 



사실 회사를 그만둔다고 말하고 팀장님과 저녁에 술을 한잔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 오뚜기에 다니면서 이 일을 하면서 자녀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또, 내 자녀에게 보여 줄 수 있을 만큼 떳떳한 일을 하고 싶었다. 이건 가치관의 차이인 것 같다.









남들보다 조금 긍정적인 사람 같다.

나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예전에 어머니가 내려와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께 어떻게 살겠다는 내용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리고 ‘내일로’ 열차를 타고 일주일간 국내 여행을 혼자 했다. 전라도 장성을 지나고 있는데 12월 한겨울 눈밭이었는데 유독 한 곳만 너무 예쁘게 녹색 풀이 나 있었다. 그곳만 봄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 마치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들이켠 것 같은 시원함과 행복감이었다. 당시의 감정에 대해 <두 눈 두 팔, 두 다리만 있어도 나는 행복하다>라고 노트에 메모를 했던 것 같다. 건강하고 자유로우면 행복한 것 같다.




해외여행을 하다가 느낀 점은 평일 낮에 여유롭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는 거였다. 돌아와서 한국에서 한강 공원을 일부러 나가 봤는데, 오후 3시에 운동하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다. 대한민국에도 좋은 요소는 너무 많다. 내 외국인 친구도 한국을 너무 부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안 좋은 것만 찾아내서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부정적인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 같다.






퇴사 후 여행도 다녀오고 지금은 경제 활동을 안 하고 있는데 불안함이나 초조함은 없나?

아, 물론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나를 지배하는 감정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예전에 취업 전에 어떤 불안이 나를 뒤덮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 느끼는 불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시간은 없고 내가 현재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데서 좀 불안과 짜증은 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매일 나를 전체적으로 덮고 있지는 않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입사동기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얘기를 한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동기 한 명이 그만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회사 안에서 더 많이 발버둥 쳐보라고 얘기하겠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과 발버둥을 쳐 보라고 말해보고 싶다.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부서장과도 싸워본다든가 강한 목소리로 말한다든가, 아니면 ‘내가 이런 제안을 하면 회사가 받아들여 줄까?’ 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해보라고 말해주겠다. 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고 나오라고 말하겠다. 사실 나는 부당한 것에 대해 제대로 말해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상황에 맞게 알고 있던 사회적인 스킬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퇴사하기를 잘 했구나 라고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시간과 기회가 많다는 것을 느낄 때다. 한국인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장인이지만 야구선수와 같이 퇴사하면 FA 선수가 된다고 생각한다. FA가 되면 다시 계약이 안될 리스크도 있지만 연봉을 몇 배로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회사에 종신계약을 맺고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채로 살기를 원한다. 



그건 가치관의 차이고 이상적인 차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른 기회를 만난다는 것이 좋았다. 물론 회사 안에서 일하면서 배울 수도 있지만, 회사 밖의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 배우는 것들로부터 얻는 경험과 인사이트는 엄청나게 많다.






5년 후 어떤 모습으로 있고 싶은가?

지금 모색 중인 분야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그것으로 한층 더 성숙해나가는 과정에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어떤 조직에 속하든 창업, 또는 프리랜서든 주체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공부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다.






마지막 질문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한 분이 세계여행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블로그 이웃 중에 대단히 능력이 있고 여성분이 있었다. 어느 날 그분의 블로그의 내용에 ‘위암’과 관련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분이 위암 말기였다. 병원에서 ‘앞으로 몇 개월’이라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면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분은 그 보험금마저 미리 받았을 정도로 안 좋았다. 내용에 ‘응급실에 실려갔다. 오늘은 겨우 버텨냈다. 새로운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이런 내용이 드문드문 올라왔다. 어느 때는 글이 안 올라오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분을 응원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에게나 결정적인 순간이 올 텐데 그 순간에 충분히 후회 없는 인생을 나는 살고 있나?’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 생각을 가지고 순간순간에 후회 없이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며 살고 싶다.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written by 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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