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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MD에서 감정평가사로 직업을 바꾸다

회사를 떠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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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연구소 작성일자2016.03.01. | 98,833 읽음


▶ 자기소개
저는 38살이고 감정평가사 일을 4년째 하고 있는 정우진 입니다.
 
▶ 회사 중심으로 커리어를 소개해 달라.
서울대 의류학과 졸업해서 그 쪽 분야로 가기 위해 2003년 C기업에 입사 했다. 3년 정도 다니다가 S 해외 의류 수입 바잉 쪽에서 일했다. 약 1년 반정도 일을 하다가 2008년 하반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감정평가사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겨울에 합격 후 지금까지 감정평가사 일을 하고 있다.

▶ 서울대 의류학과는 김태희씨가 나온 곳이다. 본적 있는가?
많이는 못 봤다. 그녀가 99학번인데 내가 99년에 군대를 갔기 때문이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친 적은 있다. 예쁜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었다. 작고 귀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 첫 직장이 패션회사다. 패션업이 본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패션업과 잘 맞는지를 생각하고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졸업시즌이 되었고 회사에서 리크루팅을 나왔고 해서 자연스럽게 상담하고 아이디 받고 진행 했었다. 의류학과니까 당연히 패션회사에 가야 한다고 생각 했었던 것 같다.
 
▶ C회사에서 S수입 바잉회사로 이직한 이유는?
C는 수입보다는 국내 브랜드 중심의 기획, 생산, 유통 중심이었다. 의류학과 출신은 해외 명품 수입 브랜드의 바잉에 관심과 로망이 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거기에 자리가 났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지원을 하게 되었다. 우연찮게 좋은 계기로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하고 옮기게 된 것은 아니었다.
 
▶ S 수입바잉 회사를 퇴사하게 된 이유는 뭔가?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일단 내가 생각했던 일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 많았다. 오직 바잉 자체만 하는 일이 아니었다. 다른 회사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바잉 MD도 거의 만능으로 생산만 빼고 모든 일을 해야 했다. 수입 바잉 뿐 아니라 판매 이후의 AS 까지도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런 것들로 육체적으로 지쳤고 하루하루 매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 그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이었다. 스트레스가 절대 매듭지어지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그 느낌은 참 힘들었다.
 
▶ 결국은 패션회사를 떠났다. 지금 돌이켜 보면 패션업과 안맞은것 아닌가? 
사무실에만 얽매여 있지 않고 활동적인 일을 하는 점에서는 맞았다. 패션쪽은 대학 때 전공을 할 만큼 관심이 있었던 분야였다. 그런데 그것이 일이 되고 일을 해야 하니 생각지 못한 다양한 일도 생겼고 업무적으로 그런 것들이 나와 정확히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 패션회사에 있을 때 사원, 대리급이었는데도 매출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과장급 이상 올라가면 물론 더 느낄 것이다. 사원 대리급에서도 선임 과장들의 푸시라든가 스스로 숫자를 보고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다. 매출이 안 나와서 스트레스도 있지만 그것을 내가 챙겨야 하는 주체라는 것이 힘들었다.








졸업하고 당연히 전공 살려 취업. 자신과 너무 안맞아. 퇴사 후 3년간 공부. 새로운 직업 의 시작
 
▶ 회사를 왜 그만 둔건가? 감정평가사가 맞는다고 생각해서 인가? , 회사가 안 맞아서 그런 건가? 
후자다. 패션 쪽의 일이 당장 하고 있는 일도 싫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를 생각할 때 윗사람을 보고 판단을 한다. 윗사람의 모습을 보고 내가 몇 년 후면 저렇게 되겠구나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이 들면 지금 좀 힘들어도 버티자 할 수 있겠는데, 멘토 같은 사람도 없었다. 현재도 맘에 안 들고 미래도 불투명 했다. 차선책으로 이직을 고민했는데 패션이 아닌 쪽으로 이직은 불가능 했다. 좀 벗어나도 백화점이나 면세점 정도가 있겠는데 그 외의 새로운 쪽으로 가느것은 어려웠던 것 같다. 이미 다른 업계로는 넘어갈 수 없는 커리어의 장벽이 생겨 버렸다. 그래서 업계를 떠나기로 했다.
 
▶ 회사를 나오기 전에 감정평가사를 준비해야겠다 라고 결정한 건가?
맞다. 이직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전직을 위해서는 시험을 통해서 전문자격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감정평가사라는 것을 그 전에는 잘 몰랐다. 회계사와 고민하다가 친구가 감정평가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2008년 회사를 그만둘 무렵 알게 되었고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의 흥미 보다는 지금의 업계를 떠나라고 준비하다가 우연히 INPUT을 받게 되어 결정하게 된 것이다.

▶ 감정평가사를 준비한 기간은?
한 1년은 놀았다고 봐야 되지만 총 3년을 공부했다. 3년 정도는 평균적으로 공부하는 기간인 것 같다.
 
▶ 30대 초반에 3년 동안이나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준비를 했다. 시험에 못 붙으면 어떡하나 라는 불안감은 없었는가?
불안감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불안함 보다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라는 생각이 더 시급했다. 공부 하면서는 불안함은 늘 있었다. 하지만 결정하는 순간에는 시험에 대한 두려움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차라리 빨리 시작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 3년간 자격증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단 힘들었던 것보다 좋은 시기였던 것 같다. 4년동안 업무에만 매여서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내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계획해서 하는 것이 좋았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초, 중, 고 때였던 것 같고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기를 갖는 것이 돌이켜 보면 나에겐 휠씬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힘든 것은 단지 합격에 대한 불확실성 이었다. 과정 자체로 보면 인생의 황금기로 느껴질 만큼 좋은 시기였다. 회사에서 원하는 목표와 나의 목표가 같지 않으니 나는 그냥 회사를 위해 일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 감정평가사의 일이 잘 맞는가?
과거의 패션업과 대비를 해 보자면 루틴과 반복에서 벗어나서 좋다. 프로젝트가 하나 있으면 시작이 있고 완결이 있다. 최소한 반복적인 일을 안 하게 된다. 왜냐면 부동산 이라는 것이 어디 하나 같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의 시작과 끝이 명확해서 보람과 희열도 있다.
 


▶ 반복 없이는 장인이나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반복을 어떻게 생각하나?
반복도 사실 의미 있는 반복과 무의미한 반복이 있는 것 같다. 부동산도 모두가 다르기에 개별성이 크다고 했지만 평가 업무도 어찌 보면 반복이다. 일련의 과정은 같지만 물건의 특성이 다르기에 조금씩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그것이 쌓여서 나의 전문성이 되는 것 같다. 나를 업그레이드 해 주는 반복이라면 당연히 필요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느꼈던 반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기계적인 반복 이었던 것 같다. 반복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마치 박스를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작업 같은 것이었다.
  
 
▶ 커리어를 패션에서 감정평가사로 완전히 바꿨다. 이렇게 커리어를 완전 바꾸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배수의 진을 친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 지겹다. 하기 싫다.’ 이 정도 가지고는 전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맘이 있다면 어렵다고 본다. 소름 끼치도록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싫어서 죽어버리겠다 라는 절박한 마음이 있어야 전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험 떨어져도 패션 쪽으로는 안 간다’ 라고 다짐을 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말 몸서리 치도록 싫어야 그런 마음이 있어야 전직이 된다고 본다. 마음속에 여지가 남아 있으면 안될 것 같다. 

또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생각해 보니 아직까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무엇을 싫어하는 지는 확실히 알겠다. 좋아하는걸 몰라도 싫어하는 것 절대로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확실해 지면 그것을 피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선택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 이직, 전직, 퇴사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단순하게 짜증나서 지금의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재미 없다고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좀더 많이 고민해서 ‘이거는 지금도 싫고 앞으로도 싫고 좋아질 이유가 없다. 벗어나야겠다’ 라는 생각이 확고 할 때 결정해도 된다.

▶ 그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올바른 선택을 하는 본인만의 팁이 있다면?
나는 선택을 내릴 때 주변에 도움을 많이 구하지 않았다. 혼자 생각을 많이 했었고 패션쪽에 있는 사람에게 묻지 않았다. 아예 다른 일에 종사하는 선배나 친구에게 물었다. 그 분들은 삶의 계획과 커리어 플랜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나에게 적용시켜 봤다.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들으니 패션업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 졌다. 팁이라면 회사에 매몰되지 말고 좀 떨어져서 다른 업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현재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하는 전직은 이직에 비해 그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게다가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온전히 준비의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완전히 커리어를 바꾼 정우진님의 용기와 끈기는 정말 대단하다. 전직을 하려면 정말 현재 일이 '지겹다. 하기 싫다'가 아니라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힘든 그런 상황 이겨내야 한다. 그 점에서 본다면 그의 전직 성공기는 웃으며 말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전직에 성공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힘이 '절박함'임을 그를 통해 배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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