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를 넘나드는 호러 어드벤처 게임, 더 미디엄

조회수 2021. 2. 9. 17: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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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소녀에서 시작되는 독특한 분위기의 공포 게임
장르의 핵심인 스토리는 기술의 발달로 여타 장르의 게임에서도 충분히 좋은 스토리를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어드밴처 장르는 쇠퇴기에 들었다. 여전히 명맥은 살아있지만 특별히 관심 있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스토리에 집중한 전통 어드밴처 게임은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월 28일 엑스박스 시리즈 X/S와 PC로 출시된 더 미디엄(The Medium)은 전통 어드밴처 스타일의 게임으로, 제목 그대로 영매(靈媒)인 주인공 마리안은 영매로서의 자신을 특별한 아이라고 받아준 양부의 시체를 안치소에 자신의 손으로 들인 날,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전화를 건 남성 토마스는 무언가가 풀려나려 한다며 마리안만이 희망이라고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자신이 주인공이 찾아해메던 문제의 답을 찾아줄 수 있다고 리바 리조트로 와달라며 급히 전화를 끊는데...

현실과 이면 세계를 넘나드는 더 미디엄, 레이 트레이싱으로 분위기 살려

더 미디엄은 특별한 변수없이 제작사가 의도한 이야기를 체험하는 어드벤처 장르의 특성상 분위기 연출을 위해 시야의 이동이 극히 제한적이다. 때문에 주인공 중심으로 시야나 카메라 워킹이 자유로운 게임에 익숙해졌다면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이는 해질녘에 찾아온 리조트와 호텔이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완전히 해가 진 한밤의 리조트에서 진행되는 공간적 폐쇄성, 전기가 끊기면서 매우 제한적인 조명만이 허락된 환경에서 게이머의 긴장감을 키우는 장치가 된다.

더 미디엄의 게임 화면은 한 밤 중에 전기가 끊긴 호텔 리조트가 배경인 만큼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게임 밝기를 올리면 그다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개발진은 주인공에게 사용시간 제한없는 랜턴을 들려줘 이러한 꼼수를 차단했다.

물론 랜턴이 비추지 않는 쪽도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둡지는 않지만, 음삼한 분위기를 버티기 어려워 밝기를 높이면 주인공이 향한 쪽의 노출이 과도해지기 쉬우므로,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밝기를 랜턴쪽에 맞춰 조절하게 될 것.

더 미디엄은 호러 게임임에도 기본 밝기 설정에서 플레이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니, 가급적 기본 밝기에 맞춰 제작진이 의도한 분위기를 느껴보자.
여기에 좌/ 우, 때로는 상/ 하로 나뉜 이중 현실은 시야를 더욱 제한해 어디서 언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더한다.

이러한 어드벤처 게임은 RPG와 함께 스토리의 중요성이 높은데, 아쉽게도 더 미디엄은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아 내용 파악이 쉽지 않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자막 표시 속도와 인물들의 발음이 명확한 편이고, 정규 교육과정에서 영어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대략적인 내용 파악은 어렵지 않은 수준의 단어들을 사용해 내용이 진행된다.
더 미디엄은 현실과 이면 세계를 동시에 플레이함에 있어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해 현실과 이면 세계 양쪽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깊이를 더했다. 게임 실행시 표시되는 스플래시 이미지와 엔비디아 지포스 유튜브 채널등의 정보를 종합하면 더 미디엄의 레이 트레이싱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구현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구현된 레이 트레이싱 기능은 게임을 풀어가는 핵심 아이템 중 하나인 거울을 비롯해 리조트 곳곳에 고인 물, 유리 등의 반사 효과와 더불어 그림자 및 폐색광(AO, Ambient Occlusion), 투명한 물체에서의 반사 등에 레이 트레이싱 효과가 사용되었다.
더 미디엄에는 레이 트레이싱 효과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반사와 AO는 1단계 옵션에서도 사용되지만 불투명 물체의 반사와 반사 강화 효과는 2단계인 Ultra 옵션에서 구현되며, 이면 세계의 레이 트레이싱은 2단계 옵션인 Ultra에서만 지원된다.

한편, 레이 트레이싱은 상당한 성능 하락을 불러오지만, 더 미디엄은 엔비디아 DLSS를 지원해 하락한 성능을 보완해준다.

어렵지 않은 퍼즐, 공포를 위한 공포는 없다

게임 시간 대부분을 게임의 배경인 니바 리조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퍼즐 중 일부는 호텔에서 사망한 투숙객을 성불 시켜주는 내용도 있어, 더 미디엄의 호러는 '영매'라는 제목처럼 동양의 '한'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게임 플레이 중에 대항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쫓기며 발생하는 도주, 적을 피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은신 플레이도 포함되어 있지만, 게이머를 긴장하게 만드려고 플레이어의 사각에서 난데없이 어떤 물건이 떨어진다거나 습격이 이뤄지는 일은 없다.

사운드 또한 전체적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해 호러 어드벤처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지만 익숙해지면 무덤덤해지기 쉬운데, 종종 발생하는 긴박 이벤트는 긴장감을 높이며 분위기를 환기 시키는 역할에 한다.

이 역시 '고어'보다는 영적인 분위기에 가깝기 때문에, 호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도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공포 영화와 게임을 피해오던 기자도 더 미디엄은 무난하게 엔딩까지 볼 수 있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결말에서 이야기하는 주인공 마리안의 내용과 호텔 탐사 과정에서 수집하는 투숙객 관련 내용간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상관 관계가 있긴 하지만 빠져도 스토리 파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한 퍼즐용 배경으로 활용되는 인상이 강하다.

게다가 후반 컨텐츠 중 일부는 비슷한 흐름으로 반복되는 구간이 있어 앞서 플레이에 익숙해진 게이머라면 지루할 수 있는데, 이를 과거 호텔에서 벌어진 사건과 같이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했다면 끝까지 긴장감을 살리는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질주 모션의 어색함과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지는 호텔에서는 일부 이벤트를 제외하면 주인공이 초자연적인 무언가에 쫓기는 일이 없다 보니 조깅하는 느낌으로 달리는데, 이것이 상당히 어색하다. 또한 프로그램의 안정성이 낮아 심한 프레임 드랍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크래시로 이어지지진 않았지만, 퍼즐을 풀거나 장면이 넘어가는 부분에서 발생하면 몰입감을 저해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다.

죽은 소녀에게서 시작된 모든 것, 그 끝에는 무엇이?

한통의 전화로 시작된 마리안의 니바 리조트 조사는 결국 밤을 세워 여명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된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악몽의 시작을 알리는 죽은 소녀의 비밀과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된다.

한편, 더 미디엄은 엔딩 이후 등장하는 쿠키는 후속작을 암시하고 있는 만큼, 마리안이 엔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후속작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서도 언급하였 듯, 스토리 파악이 중요한 어드밴처 게임에서 지역 언어,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후속작이 암시된 게임에서 내용 파악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차기작의 이해도와 접근성까지 낮출 수 있다.

이중 현실이라는 독특한 시스템과 함께, 오랫만에 기자도 즐길만한 호러 어드밴처 게임의 후속작을 위해서라도, 늦게나마 더 미디엄의 한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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