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나라/케이벤치

많은 이들이 풀 스펙을 이야기 한다. 자신들이 내놓은 제품 만이 풀 스펙이고 진정한 하이엔드라는 것이다.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어차피 기술력 차이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같은 시장을 노리다 보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 주장이 무조건 맞는다는 건 아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점이나 생각의 차이에 따라 기존에 없는 특별한 제품이 기획되고 시장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오늘 소개할 제품이 바로 그런 제품이다.

ASUS가 지난해 발표했던 라이젠 쓰레드리퍼를 위한 X399 메인보드 'ROG 제니스 익스트림'이 바로 그것이다.

AMD 라이젠 쓰레드리퍼 프로세서는 손바닥 만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이를 위해 개발된 TR4 소켓 역시 기존 데스크탑 CPU를 위한 소켓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크기를 차지하기 때문에 ATX 폼팩터 만으로는 여유 있는 공간 배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AMD는 ATX 폼팩터 기준으로 TR4 소켓 메인보드를 설계하도록 가이드 했기 때문에 대다수 메인보드 메이커는 이러한 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E-ATX라는 확장된 폼팩터가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유일하게 ASUS는 AMD가 제시한 레퍼런스를 따라가지 않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이상 자체 설계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였던지 자신들이 출시한 X399 메인보드 모두를 E-ATX 폼팩터로 설계 했다.

덕분에 ASUS가 출시한 X399 메인보드들은 타사 보다 공간적인 여유가 충분했고 부품간 간섭도 최소화 됐다.

오늘 소개한 ROG 제니스 익스트림에도 그런 특별함이 있다. 더 넓은 면적의 설계를 통해 회로간 간섭이나 노이즈가 최소화 됐고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이 다른 부품에 영향을 주는 것도 최소화 됐다.

특히 쿨러 장착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메모리 모듈과의 간섭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공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다.

1Gbps는 더 이상 특별할 수 없다. CPU 리소스 사용을 최소화 하는 고급 컨트롤러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5Gbps를 넘어 10Gbps까지 제품화 된 상황에서 1Gbps 네트워크를 특별하게 인정한 소비자는 많지 않다.

ASUS는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춰 10Gbps 랜카드를 ROG 제니스 익스트림에 포함시켰다. 그것도 온보드가 아닌 별도 랜카드로 말이다.

ROG 제니스 익스트림에 포함된 10Gbps 랜카드는 ROG Areion라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10Gbps를 실현하기 위한 네트워크 컨트롤러로는 Aquantia의 AQC107을 사용했으며 Cat6 케이블을 이용해 10Gbps 네트워크를 실현할 수 있게 만들어 졌다. 물론, 기존 100Mbps나 1Gbps, 2.5Gbps, 5Gbps와도 모두 호환되기 때문에 10Gbps 네트워크 환경이 아닌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컨트롤러의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히트싱크를 부착했다. 10Gbps 네트워크를 온보드 형태로 구현하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일 수도 있다.

참고로, ROG Areion은 NewEgg에서 184달러에 판매 중인 제품이며 비슷한 제품이 국내에선 3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무선 네트워크의 표준은 2.4GHz와 5GHz 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이제는 보편화 된 802.11ac 역시 그러한 변화를 계승해 왔으며 그 안에서 기존 네트워크 표준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도록 만들어 졌다.

하지만, 무선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 속도 보다 이를 활용해야 하는 컨텐츠 산업이 보다 빨리 발전하게 됐고 그로 인해 더 높은 속도와 쓰루풋이 요구되면서 60GHz 대역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 됐다.

그게 바로 WiGig가 추진해 온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고 802.11ad라는 표준인데 ASUS ROG 제니스 익스트림에 바로 그 802.11ad 무선 네트워크가 포함됐다.

이를 위해 802.11ad까지 지원하는 WiFi+BT 콤보 모듈이 ROG 제니스 익스트림에 탑재 됐고 60GHz 대역을 위한 안테나도 별도로 마련됐다. 이 때문에 안테나가 두 개뿐인 기존 모델과 달리 ROG 제니스 익스트림은 3개의 안테나를 사용하게 만들어 졌고 맨 아래에 있는 안테나가 802.11ad 전용으로 배치 됐다.

속도는 802.11ad 하나만으로 4.6Gbps라는 초고속 네트워크가 가능하게 설계 됐으며 2.4GHz와 5GHz 대역을 사용하는 802.11ac나 n, ab 등도 모두 지원할 수 있게 만들어 졌다.

참고로, ASUS ROG 제니스 익스트림이 지원하는 802.11ad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무선 라우터가 필요하며 이를 지원하는 제품이 플래그쉽 모델 중심으로 출시된 바 있다.

메인보드에서 풀 스펙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가 PCI Express x16 슬롯이다. 스펙이 좋을 수록 더 비싼 제품일 수록 PCI Express x16 슬롯은 더 많고 더 고급화된 부품과 설계가 적용되어 왔다.

진정한 풀 스펙을 주장하는 ROG 제니스 익스트림 역시 타사 못지 않은 PCI Express 슬롯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PCI Express x16 슬롯만 4개는 기본이고 PCI Express x4와 PCI Express x1 슬롯도 각각 하나씩 준비됐다.

4개의 PCI Express x16 슬롯은 동시 사용 시 x16/x8/x16/x8로 동작하는 방식이라서 이를 필요로 하는 멀티GPU 랜더링를 구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SLI 구성 시 필요한 커넥터와 브릿지까지 구성 방식에 따라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추가 지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M.2 슬롯도 PCI Express 슬롯 사이에 배치한 방식이 아니라서 DIMM.2 카드를 통해 쉽게 설치와 교체가 가능하다. 이 방식은 ASUS만이 채택한 방식이며 E-ATX 폼팩터의 장점 덕분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참고로, ASUS가 제공하는 DIMM.2 카드는 M.2 2230부터 22110까지 장착이 가능하며 PCI Express 3.0 x4 Lane 뿐만 아니라 SATA 모드로도 작동이 가능해 구형 SSD도 활용이 가능하다.

메인보드에서 고품질 오디오를 실현하는 방법은 SNR이 높은 코덱에 고품질 오디어 캐퍼시터와 음질을 인정 받은 외부 DAC 그리고 헤드폰 앰프를 조합하면 된다. 특히 플래그쉽 모델 처럼 가격이 아닌 스펙이나 품질로 경쟁해야 하는 제품일 수록 이런 구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ROG 제니스 익스트림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 오디오 부분이 설계됐다.

일단, 온보드 오디오의 핵심인 HD오디오 코덱을 자신들만이 공급 받는 ALC1220 특화 버전을 적용, RMAA 기준 일본 ALC1220 보다 5db 가량 높은 SNR을 실현했다고 한다.

오디오 부품들에 영향을 주는 다른 부품의 잡음도 최소화 하기 위해 회로를 구분하는 설계도 적용 됐고 ESS SABRE9018Q2C DAC을 추가해 보다 나은 아날로그 오디오 품질을 실현해 냈다.

고품질 오디오 캐패시터도 기본으로 탑재 됐고 다양한 오디오 효과와 게임에 특화된 사운드 기술인 소닉 레이더 같은 솔루션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ASUS ROG 제니스 익스트림는 X399 메인보드 중 가장 비싼 몸 값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X399 메인보드의 가격 보다 최소 절반 이상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워낙 비싼 몸 값을 자랑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손이 가긴 어려운 제품이다.

그러나 라이젠 쓰레드리퍼가 중심이 된 최고 사양의 PC를 꿈꾸는 자에게는 ROG 제니스 익스트림을 대신 할 제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ROG 제니스 익스트림을 선택해야 만 완성할 수 있는 802.11ad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에 10Gbps 랜카드, E-ATX 폼팩터 만의 여러 장점들까지 이 모든 조건을 한 번에 대체 할 제품은 그 어디에도 없다.

10Gbps 네트워크 처럼 부분적으론 가능할 수도 있지만 802.11ad까지 모두 대체할 방법은 없다.

필자는 이런 이유를 들어 ASUS ROG 제니스 익스트림가 이 시대 최고의 메인보드라 생각하는데 금전 부담만 없었다면 꼭 선택하고 싶은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