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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드부터 K5까지, 중형 세단의 진화

역동성과 풍부함으로 승부해 온 기아 중형 세단의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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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우리나라 승용차 시장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 차급은 중형 세단이었다. 지금도 거리로 눈길을 돌려 보면 오가는 차들 속에서 중형 세단을 찾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중형 세단 시장에서 업체들 사이의 경쟁은 SUV가 대세로 떠오른 지금도 치열하고, 한창 인기가 높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회사의 사활을 건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선택받을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은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찾았던 만큼 자동차 업체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공들여 만들었고, 기아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기아가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형 세단은 큰 역할을 했다.

기아차는 1987년 콩코드로 중형 세단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출처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

그렇다면 과연 기아 중형 세단은 어떤 발전과정을 거치며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인정받으며 지금에 이르렀을까? 기아차 성장의 기둥 역할을 해 온 지난 세대 모델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콩코드, 역동성의 뿌리를 내리다

콩코드(전기형)

기아의 이름으로 처음 선보인 중형 세단은 콩코드였다. 1981년에 시작된 정부의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가 1987년에 해제되어, 기아는 한동안 중단했던 승용차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승용차 생산 재개 첫 타자는 수출주력 차종이었던 프라이드였고,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차가 바로 1987년에 나온 콩코드였던 것이다.

콩코드

콩코드는 당시 기아의 기술 제휴선이던 일본 마쓰다의 중형 세단인 3세대 카펠라/626을 국내 실정에 맞춰 손질한 모델이었다. 일본에서는 다음 세대 모델이 출시될 무렵이었던 만큼, 마쓰다는 사실상 한 세대 전 모델을 기아에 넘겨준 셈이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경쟁차보다 좀 더 보수적인 스타일과 작은 크기라는 약점을 안고 시장에 나왔다. 승용차 개발 경험이 부족했던 기아로서는 대안을 찾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콩코드(후기형)

그러나 콩코드는 차체가 작고 가벼운 데 비해 엔진 배기량은 당시 국내 중형 세단용 엔진의 표준이라 할 1.8L와 2.0L여서, 가속 성능은 윗급 차들을 넘볼 만큼 뛰어났다. 그리고 일본차 가운데에서도 핸들링 특성이 유럽차에 가까웠던 마쓰다 차에 바탕을 둔 덕분에, 주행감각의 역동성은 동급에서 돋보였다. 이런 특성은 1992년에 2.0L DOHC 엔진이 추가되면서 더욱 빛을 발했고, 그 덕분에 국내 모터스포츠 태동기에 콩코드는 여러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 수 있었다.

콩코드의 광고

기아 중형 세단이 국내 동급 차들과 하나라도 다르거나 뛰어난 장비를 갖춘 것도 콩코드로부터 시작된 전통 중 하나다. 실내 공기배출구에서 나오는 바람 방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윙 루버 장치나 국내 오디오 전문 업체에서 개발한 3단 컴포넌트 오디오 시스템, 10방향 조절이 가능한 운전석을 갖춘 것은 콩코드에서 돋보이는 점이었다.

크레도스, 개성과 새로움에 도전하다

크레도스는 '클라루스'란 이름으로 수출되었다

이런 특징은 그 뒤에 나온 기아 중형 세단에 유전자처럼 남았다. 콩코드의 뒤를 이어 나온 크레도스는 콩코드와 달리 시대 흐름에 걸맞은 개념과 설계로 만들어졌는데, 당시 유행이었던 부드러운 곡면 중심의 디자인과 더불어 풍부한 편의장비와 넉넉한 실내공간으로 전반적인 상품성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크레도스의 실내

그럼에도 크레도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성으로 역동적 핸들링을 꼽는 사람이 많았다. 스포츠카로 유명한 영국 로터스의 계열사인 로터스 엔지니어링이 튜닝한 섀시는 안정감과 민첩성의 균형을 잘 잡아 ‘차를 모는 맛’이 남달랐다. 성능 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L 엔진은 콩코드의 것을 개량했지만, 처음으로 기아가 독자 개발한 1.8L DOHC 엔진을 얹어 엔트리 모델의 성능도 상위 모델에 뒤지지 않았다.

크레도스 2의 왜건형, 파크타운

판매량은 많지 않았지만, 크레도스는 국내 업체가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중형 왜건인 파크타운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또한, 페이스리프트한 크레도스 2에는 영국 로버와 공동개발한 V6 2.0L DOHC 엔진도 올려 주행감각의 고급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크레도스 2 출시에 즈음해 기아차가 어려움에 빠진 탓에, 한동안 기아는 중형 세단 시장에서 활력을 잃고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약해졌다.

옵티마와 로체, 반전을 위해 준비하다

옵티마

새 주인을 만난 기아는 옵티마로 기사회생을 시작했다. 옵티마는 현대와의 플랫폼 공유를 통해 만들어진 첫 중형 세단이었다. 옵티마는 한편으로는 여러 면에서 기아 중형 세단 가운데 개성이 약한 모델이기도 하지만, 선과 각을 살려 날카롭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차별화해 나름의 개성을 살렸다.

옵티마 리갈

다른 한편으로는 어려운 시기를 겪은 뒤 짧은 시간 사이에 전반적인 제품 경쟁력이 경쟁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올라선 모델이라는 의미도 있다. 특히 옵티마는 기아가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자체 브랜드로 수출한 중형 세단으로, 품질과 성능 등 여러 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체

기아차 중형 세단 계보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로체를 꼽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딱히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고, 상품성도 탁월하다고 하기 어려운 ‘무난한’ 차였기 때문이다. 사실 무난함은 폭넓은 소비자를 포용하기 위해 필요한 특성이기도 하지만, 어느 하나 두드러지게 좋은 면이 없다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로체는 특히 디자인 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컸지만, 전반적인 상품성 면에서도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만큼 돋보이는 면이 별로 없었다.

로체 이노베이션

물론 로체에게도 반전의 한 방은 있었으니, 페이스리프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최소한 겉모습으로 느낄 수 있는 차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당시 기아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을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자질로 키우기 시작했고, 그 첫 결실이 로체 이노베이션이었다. 완전한 변신은 아니었지만, 로체 이노베이션으로 기아 중형 세단의 이미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K5, 글로벌 중형 세단으로 도약하다

1세대 K5

디자인과 더불어 상품성을 비롯한 제품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 시너지를 이끌어낸 것은 뒤이어 나온 K5였다. 국내는 물론 북미와 중국 등 세단 선호도가 높은 시장에서 두루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아가 많은 공을 들인 차이기도 하다. 특히 기아는 K5에서 동급 차들에서 쉽게 돋보이기 어려운 역동성을 디자인을 통해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 덕분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사실상 기아차 라인업 전체의 이미지를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셈이다.

1세대 K5 2.0 T-GDi

출시 당시에는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LPI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준비해 폭넓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했고, 나중에는 2.0 T-GDi 엔진을 얹은 고성능 모델도 내놓으며 빈틈을 채웠다. 즉 K5는 전체적으로는 중형 세단에 걸맞은 공간과 장비 구성에 세련된 디자인을 겸비함으로써 차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관점에서 개성을 더함으로써 소비자가 중형 세단을 고를 때 ‘기아’라는 브랜드를 꼭 한 번은 고려하게 만들었다.

2세대 K5(전기형)

1세대 K5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2세대로 넘어가며 한층 더 숙성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강한 파격이 돋보였던 1세대 디자인을 바탕으로 좀 더 정돈되고 안정된 느낌을 주도록 다듬은 외부, 세대와 성별, 취향을 아우를 수 있도록 차분한 분위기로 바뀐 실내는 차의 가치를 높인다. 특히 이전 세대보다 고급스러워진 내장재와 마무리, 인체공학적 배려 등은 전반적으로 높아진 기아차의 수준을 잘 드러낸다.

현재 판매 중인 더 뉴 K5

지금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중형 세단과 비교해도, 편의성과 안락함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을 찾기 어렵다. 크루즈 컨트롤 하나만으로도 주목받았던 콩코드와 달리, K5는 동급 최초로 선보인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을 비롯해 다양한 첨단 주행보조 기술이 드라이브 와이즈라는 이름의 패키지로 적용되어 요즘 시대 중형 세단에 걸맞은 주행 편의성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정돈된 생김새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승차감은 중형 세단의 본질에 충실하다.


현행 K5의 뒷모습. 곧 신형이 나올 예정이다

소비자들이 중형 세단에 기대하는 바는 끊임없이 달라졌고, 아마도 지금이 그와 같은 변화가 가장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머지않아 모습을 드러낼 신형 K5는 그동안 중형 세단을 지켜본 소비자들이 주목할 만한 차다. 소비자들은 30년 넘게 시장에서 경쟁과 노력을 통해 갈고닦은 기아의 중형 세단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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