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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왜 혼자 강하게 살아남았나?

한국 시장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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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은 정말 독특하다. 시장이 오그라들어가는데도 자신은 꾸준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모델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카니발의 어떤 면이 이렇게 끈질긴, 하지만 당당한 존재감을 만들어 낸 것일까? 참 궁금하다.

미국 미니밴 시장의 황금기 때 활약했던 1세대 카니발(세도나)

카니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미니밴 시장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미니밴의 원조이며 최대 시장인 미국부터 시작하자. 미니밴은 미국에서 2004년 한 해에만 무려 127만 대 이상 판매된 상당히 큰 시장을 가진 장르였다. 당시 미국 내수 시장 규모가 1,700만 대 수준이었으니 전체 시장의 7% 이상을 차지하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기아 카니발, 닷지 그랜드 캐러밴,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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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미니밴 시장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지난 2018년 미국 내 미니밴 판매대수는 50만 대도 안 되는 48만 대 수준이었다. 한때 30만 대 이상 팔렸던 미니밴의 원조인 닷지 그랜드 캐러밴도 15만 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그나마 지금도 세그먼트 1위 자리는 지키고 있다). 세기말부터 미국 미니밴 시장에 진입한 일본의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도 16만~17만 대의 정점을 찍은 뒤 이제는 10만 대 전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2001년에 진출한 기아 카니발(수출명 세도나)은 미국 미니밴 시장이 정점을 찍은 2004년에 6만 대를 넘긴 적도 있지만 지난해에는 1만8,000대 수준을 판매했다. 어쨌든 미국에서는 이렇게 4개 모델이 미니밴 판매 톱4를 형성하고 있다.

상용차 기반의 스타렉스는 승용 미니밴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반면 우리나라 미니밴 시장은 카니발로 시작해서 카니발로 끝난다. 현대 스타렉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 모델은 기아차의 봉고 시리즈로 시작한 상용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미니버스다. 즉, 승용차 감각으로 탈 수 있는 다인승 차량은 카니발이 거의 유일하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는 실질적 경쟁자가 없이 한 모델이 이끄는 시장은 오랫동안 생존하기 어렵다.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고 제품의 발전은 고객 관심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깬 모델이 카니발이다. 지난해 카니발은 기아차 전체 모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다. 무려 7만6,362대나 팔렸다. 기아차 승용차 전체 판매가 46만9,607대였으니 기아차 내수 판매의 16.3%나 된다. 카니발의 숫자가 국내 미니밴 판매의 전체라고 봐도 된다.

쏘렌토 같은 7인승 SUV도 어느 정도 미니밴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카니발도 SUV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에서 미니밴을 뜻하던 ‘피플 무버’라는 말이 이제는 7인승 이상의 중대형 SUV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집안의 쏘렌토가 7인승 시장에서 꽤 강한 편이고, 지난해 출시된 현대 팰리세이드는 실제로 카니발의 판매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카니발은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에서 3만3,836대나 판매되었고, 여전히 국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너끈하게 들어가고 있다.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카니발은 왜 혼자 살아남았을까? 성격상 SUV가 가장 침범하기 쉬운 영역이 미니밴 시장임에도 말이다. 기아 카렌스와 쉐보레 올란도 같은 준중형 이하의 미니밴 혹은 CDV(Car Derived Vehicle)들은 이미 SUV의 공세에 밀려 단종되었다. 그런데 카니발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이유를 찾아내면 카니발의 성공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카니발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승용’이라는 말과 ‘1.5박스’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승용’이라는 말은 카니발이 중형 승용차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승용 기반의 모델이라는 뜻이다. 요즘의 크로스오버 SUV들도 승용차의 플랫폼을 공유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그리고 실내에 앉아 보면 그 차이가 확실히 보인다. 그것은 바로 시트의 높이다.

크로스오버 SUV들은 아무리 세단 기반이라고 해도 SUV로서 필요한 높은 지상고를 확보하다 보니 시트 포지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면의 요철이나 가속-감속-선회 등의 차량 운동에 따라 승객이 느끼는 흔들림도 승용차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세단과 승차 높이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승용형 미니밴은 일반 세단과 마찬가지로 안락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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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UV가 세단을 대신해 주류 승용차로 자리매김하려 하면서 세단에 가까운 승차감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미 세단의 승차감을 갖고 있는 승용 미니밴의 강점이 더 부각되는 것이다. 게다가 패밀리카의 의무에서 해방되기 시작하는 세단도 스포티한 감각 등으로 감성을 강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하는 모델은 아이러니하게 카니발과 같은 승용형 미니밴이기에 존재의 이유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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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5박스라는 말은 미니밴의 형상을 옆에서 본 것이다. 일반적인 세단은 엔진룸-거주공간-트렁크의 3박스이고 해치백이나 SUV는 트렁크가 따로 없는 2박스다. 미니버스는 엔진룸도 따로 없는 1박스. 1.5박스인 미니밴은 1박스 미니버스에 가까운 넓고 반듯한 실내 공간을 가지면서도 2~3박스 모델에 버금가는 전방 충돌 안전도를 갖는다. 즉, 실용성과 안전도가 모두 확보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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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박스의 넓은 실내 공간은 많은 사람이 안락하게 이동하는 미니밴의 본질에 걸맞다. 하지만 전혀 다른 두 측면으로 넓은 공간을 활용할 경우 미니밴은 그 확장 영역이 엄청나다. 그 첫 번째는 대형 리무진으로의 변신이다. 아무리 대형 리무진이라고 해도 세단형 모델이라면 머리 공간은 답답하고 실내의 활용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니밴의 실내는 높은 머리 공간과 함께 직육면체의 시원한 공간을 선사한다. 따라서 이 넓은 공간을 VIP들이 이용한다면 엄청나게 여유롭고 안락한 최고의 리무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아차 역시 카니발 리무진 모델을 생산하고 있으며 여러 리무진 제작 업체들도 카니발을 활발하게 튜닝하고 있다. CEO나 연예인 등이 카니발 리무진을 애용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간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신만의 목적에 맞는 공간으로 변형시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카니발로도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가벼운 캠핑카를 만들 수 있으며 고급 의류를 구겨지지 않게 운반하면서도 화물차의 느낌은 갖지 않는 고급 업무용 차량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무런 변경을 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현장 업무나 가족 여행용 차량으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는 것도 카니발의 뛰어난 공간 활용성 덕분이다.

실내 편의성을 개선한 2020년형 카니발

지난 9월 4일 판매를 시작한 2020년형 카니발도 실내 거주성과 편의성을 집중적으로 향상시켰다. 2열 통풍 시트나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세단보다는 큰 차체를 좁은 공간에서 다루기 쉽도록 세차장 진입 가이드가 추가된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으로 대형 세단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가져오려고 한다. 이를 위해 아무래도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것을 감안해 가성비를 높이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덕분에 이젠 3천만원대 초반으로도 대형 리무진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카니발이 우리나라 미니밴 시장에서 독보적일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은 동급 유일한 디젤 모델이기 때문일 것이다. 혼다 오딧세이나 토요타 시에나 같은 수입 미니밴들은 가격이 높기도 하지만 6기통 가솔린 모델만 있으므로 아무래도 유지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환경규제 강화로 이제는 디젤이 반드시 강점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카니발의 미래는 두 가지가 결정지을 것이다. 첫째는 크고 무거운 차체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연비를 개선할 디젤 이외의 파워트레인이고, 둘째는 세단보다 더 세단 같은 안락한 승차감과 리무진다운 거주성의 극대화일 것이다. 그리고 기아차 카니발은 이런 것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혼자 시장을 지켜내면서 축적된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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